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07)
4월 16일
4월 16일은 마치 정지된 시간처럼 다가온다. 다른 것은 다 흘러갔지만 흐르지 않던, 흐를 수가 없었던 시간이 힘겹게 한 걸음을 내딛는 것처럼 찾아온다. 흐를 수가 없었던 시간이기에 언제나 변하지 않은 아픔의 민낯으로 다가온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이젠 그만 하자고. 그만 하자는 말은 꽤나 점잖은 말, 실은 사납고 섬뜩한 말들이 난무한다. 그것은 마구잡이로 쏘아대는 화살과 같아서 피눈물을 흘리는 이의 가슴에 거듭해서 박히고는 한다. 화살이 박히고 박혀 이미 너덜너덜해진 기가 막힌 가슴들 위로.
왜 사람들은 흘러간 시간의 길이만을 말하는 것일까? 그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왜 외면하는 것일까?
이제는 그만하자고 말하는 이들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따지듯이 가 아니라 정말로, 진심으로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그날 수장된 304명 중에 당신의 아들이나 딸, 혹은 손자나 손녀가 있었어도 같은 말을 할 수가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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