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두런두런'1158 춤 하루 한 생각(11) 춤 나는 춤을 모른다. 춤을 춰 본 적도 없고, 따로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어쩌면 나는 춤과 술을 모르는 만큼 생의 즐거움과 거리를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춤을 모르는 몸치라는 것은 몸만 굳은 것이 아니라 마음이 굳었다는 것, 몸도 마음도 유연하지 못하고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 나에게 춤의 의미를 일러준 이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이다. 였다. 죽은 아들을 백사장에 뉘이고 그 앞에서 춤을 추는 조르바에게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다. 그 때 조르바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내가 춤을 추지 않았다면, 나는 정말로 미쳤을 것이다.” 그것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마음속 응어리든, 희열이든, 분노든, 사랑이든, 언젠가 한 번은 마음 가는대로 춤을 춰 보고 싶다.. 2019. 1. 10. 쉼표 하루 한 생각(8) 쉼표 “나는 음표는 몰라도 쉼표 하나는 다른 연주자들보다 잘 연주할 수 있다.” 이성복 시인의 책을 읽다가 만난 한 구절, 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라 한다. 문득 그렇게 말한 연주자의 연주가 듣고 싶다. 음표보다도 쉼표의 연주에 더욱 귀를 기울이면서. 말과 생각을 빈틈없이 채우는 사람이 아니라 여백을 말하고 여백을 남기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행간을 읽을 줄 알고 행간을 남기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 한희철 목사 2019. 1. 8. 시(詩)란 하루 한 생각(5) 시(詩)란 어려워서, 가벼워서, 이래저래 시가 시시해진 세상, 시를 읽거나 쓴다는 것은 생각의 난해함이나 미숙함을 가리는 것이 아니다.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무례한 비약이나 과장이나 생략이 아니다. 버릴 걸 버려 마침내 본질에 닿는 것이다. ‘마침내’는 ‘단번에’이기도 하다. 게으름이나 주저함과는 거리가 있다. ‘詩’란 ‘언어(言)의 사원(寺)’,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을 그렇게 말하는 것, 침묵과도 말없이 마음이 통해 마침내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으로 대면하는 것이다. 눈물로 얼싸안는 것이다. -한희철 목사 2019. 1. 5. 만절필동(萬折必東) 하루 한 생각(4) 만절필동(萬折必東) 새로 부임한 정릉교회의 홈페이지가 페이스 북과 연동이 된다는 말에 페이스 북을 시작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반응을 모르고 지나가는 것은 결례일 수 있겠다 싶었다. 안 하던 것을 시작하고 나니 당황스러운 일들이 있다. 그 중 당황스러운 것은 설교 영상이 공개되는 것이다. 아무리 그동안의 관례라지만 설교를 하고나면 금방 페이스 북에 올라간다. 그것도 1부, 2부, 오후예배가 즉시. 지금까지 목회를 하며 설교를 교회 홈페이지에 올리자는 의견들을 고집 부려 피해왔다. 그러다가 큰 양보를 하여 받아들인 것이 음성만 올리는 것이었다. 영상이든 음성이든 설교를 올리는 것은 말씀의 확장이라기보다는 말씀을 가볍게 하는 일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언제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말씀을 .. 2019. 1. 4. 나는 지구에 돈 벌러 오지 않았다 하루 한 생각(3) 나는 지구에 돈 벌러 오지 않았다 , 김영광 시인이 낸 산문집 제목이다.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설교 시간에 소개한 적이 있다. 두 가지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지구에 00하러 오지 않았다, 나는 지구에 00하러 왔다. 제목이 마음에 닿았을까, 몇 몇 교우들이 책 제목 이야기를 했다. 시간이 지난 후에 말이다. 마음에 남는 것은 따로 있다. 때로는 의외의 것이 남기도 한다. - 한희철 목사 2019. 1. 3. 겨울 나그네 하루 한 생각(2) 겨울 나그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모르지 않는다. 이번 겨울을 지나면서도 몇 번인가 노래를 들었다. 들을 때마다 음습하고 을씨년스러운 독일의 겨울이 펼쳐진다. 하지만 몰랐다. 겨울 나그네가 한 시인의 시에 붙인 곡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 시인이 빌헬름 뮐러라는 건 잊고 있었다. 전혀 몰랐던 것도 있었다. 겨울 나그네가 ‘낯선 이로 왔다가 낯선 이로 간다네.’로 시작된다는 것, 그리고 다음과 같이 끝난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저편 마을 한 구석에 거리의 악사가 서 있네. 얼어붙은 손가락으로 손풍금을 빙빙 돌리네. 맨발로 얼음 위에 서서 이리저리 몸을 흔들지만 그의 조그만 접시는 언제나 텅 비어 있어. 아무도 들어줄 이 없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네. 개.. 2019. 1. 2. 강가 갈대 하루 한 생각(1) 강가 갈대 절실하지 않은 것들을 그리워하지 말자 절박하지 않은 것들을 기다리지 말자 약하면 약한 대로 허술하면 허술한 대로 강물보다 긴 침묵의 뿌리를 사랑하자 짧은 하루해보다 긴 서늘한 그늘을 안자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며 성급함과 어설픔 강물로 지우는 강가 갈대처럼 - 한희철 목사 2019. 1. 1. 걷기를 마치며 한 마리 벌레처럼 가는, ‘걷는 기도’(45) 걷기를 마치며 갑자기 배가 고팠다. 그동안은 일부러라도 허기와 친해지고, 거친 밥과 친해지고, 불편한 잠자리에 친해졌던 시간들, 그런데 일정을 모두 마치고 나자 잊고 있었던 것이 떠오르듯 허기가 밀려왔다. 인근에 있는 식당을 검색해서 찾아갔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을 먹으라 했다고, 당신이 사는 것이라며 아내는 장모님의 뜻을 전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이라는 말 한 마디면 족했다. 무얼 먹어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 그런 마음으로 식사를 했다. 식당으로 가는 길, 뭔가 이상했다. 규민이가 차를 운전하는데 자동차의 속도가 낯설게 다가왔다. 두 발로 걷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너무나 쉽게 너무나 많은 것들이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 2017. 12. 26. 마지막 걸음 한 마리 벌레처럼 가는, ‘걷는 기도’(43) 마지막 걸음 〈세익스피어 맥베드에 “숲이 움직이면 전쟁을 준비해야 된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지금 걸어 내려오시는 그 벌판 가득 중공군이 풀을 꽂고 남하할 때 임진강 건너 영국 크러스터 대대는 그 대목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 벌판에서 한 많은 임진강 전투를 생각하시면 덜 피곤하실 겁니다. 신장남교는 새로 놓은 것이고, 옛날 다릿발 하나를 우기고 우겨서 남겨놓았습니다.(2월까지 있었는데, 아직 있겠지요.) 그 다리 밑 두지나루에 황포돛배가 있었는데 돈벌이가 안 되니까 없앤 모양입니다. 요샌 북한이 황강댐을 열었다 닫았다 물장난을 하는 바람에 임진강 황복은 고사하고 참게까지 최악의 세월이랍니다. 혹시 宗漁라는 물고기를 아세요? 다음에 뵐 때 얘기해 드릴게요.>.. 2017. 12. 21. 이전 1 ··· 109 110 111 112 113 114 115 ··· 1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