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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62

경솔과 신중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2) 경솔과 신중 가능하다면 경솔하지 말아야 한다. 기민해 보여도 즉흥적이기 쉽고, 활달한 것 같아도 중요한 놓치기가 쉽다. 신중한 것은 좋은 일이다. 삼갈 신(愼)에 무거울 중(重), 사전에서는 신중을 ‘썩 조심스러움’이라 풀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는 것은 모자람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법, 지나친 신중함은 좋을 것이 없다. 신중함이 지나쳐서 때를 놓치거나 당연한 일을 미루다가 아예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신중함은 또 다른 형태의 경솔함일 수 있다. 지나친 신중함으로 경솔의 길을 걷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나친 신중함으로 경솔의 길을 택하는 것은, 그것이 위험부담이 가장 적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2020. 3. 21.
겸손하다는 것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1) 겸손하다는 것 ‘겸손’(humility)이라는 말은 ‘흙’에서 온 말이다. 흙을 의미하는 라틴어 ‘humus’에서 왔다. ‘humus’와 같은 뿌리를 가진 말이 있는데, ‘유머’(humor)이다. 겸손한 사람은 자신이 흙이라는 것을 안다. 하나님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한 줌의 흙에서 와서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것을 안다. ‘謙遜’은 ‘겸손할 겸’(謙)과 ‘겸손할 손’(遜)이 합해진 말이다. 조금만 겸손을 떠나면 겸손일 수 없다는 듯이. 겸손의 바탕은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데 있다. 내 생각, 내 경험, 내 믿음이 얼마든지 잘못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겸손할 때 우리는 하나님처럼 판단하거나 말하지 않는다. 겸손할 때 우리는 웃을 수 있다. 2020. 3. 20.
천 번 휘저어 계란말이 만들기의 고요함 신동숙의 글밭(115) 천 번 휘저어 계란말이 만들기의 고요함 하루 온종일 두 자녀와 함께 집 안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점점 고요함이 사라져가는 것만 같습니다. 처음에는 틈틈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려고 잠시 방으로 들어가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거실에서 들려오는 텔레비젼 소리와 아들의 박장대소에 고요함은 이내 달아나 버리고 맙니다. 새벽까지 핸드폰과 마주보던 딸아이도 느즈막이 일어나서는, 저녁이 가까워 올수록 몸에선 힘이 펄펄 나는가봅니다. 그래도 겨울방학 땐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큰 아이는 영·수 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아들도 학습지 학원과 복싱장을 다니고 있어서 그래도 틈틈이 숨통은 트였으니까요. 오늘도 뭔가 모르게 몸에서 기가 다 빠져나가는 느낌입니다. 가만 앉아 있어도 언제 어디서 무슨 일.. 2020. 3. 20.
무엇을 심든지 신동숙의 글밭(114) 무엇을 심든지 봄이다 무엇을 심을까 기다리고 있는 황토밭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코로나가 오나 감자, 고구마 고추, 상추, 깻잎 무엇을 심든지 모두가 제 발로 설 테지요 2020. 3. 19.
어떤 경우에도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0) 어떤 경우에도 목회의 길을 걸으며 예수님을 통해 잊지 않으려 명심하는 것이 있다. 어떤 경우에도 사람을 수단이나 도구화 하지 않는 것이다. 나병환자를 고치신 예수님은 그를 집으로 보낸다. 거라사 지방의 귀신들린 자를 고치신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를 데리고 다니며 간증을 시키지 않았다. 그랬다면 복음을 전하는데 훨씬 더 효과적이었을 텐데 말이다. 한국 사회에 혼란과 고통을 가중한 이단과 사이비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것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사람들을 수단이나 도구로 삼지 않는 것 말이다. 한국교회는 그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느냐 물으면 할 말이 없긴 매한가지지만. 2020. 3. 19.
봄이 찾아온 골목길을 신동숙의 글밭(113) 봄이 찾아온 골목길을 봄이 찾아온 골목길을 걷다가 멈칫 멈추어 다시 걷다가 아예 쪼그리고 앉았다가 노란 민들레 빨간 광대나물 노란 꽃다지 보라 제비꽃 하얀 냉이꽃 내 어릴적 골목 친구들 어쩜 이리도 변함없이 가까이도 있니 어쩌면 풀꽃들은 태초부터 모든 아이들의 다정한 골목 친구인지도 봄이 찾아온 골목길에 바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살아 있는 말씀들 2020. 3. 18.
사랑은 흔들리는 것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29) 사랑은 흔들리는 것 ‘돈은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목회를 하면서 잊지 않으려 하는 생각 중에는 그런 생각도 있다. 폐교를 앞둔 단강초등학교 아이들과 미국을 다녀오기로 한 것은 마지막 파티를 요란하게 갖기 위함이 아니었다. 외진 시골학교의 문을 닫고 전혀 다른 세상으로 나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이 얼마나 넓고 아름다운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도리라 여겨졌다. 아무리 생각이 좋아도 그것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이야기를 처음 들은 아내가 당황하며 당신 숨겨둔 돈이 있느냐 물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무 것도 없었다. 작은 시골교회 목사가 무슨 여유가 있었겠는가? 그런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 .. 2020. 3. 18.
한 사람이 모두가 되기까지 신동숙의 글밭(112) 한 사람이 모두가 되기까지 이 사회에서 제 자신의 가치를 화폐만으로 환산하려는 일이, 이제 저에겐 시대에 뒤떨어진 진부한 일이 됩니다. 스스로를 겸손함으로 붙들어 메두려함도 아니요. 교만함으로 떠벌리듯 자랑하려함도 아닙니다. 비록 걸친 옷은 촌스럽지만, 가치 의식 만큼은 최첨단 기술을 추구하니까요. 시대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거듭 제 자신을 비추어봅니다. 자연과 지성의 거울들과 역사와 스스로의 양심에 비추고 또 비추어 하늘을 보듯 늘 바라보려 합니다. 이미 스스로의 가치를 화폐만으로 환산하지 않으며,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시는 분들을 많이도 보아오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광고를 하지 않기에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을 뿐입니다. 마치 유유히 흐르는 강물 속 깊은 물처럼, 구름 .. 2020. 3. 17.
어려울 때 못하면 넉넉해도 못한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28) 어려울 때 못하면 넉넉해도 못한다 잠시 장로님들과 모임을 가졌다. 며칠 전 기도하던 중에 들었던 생각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때, 비전교회(미자립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싶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예배도 드리지 못한 채 월세를 내야 한다면, 그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릉교회가 속한 성북지방 안의 미자립교회가 13개 교회, 한 교회당 100만원씩을 전하려면 1300만원이 필요했다. 사석에서 이야기를 들은 교우가 300만원과 100만원을 전해주었으니 900만원만 더 보태면 될 일이었다. 좋은 일을 하자는데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기에 좋은 일을 의논할 때에.. 2020.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