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96)
괴리감
전해진 것이 전부가 아니기를 바라지만, 얼마 전 뉴스에 언급된 교회가 있었다. 교회가 리더십 훈련을 한다며 대변 먹기, 음식물 쓰레기통 들어가기, 공동묘지에서 지내기 등을 강요했다는 내용이었다.
교회와 관련한 뉴스 중에는 일반인들의 생각을 뛰어 넘는 기괴한 뉴스가 한둘이 아니어서 이력이 붙을 만도 했지만, 대변 이야기는 이력이 붙을 대로 붙은 이들에게도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밖의 일이었지 싶다. 혀를 차는 것을 넘어 경악을 하게 했다.
뉴스 중 관심이 갔던 것은 조금 다른 것에 있었다. 그 교회 교인이 2-3천 명 정도가 되는데, 대부분이 젊은 교인이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성실하고 우직하게 목회의 길을 걸어가는 적지 않은 이들을 알고 있다. 그들은 성품도 따뜻하고, 지극히 상식적이고, 역사의식도 뚜렷하고, 환경을 걱정하고, 교회와 교우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기교와 술수를 버리고, 약자를 긍휼히 여기고, 헛된 욕심을 삼가고, 가난함으로 부르심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다.
그들 대부분은 이 땅 구석구석 외진 곳에서 묵묵히 살아간다. 규모로 따진다면 주목을 받을 일과는 거리가 멀고, 세상의 잣대를 들이대면 실패 쪽에 훨씬 더 가깝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가는,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이런 현실을 두고 느끼는 감정을 괴리감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괴리’(乖離)는 ‘어그러질 괴’(乖)와 ‘떼놓을 리’(離)가 합해진 말이다. 굳이 그리 어렵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지금 내가 느끼는 괴리감이란 훨씬 단순하다. ‘괴로운 거리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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