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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헌사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46) 마지막 헌사 음악회를 준비하며 적잖은 문화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모인 자리에서 음악회 소식을 알렸을 때, 교역자들의 반응이 무덤덤했다. 잘못 들었나 싶어서 “아니, 박인수 씨가 온다니까!” 하며 강조를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30대인 부목사와 전도사들은 박인수라는 이름을 몰랐다. 이동원도 몰랐고, ‘향수’라는 노래도 몰랐다. 어찌 모를 수가 있을까 싶은 것은 내 생각일 뿐, 젊은 세대에게는 낯선 이름이었던 것이다. 그 순간 찾아들던 당혹스러움은 참으로 컸다. 박인수 씨가 찾아와 노래를 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일까 생각했던 것은 세대차를 고려하지 않은 쉬운 생각이었던 것이다. 음악회가 열리는 오후, 외부에서 오는 손님들이 있을 터이니 인사를 해야지 싶어 예배당 로비에 .. 2019. 12. 18.
악한 죄 파도가 많으나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45) 악한 죄 파도가 많으나 정릉지역 이웃들과 함께 하는 음악회가 열리는 주일이었다. 음악회의 주인공인 박인수 교수님이 생각보다 일찍 도착을 했다. 음악회는 오후 2시 30분 시작인데, 아침 10시쯤 도착을 한 것이었다. 11시에 시작하는 주일낮예배를 함께 드리려고 등촌동에서 택시를 탔더니 생각보다 일찍 도착을 한 것이라 했다. 조용한 방 기획위원실로 안내를 하고 차 한 잔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박교수님이 정릉에서 멀지 않은 미아동교회 출신이라는 것, 가수 이동원과 부른 ‘향수’ 이야기, 가요를 부름으로 겪어야 했던 불편과 불이익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궁금했지만 알 길 없었던 일들을 묻고 들을 수가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시간이 되어 먼저 일어나야 했다. 잠.. 2019. 12. 18.
"어디 있어요?", 고독의 방으로부터 온 초대장 신동숙의 글밭(33) "어디 있어요?", 고독의 방으로부터 온 초대장 잠결에 놀란 듯 벌떡 일어난 초저녁잠에서 깬 아들이 걸어옵니다. 트실트실한 배를 벅벅 긁으며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눈도 못 뜨고 "아빠는?" / "아빠 방에" "누나는?" / "누나 방에" "엄마는?" / "엄마 여기 있네!" 그렇게 엄마한테 물어옵니다 아들이 어지간히 넉이 나갔었나 봅니다. 그런 아들의 모습에 살풋 웃음이 납니다. 저도 모르게 빠져든 초저녁잠이었지요. 으레 잠에서 깨면 아침인데, 학교에 가야할 시간이고요. 그런데 눈을 뜨니 창밖은 깜깜하고 집안은 어둑합니다. 잠에서 깬 무렵이 언제인지 깜깜하기만 할 뿐 도저히 알 수 없어 대략 난감했을 초저녁잠에서 깬 시간 밖의 시간. 해와 달이 교차하는 새벽과 저녁은 우리의 영혼이.. 2019. 12. 18.
두 개의 걸작품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44) 두 개의 걸작품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목양실 탁자 위에는 두 개의 소품이 놓여 있다. 소품이라 하지만 나는 그것을 장인이 만든 걸작품으로 여긴다. 하나는 등잔이다. 흙으로 만든 둥그런 형태의 작은 등잔이다. 등잔은 그냥 보기만 하는 액세서리가 아니어서 실제로 불을 켠다. 누군가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면 등잔을 켜곤 한다. 맑게 타오르는 불은 마음까지를 환하게 한다. 등잔은 지난해 초 미국을 방문했을 때 구입한 것이다. 포틀랜드에서 말씀을 전하며 만난 목사님이 이후 이어질 일정 이야기를 듣더니 한 수도원을 소개했다. 켄터키 주에 가면 겟세마니 수도원을 꼭 방문해 보라는 것이었다. 1848년에 설립된,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 수도원 중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2019. 12. 17.
딴 데 떨어지지 않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43) 딴 데 떨어지지 않네 희끗희끗 날리는 눈발을 보다가 옛 선시 하나가 떠올랐다. ‘호설편편 불락별처’(好雪片片 不落別處), 이성복 시인은 그 말을 ‘고운 눈 송이송이 딴 데 떨어지지 않네’로 옮겼다. 시도, 번역도 참 좋다. 내리는 눈을 이렇게도 보는구나 싶다. 언덕에 부서지는 눈/백중기 출처 폴아저씨의 오두막 송이송이 고운 눈이 내리면 세상 어디 따로 딴 데가 있을까, 고운 눈 닿는 곳마다 고운 곳이 될 터이니 말이다. 하늘의 은총과 평화, 이 땅 어처구니없을수록 고운 눈으로 내리시길! 2019. 12. 17.
감자를 사랑한 분들(1) 신동숙의 글밭(34) 감자를 사랑한 분들(1) 감자를 사랑한 분들의 얘기를 꺼내려니 눈앞이 뿌옇게 흐려집니다.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가마솥 뚜껑을 열었을 때처럼, 눈앞이 하얗습니다. 감자를 사랑한 분들을 떠올리는 건 제겐 이처럼 구수하고 뜨겁고 하얀 김이 서린 순간과 마주하는 일입니다. 가마솥 안에는 따끈한 감자가 수북이 쌓여 있고, 제 가슴에는 감자를 사랑한 분들 얘기가 따스한 그리움으로 쌓여 있답니다. 감자떡 점순네 할아버지도 감자떡 먹고 늙으시고 점순네 할머니도 감자떡 먹고 늙으시고 ... 권정생 선생님의 中 삽화 그림 글 이오덕 · 그림 신가영 딸아이를 학원으로 태워주는 차 안에서, "점순네 할아버지는 감자떡 먹고 늙으시고~"(백창우曲) 노래를 불러 줬더니, 뒷좌석에 앉은 딸아이가 푸하~ 하고 웃.. 2019. 12. 17.
<오페라의 유령>과 '잃어버린 어린 양 한 마리' 신동숙의 글밭(33) 과 '잃어버린 어린 양 한 마리' 나를 위해 언제나 기도하시는 백집사님, 그분의 정성과 성실함 앞에 더이상 거절을 할 수 없어서 동행한 25주년 공연 실황 녹화. 스크린으로 보는 . 화려하고 웅장한 노래와 춤, 의상, 배우들의 아름다움 앞에 내 마음 왜 이리 기쁘지 아니한가. 무대 위 200벌이 넘는 화려한 의상과 목소리와 배우들의 표정. 뼈를 꺾은 발레 무희들의 인형 같은 몸짓과 노랫소리. 지하실에서 울려 나오는 노래 노래 노래 오페라의 유령. 눈과 귀를 현혹시키는 저 화려함 현란함 요란한 박수 갈채 속에서 나는 그 뿌리를 보는 것이다. 건물 안과 건물 밖을 나누고 무대 위와 무대 아래를 나누고 주인공과 엑스트라를 나누고 공연자와 관람자를 나누고 로얄석와 일반석을 나누고 고용인과 .. 2019. 12. 16.
바퀴는 빼고요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42) 바퀴는 빼고요 마음의 청결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걸레와 행주 이야기에 이어 나온 이야기가 그릇 이야기였다. 자신의 마음 밑바닥이 청결치 못해 담기는 모든 것을 기쁨으로 받지 못하는 것 같다는 고백이었다. 쉽지 않은, 정직한 고백이다 싶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오래 전 일이 떠올랐다. 단강에서 목회를 할 때였다. 여름성경학교 강습회가 있었고, 하루 몇 대 없는 버스로 원주 시내로 나가야 했던 나는 제법 남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조용한 찻집을 찾았다. 창문을 통해 오가는 사람들을 내려다 볼 수 있는 2층 찻집이었다.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며 강의할 내용을 정리하고 있을 때, 뒤편에서 외마디 소리가 들려 왔다. “아가씨!” 비명에 가까운 날카로운 소리였다. 돌아보.. 2019. 12. 16.
좋은 건 가슴에 품는다 신동숙의 글밭(32) 좋은 건 가슴에 품는다 좋은 건 가슴에 품는다. 거꾸로 말하면, 가슴에 품을 수 있는 건 좋은 것이다. 여기서 마음이라 칭하지 않고 가슴이라고 한 것은 실제로 심장을 중심으로 가슴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감각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슴이 넉넉하거나 이타적인 사람은 못된다. 내 마음에 들면 취하고 그렇지 않으면 밥 한 숟가락 입에 넣지 않는 꽉 막힌 구석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런 내겐 어려서부터 다른 무엇보다 늘 마음이 문제였다. 놀이터에서 땅거미가 질 때까지 흙투성이 땅강아지가 되도록 장에 가신 엄마를 기다리며 온종일 배를 골아도 나는 배고픔을 느끼지 못했다. 엄마 얘기로는 젖배를 골아서 그렇다는데. 태어날 때부터 몸에 배부른 기억이 없다면 상대적인 배고픔에도 무딘 것인지. 애초.. 2019.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