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70)
그리움이 담긴 다리
영주에서 말씀을 나누던 둘째 날 점심을 안동에서 먹었다. 경북북지방은 네 개의 시와 여섯 개의 군이 모여 이루어져 있어 굉장히 광범위했다. 마침 우리가 찾은 곳이 월영교 앞, 점심을 먹고는 월영교 주변을 산책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월영교(月映橋)는 2003년에 개통된 387m 길이의 다리로, 국내에서는 가장 긴 목책 인도교이다. 안동댐 건설로 수몰된 월영대를 옮겨온 사연과, 월곡면(음달골)이라는 지명을 참고로 해서 시민들이 지은 이름이란다. 달빛이 비치는 다리라니, 다리의 모양도 이름도 시적이다 싶었다. 다리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월영정(月映亭)은 강물과 바람과 햇살이 맘껏 어울리는 곳, 난간에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렇게 정겨워 보일 수가 없었다. 밤에 그곳을 찾아 달과 강물이 어울리는 모습을 바라보면 얼마나 그윽할까 싶었다.
주변 풍광의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었지만 월영교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월영교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다리였다. 조선 중기 원이엄마와 그 남편 사이의 숭고한 사랑을 간직한 다리였던 것이다. 먼저 간 남편을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아 한 켤레의 미투리를 지은 지어미의 애절하고 숭고한 사랑을 담아서, 다리를 미투리 모양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아 미투리를 만들면 먼저 떠난 남편이 그 신을 신고 꿈에라도 한 번 찾아오지 않을까 빌었던 것 아닐까? 한 올 한 올에 담은 그리움의 깊이는 얼마나 깊은 것이었을까? 그런 지극한 사랑과 그리움이 담긴 다리이니 세상 어느 다리가 월영교보다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다리를 건너는 마음에도 그리움이 물드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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