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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호의 '너른마당'89

말로 꽂는 비수(匕首) “함부로 말하는 사람의 말은 비수 같아도, 지혜로운 사람의 말은 아픈 곳을 낫게 하는 약이다.”(잠언 12:18) 말의 역할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단지 의사소통의 수단일 뿐인가? 그렇다면 어떤 의사도 다 소통되면 말의 역할은 다 한 것인가? 악한 의사를 소통해도 말은 중립적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 성서는 말의 역할을 의사소통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말은 언제나 생명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하여, 그것이 인간의 생명에 상처를 내는가, 아니면 앓던 병도 낫게 하는 능력인가로 판별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말들로 인간의 생명에 상처를 내고 살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뿐인가? 잘 나아가던 상처도 덧나게 함으로써 병통을 더욱 도지게 하고 만다. 그래서 신앙은 이 말의 훈련을 제일 중요한.. 2024. 10. 30.
예수는 밀실에 가둬 두고 광장으로 나서는 목사와 교인들 10월 27일, 그것도 종교개혁주일에 “악법을 저지하고 나라를 새롭게 하기 위해” 2백만 명이 모인단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벌이고 있는 한국교회는 예수가 길거리에 다니면서 세상을 둘러보는 것을 반가워할까? 또는 교회에 와서 목사들의 설교 듣기를 원하기는 할까? 예수께서 교회에 들어오시면, 거 누구요, 당장에 나가시오, 하지는 않을까? 왜 그런가 하면, 오늘날 한국교회를 보면서 예수께서는 틀림없이 아니 이런 강도들의 소굴을 봤나? 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내 아비지의 집, 만민이 기도하는 집을 장사하는 곳으로 타락시키고 말았구나, 하시면서 크게 역정을 내시지 않겠는가? 도대체가 우리 신앙인들은 예수님 앞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는 지경이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한국교회의 목사들은 많은 경우 예수님을.. 2024. 10. 22.
설교 베끼기, 위선의 깊이만 더해가고 좋은 설교가 널리 알려지고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새겨진다면 그것은 귀중한 일이다. 그런 차원에서 설교의 표절이나 복제가 행해지는 것은 하등 이상한 게 아니다. 설교자가 말씀의 증언자이며, 전도자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표절과 복제’라는 것은 어떤 의미로서는 피할 수 없는 일이기조차 하다. 애초부터 우리의 복음은 우리 자신의 창작물이거나 우리 자신의 특허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성서와 그에 얽힌 말씀의 내용을 여기저기서 포착하여 말씀 증언의 구성 요소에 포함시켜야 하고, 그로써 자신의 뜻보다는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자이다. 따라서, 표절이나 복제가 이미 있는 것을 따로 따내거나 본떠서 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이해한다면, 근본에 있어서 설교의 표절과 복제를 문제 삼을 수는 없는 것이다. 도리어,.. 2024. 10. 4.
설교자의 강단은 높아야 한다 설교와 관련한 인연은 깊고 오래되었다. 1992년 두란노서원에서 이라는 설교잡지를 만들 때 창간멤버로 들어간 후 얼마있지 않아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근 6년간 설교와 관련해 다양한 기획을 하기도 했다. '이 달의 설교자'라는 꼭지에서 꽤 많은 설교자를 인터뷰하면서 설교자들의 허와 실이 무엇인지 체득하기도 했다. 그 후 를 창간할 때 처음으로 ‘설교 비평’이란 악역(?)을 맡으면서, 독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접할 수 있었다. 전화로 이메일로 대화의 자리에서 설교 비평에 대한 지지를 비롯하여 적대적인 입장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방식의 반응들을 접했다. 글이 나간 후 격려의 글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비난 일색이었다. 당시만 해도 목사의 강단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성역’이었다. 지금은 여러분들이 저보다.. 2023. 8. 7.
사명을 망각한 자의 비운(悲運) 현재 촛불행동 상임대표로 있는 김민웅 목사의 설교 “어리석은 싸움, 진정한 목표”는 이스라엘의 분열이 솔로몬 이후 시작된 것이 아니라 다윗의 통치기에 이미 그 씨앗이 뿌려진 것을 주목하고 있다. 애초에는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세우라는 최고의 사명이 뚜렷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보다는 권력을 관리하고 이를 강화하는 것에 더 큰 관심을 둔 최고 권력자의 모순을 성서가 폭로하고 있음을 김민웅 목사는 일깨우는 것이다. 다윗과 솔로몬 왕조의 신화적 예찬에 집중하기 쉬운 해석과는 달리, 그는 이들의 본질적인 실패를 주시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예수운동의 진정한 목표를 조명하고 있다. 권력이 진실로 지향해야 할 바에 대한 문제제기다. 그가 택한 본문은 사무엘하 19장 40-43절로 다윗의 아들 압살롬의 반란이 진압된 .. 2023. 6. 26.
성공 바이러스 경계령 다시금 '깨끗한 부자'가 뜨는 모양이다. 하기사 실패를 좋아하고 성공을 거부할 사람이 있을까. 오늘날 우리는 이른바 “성공신화의 시대”를 살고 있는지 모른다. 인사는 “부자 되세요.”, 축복은 “성공하세요.”이다. 부자 되기를 마다하며, 성공하기를 꺼림칙하게 여기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한 때 이명박 장로의 경우도, “성공 하세요.”를 대선의 구호로 내세웠으니 말이다. 이 성공에 대한 열망과 맞서는 것은 어리석어 보이기도 한다. 당장에, “그렇다면 실패하란 말이냐?”라는 날카로운 반발이 나올 법 하다. 그러나 어떤 성공인지, 무엇을 위한 성공인지, 그리고 이 성공 이데올로기가 퍼지면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되는지 성찰하지 못하면 그건 성공이 아니라 보다 깊은 실패일 뿐이다.   롯은 아브라함과 결별하면서.. 2023. 6. 6.
자신의 욕망과 권력의 미망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이의 최후 김기석 목사의 “권력의 오만을 경계하라”는 설교는 이번에 출간한 에 실려 있다. 유다와 이스라엘의 분쟁, 그리고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유다가 이스라엘을 압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시리아와 동맹을 맺었던 상황, 그리고 결국 그런 선택이 자기 무덤을 파는 일로 가는 것을 경고한 것이다. 그 말씀의 핵심은 하나님의 뜻을 중심으로 사고하기보다는, 힘 위주의 발상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는 권력자의 비극을 보여 준다. 예언자들은 바로 이러한 권력자의 오만을 용기 있게 치고 들어가서 백성들의 진정한 안녕을 도모하는 역할을 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조차 권력자에 대해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설교가 주는 메시지는 자못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김기석 목사는 역대하 16장 7-10절의 말.. 2023. 6. 1.
한 순례자의 시선 이번에 출간한 《말씀 등불 밝히고》는 김기석 목사의 487편의 구약설교와 625편의 신약설교 중에서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까지 책별로 66편의 설교를 편집한 책이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김기석 목사의 글은 언제나 잔잔하면서도 풍요롭다. 그건 참 묘한 경험이다. 침착함 속에 넘치는 열정과 그저 무심한 듯 지나치는 것 같으면서도 깊숙이 응시하는 성찰의 힘을 느끼게 된다. 대단한 독서가로 알려진 그의 글에는 그의 독서 편련이 묻어나고, 그것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생사와 현실에 대한 생각의 무늬들이 그대로 손에 만져진다. 천 백여 편의 설교를 살피면서 편집한 이 책은 예수를 믿는 그의 삶과 성품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수행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행집이라고 하면, 얼핏 뭔가 어려운 고담준론(高談峻論).. 2023. 5. 5.
무엇이 생명을 살리는가? 사진/뉴스1 그 아이의 누이가 멀찍이 서서, 아이가 어떻게 되는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마침, 바로의 딸이 목욕을 하려고 강으로 내려왔다. 시녀들이 강가를 거닐고 있을 때에, 공주가 갈대 숲속에 있는 상자를 보고, 시녀 한 명을 보내서 그것을 가져오게 했다. 열어 보니 거기에 남자아이가 울고 있었다. 공주가 그 아이를 불쌍히 여기면서 말하였다. “이 아이는 틀림없이 히브리 사람의 아이로구나”. 그때에 그 아이의 누이가 나서서 바로의 딸에게 말하였다. “제가 가서 히브리 여인 가운데서 아기에게 젖을 먹일 유모를 데려다 드릴까요?” 바로의 딸이 대답하였다. “그래, 어서 데려오너라.” 그 소녀가 가서, 그 아이의 어머니를 불러왔다.(출애굽기 2:4-8) 사태는 매우 엄중했다. 갓 태어난 히브리 남자 아이는 발.. 2022. 1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