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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62

기꺼이 잔을 받겠나이다 조진호와 함께 하는 바흐의 마태수난곡 순례(16) BWV 244 Matthäus-Passion/마태 수난곡 No.16 기꺼이 잔을 받겠나이다 마태수난곡 1부 27번~29번 마태복음 26:39 음악듣기 : https://youtu.be/ulO8S1ZrMcU 27 내러티브 에반겔리스트 39. Und ging hin ein wenig, fiel nieder auf sein Angesicht, und betete und sprach: 39. 조금 나아가사 얼굴을 땅에 대시고 엎드려 기도하여 이르시대: 27 대사 예수 39. Mein Vater, ist's möglich, so gehe dieser Kelch von mir; doch nicht wie ich will, sondern wie du willst. 3.. 2020. 3. 12.
텅 빈 카페 신동숙의 글밭(107) 텅 빈 카페 몸이 늘어지도록 늦잠을 자던 중학생 딸아이가 방에서 나오며 대뜸, "엄마, 우리 카페 가자."고 합니다. 그러면서 뭔가 얘기를 해옵니다. "엄마~ 코로나에 걸리면 치사율이 몇 프로인지 알아?" (계속 반말을 합니다. 이쯤 되면 존댓말을 해야 되지 않느냐고 엄마로써 한마디 해줘야 하는데, 얘기가 재미나서 그냥 끝까지 들어주었답니다.) 그러면서 딸아이는 자문자답을 합니다. 3%라며, 수능 시험 1등급 받을 확률이라면서, 친구들하고 카톡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우리는 걱정 안해도 된다."고 했다며, 환하게 웃으면서 카페를 가자고 합니다. 아직은 외출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러자고 했습니다. 마당에 하얀 목련꽃이 어제보다 조금 더 피어서 오후의 햇살을 듬뿍 받아 딸아이의 미소처.. 2020. 3. 12.
마스크 은행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23) 마스크 은행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교우들을 위해 준비해 둔 마스크가 있었다. 알아보니 1100개 정도가 된다고 한다. 교우들 중에는 몸이 약하여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분들이 있다. 그분들이 약국 앞에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하는 일은 어려운 일, 필요한 교우들께 나누어 드리기로 했다. 양이 제한되어 있어 더 자주 더 많이 나눌 수 없는 것에 양해를 구하며 교우들께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마스크 은행을 개설하면 좋겠다 싶은 것이었다. 교우들께 다시 한 번 문자를 보냈다. “마스크 은행을 개설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시기, 이럴 때일수록 오병이어의 기적이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혹시라도 마스크를 교회에 기증을 하든지, 마스크를 .. 2020. 3. 12.
봄비, 얼마나 낮아지면('신의 날' Kol Nidrei) 신동숙의 글밭(106) 봄비, 얼마나 낮아지면('신의 날' Kol Nidrei) 온종일 봄비가 내립니다. 가장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비를 두고 떨어진다 하지 않고 내린다 합니다. 낮은 땅으로 가만가만 닿는 빗소리가 평온함을 줍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봄비는 말없이 가장 낮은 숨을 쉬며 이 땅을 하얗게 적십니다. 지난밤부터 마당으로 내리는 빗소리에, 온몸은 물기를 머금은 듯 아려옵니다. 그대로 마음이 가라앉으면 들뜨던 숨이 저절로 낮아집니다. 잔잔한 빗소리에 메마른 가슴에도 그리움이 흐르면, 앉은 자리 그대로 기도가 됩니다. 이 순간 쟈클린 뒤 프레(Jacqueline du Pre)의 첼로 연주곡인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Max Bruch, Kol Nidrei Op. 47)가 있다면 좋은 사우師友가 되어줍.. 2020. 3. 11.
엉뚱한 교리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22) 엉뚱한 교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져다 준 소소한 변화 중에는 건강에 관한 관심과 수칙도 있지 싶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기침을 할 때는 손이 아니라 팔등으로 가리고 한다. 독일에서 지낼 때 신기하게 바라보았던 그 모습이 잠깐 사이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그들은 재채기도 밖으로 내뱉지 않고 삼키는 형태로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가장 강조된 것이 있다면 손 씻기가 아닌가 싶다. 손 씻기야 말로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습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방송을 보다보니 한 출연자가 손 씻기에 대해 재미난 방법을 일러준다. 대충 씻지 말고 꼼꼼하게 씻으라며, 손을 씻을 때 ‘생일축하노래’를 두 번 부르라는 것이었다. 그 노래를 두 번 부를 만큼의 시간.. 2020. 3. 10.
어디서 예배를 드리든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21) 어디서 예배를 드리든 함께 모여 드리는 예배가 어찌 중요하지 않겠는가만, 예배가 중요하면 할수록 함께 모여 예배하는 것을 스스로 삼가는 것 또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가정에서 드리는 예배를 굳이 예배라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기도 하고, 이런 선택이 강요나 핍박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웃을 배려하고 사회의 아픔에 동참하는 자발적인 선택이라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억압에 의해 누군가의 발을 닦으면 굴종이지만, 자발적으로 닦아주면 사랑이다. 모두의 마음이 같을 수는 없는 법,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하여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서로의 선택을 비방하거나 조롱하는 일은 불필요한 소모전이라 여겨진다. 군에 입대하여 훈련을 받던 시절, 마음대로 예배할 수 없던.. 2020. 3. 10.
매화꽃 한 송이 신동숙의 글쓰기(105) 매화꽃 한 송이 한 잎의 얼굴 한 줄의 꽃술 기자와 목사와 신부와 스님과 음악가 꽃잎 한 장의 양심 다섯 잎이 모이면 어린 아이 노란 꽃술들 수두룩 안을 수 있다 매화꽃 한 송이 참 소복하다 2020. 3. 10.
만약에 우리집에 코로나19가 온다면 신동숙의 글쓰기(104) 만약에 우리집에 코로나19가 온다면 만약에 우리집에 코로나19가 온다면, 미리 준비를 해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듭니다. 현 정부의 정직한 대응책으로 철저한 방역과 확진자 동선의 투명한 공개가 잘 이루어지고 있고, 병원 의료진들의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치료와 다양한 사회 시설 등으로부터 격리 치료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전국에서 물심 양면으로 도움의 손길들이 이어지고 있고,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와 기침 예절을 온 가족과 이웃들이 다함께 잘 지키고 있으며, 다들 작은 만남과 모임과 생계를 위한 영업과 예배도 참아가면서 되도록 외출을 자제하고 있으며, 그런 정부의 발빠른 대응책에 든든한 믿음이 가다가도, 어디선가 불쑥불쑥 돌발 행동으로 계속해서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는 신천지 .. 2020. 3. 9.
그리운 오병이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20) 그리운 오병이어 그야말로 ‘대란’이다. 마스크를 구하는 것이 이리도 어렵고 소란스러운 일이 되고 말다니 말이다.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긴 줄이 만들어지고, 사재기를 하고, 급기야 정부까지 나서 일주일에 두 장씩 사도록 통제를 하다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마스크 대란 또한 전에 없던 일이지 싶다. 문득 그리운 장면이 있다.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났던, 바로 그 순간이다. 말씀을 듣느라 가는 시간을 잊었던 사람들, 먹을 것이 필요했을 때 한 소년이 드린 도시락 하나, 그것을 들고 기도하신 뒤 나눠주자 먹고도 남았다. 모두가 배불리 먹고도! 오늘 이 땅에 필요한 오병이어의 기적이 있다면 마스크 기적이 아닐까. 조금 참아도 되는 사람.. 2020.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