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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몸이 저울축

by 한종호 2022. 3. 13.



열 살 아들과 엄마가 
장을 보고 집으로 가는 길에

비닐 봉투 하나
종이 가방 하나

엄마 손에 든 짐을 
아들이 모두 다 달라며

둘 다 
한 손으로

다 들겠다며 
다 들 수 있다며

두 짐을 든
주먹손 뒤로 빼며

빈 손으로 
엄마 손을 잡습니다

몇 발짝 걷다가
좀 무거운지 

잠시 주춤
짐을 바로 잡길래

"엄마가 하나만 들어줄까?"
 아들이 걸음을 멈추더니

한 손엔 비닐 봉투
다른 손엔 종이 가방

두 손에 나누어 들고서
열 살 몸이 저울축이 되어 

곰곰이 묵묵히 
저울질을 합니다

그러고는 
종이 가방을 내밉니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무거웠는지 

궁금해진 엄마도 
멈추어 서서 

양 손에 하나씩 들어보자며
엄마 몸도 똑같이 저울축이 됩니다

무게가 엇비슷해서 
잘 분간이 되지 않지만

이번에는 
검정 비닐 봉투 말고

하얀 종이 가방을 
엄마에게 건넨 그 마음이 

문득 궁금해집니다
푸른 하늘에 뜬 흰구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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