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86)
밝은 눈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한국이 우승을 차지했다. 열광적 까지는 아니더라도 운동을 좋아하여 두어 중계는 지켜보았다. 젊은 선수들이 참 잘한다 싶었다. 주눅 들거나 오버하지 않고 자기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학범 감독의 리더십을 칭찬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승에 칭찬이 뒤따르는 것이야 인지상정이지만, 김감독에겐 특별한 리더십이 있다고 한다. 시골 아저씨를 닮은 외모에 경기 대부분의 시간을 의자에 앉아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어(박항서 감독과는 많이 달랐다) 언제 어떤 지시를 하나 궁금해지기도 하는데, 선수들은 감독을 100퍼센트 이상 신뢰한다고 하니 그 비결이 무엇일지 궁금하곤 했다.
가능하면 선수들을 골고루 기용하고, 모든 선수를 주전으로 여기며, 기용한 선수들을 충분히 신뢰하는 것이 김감독이 갖고 있는 리더십의 바탕이라고 한다. 선수로서 이름을 날리진 않았지만 좋은 지도자의 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반갑다. 언제라도 참은 요란하지 않고, 때로는 긴 세월이 지나 드러나는 법이다.
대회가 끝난 뒤 최우수선수를 선정했는데, 우리나라의 미드필더 원두재 선수가 선정되었다. 그런 소식도 반갑다. 내가 알기로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대회 중에 골을 넣지 못했다. 공격과 수비를 연결하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축구가 골을 넣는 경기다 보니 당연히 주목을 받는 것은 골을 넣는 선수다. 그럼에도 중원의 지휘자가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는 것은, 그가 한 역할을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크게 눈에 띄지도 않고, 공격과 수비 모두에 가담을 해야 하니 궂은일이라면 더없이 궂은 일, 그 일을 묵묵히 감당한 결과를 제대로 평가받은 것이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우승을 한 것도 좋지만, 원두재 선수에게 상이 돌아갔다는 것도 좋다.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눈여겨보고 그것을 인정하는 밝은 눈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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