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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1157

하루 한 생각(79) 빈 한 글자로 된 우리말을 풀어낸 , 어떤 책인가 싶어 아무렇게나 책장을 펼쳤을 때, 대번 들어온 표제어가 ‘빈’이었다. 단 한 줄, 나머지는 비어 있었다. 비어있는 여백 자체가 ‘빈’을 말하고 있었다. 책에서는 ‘빈’을 이렇게 풀고 있었다. ‘휑하지만 않다면 가장 좋은 상태’ 휑하지만 '않다면'을 빼도 좋을, 빈! -한희철 목사 2019. 1. 31.
동네서점 하루 한 생각(38) 동네서점 처음으로 참석한 정릉2동 복지혐의체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 다들 저녁을 먹으러 간다고 가는 걸 나는 마주보이는 책방을 찾아갔다. 동네 한 구석, 서점이 있는 것이 반가웠다. 몇 번 차를 타고 오가며 보아둔 서점이었다. 동네 끝자락에 자리 잡은 서점,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보고 싶었다. 어둠 속에서도 불이 켜져 있는 서점 안에는 여주인 밖에는 없었다. 인사를 나누고 책 구경을 했다. 마침 낮에 종로서적을 들러 봐둔 책이 있었다. 라는 책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컴퓨터로 검색을 한다. “여기 와서 찾아볼래요?” 책이 있다고는 뜨는데, 어디 있는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책을 찾다가 이라는 책을 보았다. 우리말 중 한 글자로 된 낱말만을 골라 풀이한 책이다. “오늘은.. 2019. 1. 31.
손수 심으신 하루 한 생각(34) 손수 심으신 ‘주님께서 손수 심으신 나무들’ 정릉교회 제단에 걸려 있는 교회 표어이다. 문득 표어를 보며 눈물겨울 때가 있다. 우리가 하찮은 존재라 여겨질 때, 버려진 존재라 생각될 때, 모두에게 잊힌 존재다 싶을 때, 그게 아니라고, 여전히 거룩하신 분의 눈길과 손길이 닿고 있다고 짤막한 한 문장은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희철 목사 2019. 1. 31.
누군가 악보를 읽어 하루 한 생각(35) 누군가 악보를 읽어 ‘페친’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쓴다. SNS에 서툰 내게는 ‘폐를 끼치는 친구’라는 느낌도 있었던, 낯선 말이었다. 우연히 페친이 올린 사진을 보았다. 미국에 사는 분인데, 2015년 일리노이 어느 공원에서 찍은 사진이라 했다. 마른 수초가 호수에 비친 모습이겠다 싶다. 그런데 사진을 보며 대번 수초라 말하는 것은 도무지 도리가 아니다 싶다. 이응로 화백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을, 자연이 그려낸 추상화다. 놀라운 연주이기도 하다. 시간과 바람을 저보다 잘 표현한 악보가 어디에 있을까. 누군가 마음으로 악보를 읽을 사람이 있어 피아노를 치거나 교향곡으로 연주한다면 세상은 깊은 고요 속에 잠기리라. 사방 눈 내리듯 하늘 평화 임하리라. -한희철 목사 2019. 1. 31.
체온 2019. 1. 29.
나무를 심은 사람 하루 한 생각(31) 나무를 심은 사람 금요심야기도회, 교우들과 함께 영화를 보았다. 울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둔다는 말씀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마침 필리핀 단기선교를 다녀온 뒤이기도 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 것보다도, 앙드레 말로가 20세기의 프랑스 작가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았다는 것보다도, 장 지오노라는 이름은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한 작품만으로도 기억할 만한 이름이다 싶다. 장 지오노는 1895년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에서 구두를 수선하는 집의 아들로 태어났다. 워낙 집이 가난하여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는데, 17살 때는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5년 동안 전쟁터에 나가 싸우기도 했다. 그런 경험들이 모두 ‘나무를 심은 사람’에 녹아 있다. 평소 지오노는 자.. 2019. 1. 29.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하루 한 생각(29)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늘 앉는 책상 위 모니터 앞에는 서너 개 소품이 자리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는 딸이 선물한 것인데, 다음과 같은 글이 담겨 있다. “Some people make the world more special just by being in it.” ‘어떤 이들은 단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더욱 특별한 곳으로 만든다.’는 뜻이겠다. 맞다, 둘러보면 그런 이들이 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이들이 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추하게 만드는 이들이 있는 것처럼. -한희철 목사 2019. 1. 29.
봄꽃 하루 한 생각((28) 봄꽃 교우 한 분이 화분을 전해주었다. 볕 잘 드는 창가에 두었더니 어느 날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개나리를 닮은 노란 영춘화가 먼저 꽃을 피웠고, 이어 매화 꽃봉오리가 간지럼을 탄다. 꽃을 먼저 보는 즐거움을 누린다. 먼저 피었다고 으쓱대지 않는 꽃을. -한희철 목사 2019. 1. 27.
제단 촛대 하루 한 생각(27) 제단 촛대 예배당 제단 위 두 개의 촛대엔 예배 시간이 되면 촛불을 밝힌다. 불을 밝혀 예배하는 자리와 시간을 구별한다. 녹은 만큼 타오르는 촛불은 때마다 우리의 믿음과 삶을 돌아보게 한다. 촛대 아래 기도문을 적어두었다. 앞으로는 누가 불을 켜고 끄든지 짧은 기도를 바치기로 한다. “빛으로 오셔서, 우리를 고치고 살리소서.” “우리가 잠들 때에도, 주님은 빛이십니다.” -한희철 목사 2019.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