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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499

떡볶이와 보혈 신동숙의 글밭(4) 떡볶이와 보혈 ... "엄마, 떡볶이 시켜주세요!", 폰 너머로 딸아이의 목소리가 간절합니다. 저녁답 영어 학원 하나만 든 날에는 6시면 일찍 집으로 오는 날. 이런 날은 된장국, 김치찌게가 한 달에 두세 번 꼴로 떡볶이로부터 밀려나는 날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어릴 적에 떡볶이는 주로 아이들의 군겆질거리였답니다. 물오뎅, 꽈베기 도너츠, 군만두, 오징어와 고구마 튀김과 떡볶이. 간식 정도로 허기를 달래주던 떡볶이를 먹던 우리 세대가 성인이 되면서 떡볶이도 함께 성장한 것을 보게 됩니다. 매콤하고 얼큰한 각종 전골 요리에 쫀득한 떡볶이 떡은 빠질 수 없죠. 허름한 분식점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입가에 고추장을 묻혀 가며 오뎅 국물로 혀를 달래면서 먹던 간식. 어느 레스토랑에선 갖은 야채와.. 2019. 11. 23.
꽃자리 신동숙의 글밭(3) 꽃자리 거의 대부분의 사진이 제가 살고 있는 집과 작은 마당, 집 앞 강변의 풍경들입니다. 글감도 주로 일상의 소소하고 흔한 모습을 담다보니 사진도 그에 어울리는 소박하고 때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평범한 모습들이 대부분입니다. 신기하고 감사한 건, 손톱보다 작은 풀꽃, 땅을 구르던 낙엽 한 장도 사진으로 담아 놓고 보면은 이렇게 예뻤던가 싶어 새로운 눈을 뜨는 즐거움을 누리게 된답니다. 눈 여겨 보는 일. 아무리 작고 하찮은 대상도 마음을 기울이고 눈 여겨 보아주면 아름다운 순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사진을 통해서도 보게 됩니다. 며칠전에 벗님들의 포스팅을 읽던 중, 유난히 제 눈길을 끄는 사진이 한 장 있었습니다. 적힌 이름을 보니 분홍 동백꽃. 복사꽃보다는 연하고 매화꽃보다는.. 2019. 11. 22.
시詩 밥 신동숙의 글밭(2) 시詩 밥 ... 설익은 하루를 살아온 후 혼자 앉은 고요한 밤 아쉽고 부끄런 마음 걷어내고 무표정한 일들 걷어내고 밑바닥까지 내려갑니다 보물찾기 하는 아이처럼 그래도 바닥엔 누룽지 같은 감동이 눌러 붙어 있어서 돌돌돌 긁어 모으니 시밥 한 그릇은 나옵니다 2019. 11. 22.
줍기의 고결함 신동숙의 글밭(1) 줍기의 고결함 가로수 은행잎이 쪽빛 가을 하늘 가득 노랗게 피었습니다. 무딘 가슴까지 환한 노란빛으로 따뜻해져 옵니다. 어제 내린 가을비가 재촉하는 바람에 도로에는 일찍 떨군 은행잎이 노랗게 피어 폭신한 융단길을 내어줍니다. 너무나 많아서 일까요. 한 잎 주워서 더 가까이 손으로 만져보려는 마음일랑 접어둔채 그저 가던 걸음을 재촉할 뿐입니다. 인도로 내려앉은 은행잎은 발길에 소리 없이 밟히지만, 어쩌다 차도로 내려앉은 은행잎은 어김없이 짓이겨져 바람에 무겁게 날리울 뿐입니다. 어디로 어떻게 떨어져 생에 마지막 빛깔을 피울지는 바람에게 물어보면 대답을 들을 수 있을런지요. 노란빛으로 환했던 마음이 땅을 보며 걷는 동안에는 안쓰러움으로 그늘이 집니다. 땅으로 깔리는 그림자처럼. 하지만, .. 2019. 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