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22)
엉뚱한 교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져다 준 소소한 변화 중에는 건강에 관한 관심과 수칙도 있지 싶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기침을 할 때는 손이 아니라 팔등으로 가리고 한다. 독일에서 지낼 때 신기하게 바라보았던 그 모습이 잠깐 사이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그들은 재채기도 밖으로 내뱉지 않고 삼키는 형태로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가장 강조된 것이 있다면 손 씻기가 아닌가 싶다. 손 씻기야 말로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습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방송을 보다보니 한 출연자가 손 씻기에 대해 재미난 방법을 일러준다. 대충 씻지 말고 꼼꼼하게 씻으라며, 손을 씻을 때 ‘생일축하노래’를 두 번 부르라는 것이었다. 그 노래를 두 번 부를 만큼의 시간 동안 손을 씻으면 적당하다는 뜻이었는데, 적절한 가르침이다 여겨졌다.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인 것으로 말하면, 더 적절한 도움을 받곤 한다. 생일축하노래를 부르며 손을 씻으면 딱딱하게 시간을 재는 것보다도 훨씬 흥겹게 제대로 손을 씻을 수가 있게 될 것이었다.
오늘 아침, 화장실에서 손을 씻다말고 그 생각이 났다. 나도 한 번 해볼까 싶어 속으로 노래를 부르다가 피식 웃음이 났던 것은 노래 때문이 아니었다. 엉뚱한 생각이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엉뚱한 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뚱맞은 생각이 들었다.
손을 씻는 동안 생일축하노래를 부르라는 것은 그래야 손이 잘 씻어진다든지, 그래야만 손 씻기의 효력이 생긴다든지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즐겁게, 필요한 시간만큼 손을 씻으라는 방편일 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누군가가 손을 씻을 때는 반드시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우리가 추종하는 그분도 그 노래를 부르며 손을 씻었으니 우리도 반드시 그 노래를 부르며 손을 씻어야 한다고 그것을 교리로 만든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일까.
하지만 실제로 엉뚱한 교리들은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있지 않은가. 따박따박 입으로 갈아서 건네주는 암죽을 받아먹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말이다.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 두 모금을 마신 사람 (0) | 2020.03.13 |
---|---|
마스크 은행 (1) | 2020.03.12 |
어디서 예배를 드리든 (1) | 2020.03.10 |
그리운 오병이어 (1) | 2020.03.09 |
십사만사천명 (1) | 2020.03.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