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314)
골방
마음껏 슬퍼할 수 있는
나의 방으로 간다
마음껏 아파할 수 있는
나의 방으로 숨는다
일상 뒤에 숨겨온 슬픔과 아픔을
우는 아기 달래듯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관상의 기도 그 사랑방으로 돌아간다
한밤중에 방바닥으로 몸을 기대면
한몸 기댈 방 한 칸 없는 이웃들이 먼저 떠올라
밤하늘 별이 되어 글썽이고
마음 한 자락 기댈 내면의 골방도 없이
일상에 떠밀려 살아가는 이웃들이
이 땅에는 얼마나 많은가
하루 동안 쌓아올린 마음을 허무는 밤
나의 골방은 그대로 하늘로 열린다
이제는 나의 것인지
너의 것인지도 모를 슬픔과 아픔이지만
그렇게 별처럼 미안한 마음까지 더해지면
슬픔과 아픔과 미안한 마음이 한데 뒤섞여 흐른다
숨으로 돌아오는 순간마다
고마운 마음이 샘솟아
가슴에는 한 줌 숨이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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