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145)
누구 이마가 더 넓은가
두 자녀들로부터
카네이션을 받은 어버이날 전야제
저녁밥을 먹고 나서
아빠의 얼굴을 꼭 닮은 딸아이
중학생 딸아이와 아빠가
누구 이마가 더 넓은가 떠들썩하다가
개구진 딸아이가 손바닥으로
아빠 이마를 바람처럼 스치며 제 방으로 숨는다
커피 내리던 아빠가 반짝 자랑스레
"아빠 이마는 태평양"이라고 하니까
딸아이가 방문을 열며
"그러면 나는 울산 앞바다" 하며 웃느라 넘어간다
뒷정리 하던 엄마가
"그러면 동생은?" 하니까
신이 난 딸아이가 생각하더니
"동생은 태화강, 엄마는 개천"이라고 한다
엄마는 식탁을 빙 둘러 닦으며
"가장 넓은 건 우주,
우주는 하나님 얼굴이니까
우주 만큼 넓은 마음으로 살아라"고 말해 주는데
떠들썩 돌아오던 대답이 없다
하나님처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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