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143)
몽당 연필은 수공예품
아이들의 연필은 신상품
4B, 2B, HB
깨문 자국은
고심하던 흔적
벗겨진 자국은
손 때 묻은 세월
역사를 지닌
몽당 연필은 수공예품
그래서 버릴 수 없고
남에게 줄 수도 없고
쓰임 받을 때마다
자신을 비우며 내던
울음소리 웃음소리
때로는
고요한 침묵
몸이 부서지더라도
끝까지 심지가 곧은
그런 몽당 연필을
십 년이 넘도록
다 모아두었다
엄마가 책 읽을 때
몽당 연필은 신난다
중요한 말씀이 나오면
나란히 따라서 걷다가
책장 빈 곳마다
말씀 따라쓰기도 한다
가슴에 새겨진
말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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