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30)
씨앗과 같은 말
마음에 떨어져 씨앗처럼 남은 말들이 있다. 동네 사람들의 아픔을 같이 느꼈으면 싶어 논농사를 시작하던 해, 논에 물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를 병철 씨에게 물었을 때였다. 그의 대답은 단순했다.
“농사꾼은 꿈속에서도 물이 마르면 안 돼요.”
마을 사람들이 거반 다 나와 강가 너른 밭에서 일하던 날이었다. 아예 솥을 가지고 나와 강둑에서 밥을 짓는 김영옥 집사님께 일일이 짐을 다 옮겨야 했으니 고생이 많았겠다고 인사를 했을 때, 예전에는 물이 맑아 강물을 길어 밥을 지었는데 이젠 어림도 없게 되었다며 툭 한 마디를 했다.
“다 씨어(씻어) 먹어두, 물은 못 씨어 먹는 법인데유.”
꿈속에서도 물이 마르면 안 된다는, 어떤 것이든 물로 씻으면 되지만 물이 더러워지면 씻을 게 없다는, 흙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들려준, 씨앗과 같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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