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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질하지 말라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7) 도적질하지 말라 - 어느 고백에 관한 이야기 - 단순히 유괴하지 말라는 계명인가? “도둑질하지 말라.”는 계명은 뜻이 분명해서 다른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어 보인다. ‘이토록 당연한 걸 굳이 계명으로 삼아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이 계명을 세 번만 소리 내서 읽으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도둑질하지 말라고? ‘무엇을’ 도둑질하지 말라는 뜻인가? 이 계명에는 목적어가 없다! 아무리 십계명이 법정에서 사용되는 법률이 아니라 해도 그렇지, 적어도 도둑질의 목적어는 있어야 하지 않나! 안 그런가? 본래 이 계명은 유괴하지 말라는 뜻이었단다. ‘사람 도둑질’ 하지 말라는 말이다. “사람을 유괴한 자는 그 사람을 팔았든지 자기가 데리고 있든지 반드시 사형에 처하여야.. 2015. 10. 25.
자기를 사랑함, 생각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딸들에게 주는 편지(3) 자기를 사랑함, 생각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바람이 임의로 불매 네가 그 소리는 들어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나니 영으로 난 사람도 다 그러하니라”(요한복음 3:8). 사람이 살면서 직면하는 모든 경험은 그 사람의 인생의 내용이자 그에 대한 공부다.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이 ‘인간은 자연 중에 가장 약한 한 줄기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고 했을 때, 두 가지를 말한다. 갈대와 생각! 갈대의 생각은 흔들림이고 흔들림은 갈대의 본질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냥 갈대(흔들림, 생각)가 아니라 생각하는 갈대다. 이렇게 바꿀 수 있다. ‘인간은 무의미한 생각들에 불과할지라도 그것들을 개관(槪觀, 생각)함으로써 전혀 다른 .. 2015. 10. 24.
히틀러는 어떻게 국민을 홀렸나? 꽃자리의 종횡서해(16) 히틀러는 어떻게 국민을 홀렸나? - 다카다 히로유키의 《히틀러 연설의 진실》 - ‘히틀러의 연설’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세워 공중에서 자잘하게 흔들면서 뭔가 위협적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르는, 약간은 우스꽝스러워 보이면서도 히스테릭한 모습’이 아닐까. 하지만 독일 국민을 홀린 히틀러 연설의 진실은 따로 있다. 일본의 독문학자인 다카다 히로유키는 1919년 10월 뮌헨의 맥주홀에서 했던 첫 연설부터 1945년 1월 총통 지하 방공호에서 녹음한 최후의 라디오 연설까지, 25년에 걸쳐 쏟아낸 히틀러의 연설문들을 컴퓨터로 계량분석하여 ‘히틀러 연설 150만 단어’ 데이터를 완성했다. 《히틀러 연설의 진실》은 그 데이터를 토대로 히틀러 연설을 언어적.. 2015. 10. 23.
국정교과서, 사무엘의 혼백을 불러올리랴? 천정근의 어디로 가시나이까(15) 국정교과서, 사무엘의 혼백을 불러올리랴? 큰딸과 함께 영화 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 영화엔 영조와 사도세자 그리고 정조의 삼대가 등장한다. 마지막 정조의 등장은 불행한 아버지에 대한 미화인가, 아니면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대한 화해일까? ‘자식이 출세하면 붓으로 조상을 키운다’는 말이 있다. 정조의 아버지 추숭은 사도세자에 대한 미화일 가능성이 많다. 사실적 기록에 따르면 사도세자는 도저히 그대로 왕위를 이을 만한 정신상태가 아니었다니까. 그러나 적어도 영화에서 정조의 분량은 파괴된 역사의 화해를 말하는 듯하다. 예술가의 입장에서 감독은 아마도 이것을 화해라 제시하려는 듯하다. 감독의 의도야 어쨌든 정조대왕의 아버지 존숭은 개인적으론 자신의 과거와의 화해일 수 있을 것이.. 2015. 10. 20.
내 눈이 눈물샘이라면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29) 내 눈이 눈물샘이라면 “어찌하면 내 머리는 물이 되고 내 눈은 눈물 근원(根源)이 될꼬 그렇게 되면 살륙(殺戮) 당(當)한 딸 내 백성(百姓)을 위(爲)하여 주야(晝夜)로 곡읍(哭泣)하리로다”(예레미야 9:1). 우연히 헌책방에서 만난 ‘강아지 똥’ 동화를 읽은 뒤로 동화가 참 좋은 그릇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뒤로 동화를 찾아 읽고 써왔다. 동화는 나이 오십이 넘어서야 쓰는 것이라는 권정생 선생님의 말도 좋았다. 인생에 대해서 뭔가를 안 다음에 써야 한다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젊은 시절부터 동화를 썼던 것은 그저 내 마음에 찾아온 이야기를 스케치하듯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가장 먼저 쓴 동화는 ‘소리새’이다. 시대의 어지러움을 두고 .. 2015. 10. 19.
종교와 음식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33) 종교와 음식 요즘 미디어에는 요리와 음식관련 프로그램이 차고 넘친다. 한식, 양식, 중식, 패스트푸드 등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전국을 넘어 전 세계의 맛집이란 맛집은 모두 정복하고야 말겠다는 자세로 요리 관련 이야기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조리하는 이들도 언제부터인가 ‘쉐프’란 고상한 외래어로 수식되며 오래 수련 끝에 획득한 현란한 손기술을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시전하며 터져 나오는 관객들의 감탄사를 즐기고 있다. 뭐 특별한 일도 아니다. 소득 수준이 어느 정도에 도달하게 되면 사람들은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기왕이면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식당에서 행복한 서비스를 받고 싶은 것이 당연한 사람의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음식.. 2015. 10. 16.
화(和)의 영이여, 오소서!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35) 화(和)의 영이여, 오소서! - 전집 5권 『일기 I』 1932~33년 일기 - 설마 진짜로 그럴까, 했다. 물론 지난 문명사에 뒷걸음질 친 사례들이 없지 않았으나, 그래도 길게 보면 점차로 ‘앞으로 나아간’ 것이 역사였기 때문이다. 물론 시대마다 기득권자들은 그 ‘나아감’에 저항하다 결국 큰 흐름을 막지 못하고 가장 늦게 승차해오긴 했다. 그래도 그렇지. 과거사의 해석에 있어 단 하나의 ‘정답’은 없는 법이라고, 남아 있는 기록 자체가 이미 ‘승자들의 것’이기에, 과거의 역사를 해석하는 일은 더 많은 시각과 해석을 요하며 중층적이고 입체적인 ‘읽기’를 허해야 한다고, 나는 그렇게 배워왔는데… 군주제였던 조선 시대의 왕들도 안하던 일을 하겠다 한다. 역사 해석은 1차적으로.. 2015. 10. 15.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34)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하나님은 만물을 사랑하시되 피조물로 여기지 않고 하나님으로 여겨 사랑하십니다. 몇 해 전이던가. 산과 들에 녹음이 우거질 무렵, 교우 가정에 초상이 났다. 나는 장례식 주례를 부탁받고 꽤 먼 거리였지만 교우 가정의 선산까지 따라갔다. 하관식을 마치고 작은 산등성이로 허위허위 올라가 둥근 봉분 만드는 걸 내려다보며 잠시 앉아 쉬고 있는데, 귀밑머리가 하얀 교우가 다가와 이파리가 딱 두 잎 달린 어린 단풍나무 한 그루를 쑥 내밀었다. 하관식을 하는 동안 산을 돌아다니다가 캤는데, 집에 가져가서 화분에 심어서 키워보라고! 그러면서 교우는, 이미 작고한 자기 모친에게 들었다며 어린 단풍나무에 얽힌 이야기 한 자락을 풀어놓았다... 2015. 10. 13.
자책이 전부일 수는 없다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28) 자책이 전부일 수는 없다 “너는 또 그들에게 말하기를 여호와의 말씀에 사람이 엎드러지면 어찌 일어나지 아니하겠으며 사람이 떠나갔으면 어찌 돌아오지 아니하겠느냐 이 예루살렘 백성(百姓)이 항상(恒常) 나를 떠나 물러감은 어찜이뇨 그들이 거짓을 고집(固執)하고 돌아오기를 거절(拒絶)하도다 내가 귀를 기울여 들은즉 그들이 정직(正直)을 말하지 아니하며 그 악(惡)을 뉘우쳐서 나의 행(行)한 것이 무엇인고 말하는 자(者)가 없고 전장(戰場)을 향(向)하여 달리는 말 같이 각각(各各) 그 길로 행(行)하도다 공중(空中)의 학(鶴)은 그 정(定)한 시기(時期)를 알고 반구(班鳩)와 제비와 두루미는 그 올 때를 지키거늘 내 백성(百姓)은 여호와의 규례(規例)를 알지 못하도다.. 2015.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