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두런두런'1158 썩은 것이 싹 하루 한 생각(62) 썩은 것이 싹 ‘씨가 썩은 것이 싹’이라는 표현을 만났을 때, 걸음 멈추듯 마음이 멈췄다. 그 말은 이내 요한복음 12장 24절을 떠올리게 했다. “정말 잘 들어두어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공동번역) ‘씨가 썩은 것이 싹’이라는 말은 말씀 앞에서 이내 그리고 새롭게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또 하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썩다’ 할 때의 ‘썩’과 ‘싹’이라는 글자였다. 우연일까, 썩과 싹은 생김새가 비슷하다. 모음 ‘ㅓ’와 ‘ㅏ’ 밖에는 다른 것이 없다. 이미 글자에서 썩은 것이 싹이 됨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그것이 무엇이든 제대로 ‘썩’으면 ‘쑥’하고 ‘싹’이 돋는다. 오직 썩은 것만이 싹으로.. 2019. 3. 3. 때로는 하루 한 생각(61) 때로는 잘 될 거야 때로는 작은 격려가 잘 지내는 거지 때로는 작은 관심이 잘 해 왔잖아 때로는 작은 신뢰가 다시 숨을 쉬게 한다. 다시 길을 가게 한다. -한희철 목사 2019. 3. 2. 머잖아 우리는 하루 한 생각(60) 머잖아 우리는 볕 따뜻한 창가에 앉아 원로 장로님 내외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마치 소풍을 나온 것 같았다. 어쩌면 이야기는 연륜만큼 익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벼운 웃음 속에도 삶을 돌아보게 되는, 남은 시간을 헤아리게 되는 마음들이 담기고는 했다. 무슨 말 끝에 그랬을까,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이런 말을 했다. “머잖아 우리 모두는 천하의 바보가 될 거예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저는 시골에서 목회를 하며 돌아가시는 분들을 많이 지켜보았어요. 당시만 해도 목사가 염을 했고요. 마지막엔 정말 별 거 없더라고요. 사람이 죽으면 예외 없이 천하의 바보가 되요. 누가 왔다고 일어서지도 못하고, 울며 불러도 대답도 못하고, 칭찬한다고 웃지도 못하고, 욕한다고 화도 못 내고, 몸을 꽁.. 2019. 3. 1. 허물 하루 한 생각(59) 허물 몇 달째 공사가 길 건너편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제법 소음에도 익숙해졌다. 안식관을 새로 짓고 있는 것이다. 감리교에서 목회를 하다 은퇴한 여교역자들을 위한 공간, 낡은 건물을 헐어내고 새로 짓기 시작했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 건물 뒤편 언덕에 있던 나무들을 거반 없애고 말았다. 톱으로 자르기도 했고, 포클레인으로 쓰러뜨리기도 했다. 제법 큰 나무들로 어울렸던 언덕이 휑한 경사로 남았는데, 비가 오면 무너질까 싶었던지 널따란 청색 포장으로 덮어 이래저래 흉물스럽다. 그래도 경계의 끝, 언덕 꼭대기 부분의 몇 나무는 남겨두었다. 종종 까치며 직박구리와 같은 새들이 가지 끝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본다. 사람의 안식처를 만드느라 새들의 안식처를 베어버린, 부지중에 무지함으로 저.. 2019. 2. 28. 모래 한 알과 물 한 잔 2019. 2. 26. 전투와 전쟁 하루 한 생각(57) 전투와 전쟁 논쟁을 일삼는 수도자들을 꾸짖으며 수도원장은 말한다. “논쟁에서 이기는 것은, 전투에서는 이기고 전쟁에서는 지는 것과 같다.” 논쟁에서 이기는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다. 이겨도 지는 것이다. 더 소중한 것을 잃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끝까지 전투에서 이기려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전쟁의 승패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눈앞의 전투를 이기는 데만 급급하다. 원수가 같은 배에 탔다고 배에 구멍을 낼 수는 없다. 그랬다간 모두가 죽는다. 그런데도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서 배에 구멍을 내는 이들이 있으니 딱하다.전투에서는 이기고 전쟁에서는 지는, 기가 막힌 패배! -한희철 목사 2019. 2. 26. 어느 날의 기도 2019. 2. 25. 꿈꾸는 씨앗 하루 한 생각(55) 꿈꾸는 씨앗 1985년이었으니 얼추 35년 전의 일이다. 정릉에서 멀지 않은 미아중앙교회에서 1년간 교육전도사로 지낸 적이 있다. 토요모임에 모이는 학생들에게 매주 한 편씩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콘크리트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라는 망치를 들기로 했다. 워낙 벽이 두꺼워 아무 일도 없을지, 소리만 낼지, 그러다가 금이 갈지, 무너질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일이다 싶었다. 아마도 동화를 그 중 많이 썼던 시기는 그 때일 것이다. 내 목소리가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 땐 동화를 썼으니까. 정릉교회 목양실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면 사방이 아파트다. 병풍도 저런 병풍이 없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만 해도 북한산이 눈앞에 선명했고, 봄이 되면 붉은 진달래로 눈이.. 2019. 2. 22. 상상력과 사랑 하루 한 생각(53) 상상력과 사랑 우리가 보는 달은 달의 한쪽 얼굴뿐이라 한다. 달의 자전시간과 공전시간이 지구와 같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상에, 지금까지 인간이 본 달이 달의 한쪽 얼굴뿐이었다니! 중국 우주선 창어4호가 달의 뒷면에 내렸다.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한다. 달의 이면이 미답의 땅으로 남았던 것은 통신 문제 때문이었다. 그곳에서는 지구와의 통신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런 난제를 극복한 중국의 과학 발전이 놀랍게 여겨진다. 통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췌치아오라는 위성을 발사했고, 그 위성이 지상 관제소와 창어4호 사이의 통신을 중계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달의 이면에 발을 디딘 것이 어디 과학의 발전뿐이었을까? 그런 성과를 얻은 데에는 과학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있.. 2019. 2. 21. 이전 1 ··· 103 104 105 106 107 108 109 ··· 1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