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희철의 '두런두런'1160

나비 하루 한 생각(33) 나비 가장 가냘팠지만 가장 강했던, 검버섯 번진 얼굴에 눈은 별빛 같았던, 부푼 꿈으로 하루가 짧았을 열네 살 나이에 전쟁터로 끌려가 8년 만에 돌아온, 환향녀 화냥년 아픔의 거죽 강요받은 침묵을 용기로 찢었던, 이 땅에 다시는 같은 고통 남기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양심을 돈과 바꾸지 않았던, 복된 아이(福童)라는 예쁜 이름을 가졌던, 김복동 할머니가 이 땅을 떠났다. 류연복 판화 할머니는 죽어 나비 되고 싶다 했다 한다. 나비처럼 날고 싶다 했다 한다. 이 땅에서의 걸음이 얼마나 무거우셨으면. 할머니는 이미 나비가 되어 이 땅을 난다. 할머니는 시대의 나비였고, 앞으로도 나비일 것이다. 내 히브리어 모르지만 기억하는 단어 하나, ‘나비’(NABI)란 ‘예언자’(預言者)! .. 2019. 2. 1.
말과 독(毒) 2019. 1. 31.
커다란 것을 기다리는 사람 하루 한 생각(37) 커다란 것을 기다리는 사람 “커다란 것을 기다리는 사람은 작은 것은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마르케스가 쓴 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지금 내가 기다리고 있는 커다란 것은 무엇일까? 어서 오지 않는다고 내가 힘들어하는 작은 것은 무엇일까? ㅡ한희철 목사 2019. 1. 31.
하루 한 생각(79) 빈 한 글자로 된 우리말을 풀어낸 , 어떤 책인가 싶어 아무렇게나 책장을 펼쳤을 때, 대번 들어온 표제어가 ‘빈’이었다. 단 한 줄, 나머지는 비어 있었다. 비어있는 여백 자체가 ‘빈’을 말하고 있었다. 책에서는 ‘빈’을 이렇게 풀고 있었다. ‘휑하지만 않다면 가장 좋은 상태’ 휑하지만 '않다면'을 빼도 좋을, 빈! -한희철 목사 2019. 1. 31.
동네서점 하루 한 생각(38) 동네서점 처음으로 참석한 정릉2동 복지혐의체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 다들 저녁을 먹으러 간다고 가는 걸 나는 마주보이는 책방을 찾아갔다. 동네 한 구석, 서점이 있는 것이 반가웠다. 몇 번 차를 타고 오가며 보아둔 서점이었다. 동네 끝자락에 자리 잡은 서점,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보고 싶었다. 어둠 속에서도 불이 켜져 있는 서점 안에는 여주인 밖에는 없었다. 인사를 나누고 책 구경을 했다. 마침 낮에 종로서적을 들러 봐둔 책이 있었다. 라는 책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컴퓨터로 검색을 한다. “여기 와서 찾아볼래요?” 책이 있다고는 뜨는데, 어디 있는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책을 찾다가 이라는 책을 보았다. 우리말 중 한 글자로 된 낱말만을 골라 풀이한 책이다. “오늘은.. 2019. 1. 31.
손수 심으신 하루 한 생각(34) 손수 심으신 ‘주님께서 손수 심으신 나무들’ 정릉교회 제단에 걸려 있는 교회 표어이다. 문득 표어를 보며 눈물겨울 때가 있다. 우리가 하찮은 존재라 여겨질 때, 버려진 존재라 생각될 때, 모두에게 잊힌 존재다 싶을 때, 그게 아니라고, 여전히 거룩하신 분의 눈길과 손길이 닿고 있다고 짤막한 한 문장은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희철 목사 2019. 1. 31.
누군가 악보를 읽어 하루 한 생각(35) 누군가 악보를 읽어 ‘페친’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쓴다. SNS에 서툰 내게는 ‘폐를 끼치는 친구’라는 느낌도 있었던, 낯선 말이었다. 우연히 페친이 올린 사진을 보았다. 미국에 사는 분인데, 2015년 일리노이 어느 공원에서 찍은 사진이라 했다. 마른 수초가 호수에 비친 모습이겠다 싶다. 그런데 사진을 보며 대번 수초라 말하는 것은 도무지 도리가 아니다 싶다. 이응로 화백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을, 자연이 그려낸 추상화다. 놀라운 연주이기도 하다. 시간과 바람을 저보다 잘 표현한 악보가 어디에 있을까. 누군가 마음으로 악보를 읽을 사람이 있어 피아노를 치거나 교향곡으로 연주한다면 세상은 깊은 고요 속에 잠기리라. 사방 눈 내리듯 하늘 평화 임하리라. -한희철 목사 2019. 1. 31.
체온 2019. 1. 29.
나무를 심은 사람 하루 한 생각(31) 나무를 심은 사람 금요심야기도회, 교우들과 함께 영화를 보았다. 울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둔다는 말씀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마침 필리핀 단기선교를 다녀온 뒤이기도 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 것보다도, 앙드레 말로가 20세기의 프랑스 작가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았다는 것보다도, 장 지오노라는 이름은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한 작품만으로도 기억할 만한 이름이다 싶다. 장 지오노는 1895년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에서 구두를 수선하는 집의 아들로 태어났다. 워낙 집이 가난하여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는데, 17살 때는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5년 동안 전쟁터에 나가 싸우기도 했다. 그런 경험들이 모두 ‘나무를 심은 사람’에 녹아 있다. 평소 지오노는 자.. 2019.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