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27)
50밀리미터 렌즈처럼
내가 좋아하는 사람 중에 송진규 선생님이 있다. 강원도에서 태어나 강원도에서 살며 강원도의 아이들을 가르친 선생님이시다. 그런 점에서 선생님의 모습 속에는 강원도의 이미지가 담겨 있지 싶다. 원주에 있는 육민관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다 교장으로 은퇴를 하신 뒤, 지금은 고향 호저에서 살고 계시다. 어느 핸가는 동네 이장 일을 보았다고도 들었다. 이장이라는 직함도 잘 어울리신다 싶었다.
선생님의 성품과 삶과 글과 사진을 나는 두루 좋아한다. 언젠가 선생님께 들은 사진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선생님은 50mm 렌즈로만 사진을 찍는데, 그렇게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50mm 렌즈가 사람의 눈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 렌즈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마음에 둔 렌즈를 구입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사람의 시선과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50mm 렌즈만을 고집하는 선생님의 고집은 의미 있다 여겨지고, 그런 이유로 선생님이 찍은 사진을 대할 때면 다시 한 번 유심히 보게 된다.
문득 드는 욕심이 있다. 내가 쓰는 글도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 사람의 마음이 담기는, 사람의 마음에 가까운 글이 되기를, 깊이나 화려함이 없어도 한 줌 사람의 마음이 담기기를, 50mm 렌즈처럼.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씨앗과 같은 말 (0) | 2019.05.08 |
---|---|
그냥 (0) | 2019.05.08 |
너무나 섬세해진 영혼 (0) | 2019.05.06 |
빛을 바라본다면 (0) | 2019.05.05 |
사랑 안에 있으면 (0) | 2019.05.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