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86 갈망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64) 갈망 한 지인의 집을 방문했을 때, 벽에 걸려 있는 옛 시 하나가 눈에 띄었다. 竹影掃階塵不動 月輪穿沼水無痕 ‘죽영소계진부동 월륜천소수무흔’, 더듬더듬 뜻을 헤아리니 ‘대나무 그림자가 계단을 쓸어도 먼지 하나 일어나지 않고, 둥근 달이 연못을 뚫어도 무엇 하나 흔적 남지 않네.’ 쯤이 될 것 같았다. 문득 대나무 그림자 앞에 선 듯, 호수를 비추는 달빛 아래 선 듯 마음이 차분해진다. 대나무 그림자 출렁이듯, 순한 달빛 일렁이듯 마음으로 찾아드는 갈망이라니. 먼지 하나 없이 마음 하나 쓸고 싶은. 물결 하나 없이 마음 하나 닿고 싶은. 2020. 4. 23. 그때나 지금이나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63) 그때나 지금이나 “역사상 지금보다 더 자주 예수님의 이름을 들먹이면서도, 그분의 삶의 내용과 가르침을 이토록 철저하게 무시한 때는 없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브래넌 매닝의 번역본 초판이 발행되었을 때가 2002년, 그가 위의 문장을 쓸 때가 정확히 언제쯤이었을지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속박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속박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규명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를 속박하는 것은 ‘번영의 복음’(Prosperity Gospel)이다.” 우리를 속박하고 있는 것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때나 지금이나! 2020. 4. 21. 소나무와 차나무 신동숙의 글밭(134) 소나무와 차나무 강변 둑으로 어린 쑥이 봄 햇살에 은빛으로 살랑이던 2월의 어느 날. 4살 딸아이의 조막손을 잡고 찾아간 곳은 다도원茶道院입니다. 그날부터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가 되면 한 손엔 앵통(차 바구니)을 한 손엔 딸아이의 손을 잡고서 차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예다법이 제 몸에 익숙했던 건 어려서부터 귓전에 울리는 일명 부모님의 잔소리,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껏 귓전을 따라다니는 부모님의 음성인 터라 형님들은 처음인데도 잘한다며 이뻐해 주셨고요. 제 나이 32살 무렵이라 다들 저한테는 어머니나 이모 연배셨기에, 선생님이 애초에 저보고 형님이라 부르라 하시며 미리 호칭을 정해 주셨던 것입니다. 언니도 아니고 이모도 아닌 그 형님이라는 호칭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 2020. 4. 21. 감나무와 가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62) 감나무와 가지 감은 새로운 가지에서만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옛 가지에서는 절대 안 맺는다는 것이다. 옛 가지에서는 촉만 나올 뿐, 촉에서 나온 새로운 가지가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다. 도시의 삶을 등지고 시골로 들어가 성실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가, 그간 눈여겨 본 것을 들려주는 것이니 충분히 신뢰할 만한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들으며 퍼뜩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우리가 믿음의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옛 가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지난해에도 맺었으니 올해에도 맺을 거라 안일하게 생각하며 새 가지를 내지 않기 때문에 열매를 맺을 수가 없는 것이다. 열매 맺기를 원한다면 옛 가지에서 촉과 같은 눈을 떠야 한다. 그 눈에서 .. 2020. 4. 21. 푸른 잎사귀 신동숙의 글밭(133) 푸른 잎사귀 봄바람에 지는 꽃잎은 고요히 눈을 감는다 꽃 진 자리에 돋는 새순은 순한 귀를 연다 가만가만 꽃잎이 눈을 감으면 공평하게 열리는 푸른 잎사귀 여리고 순한 귀를 기울여 투명한 하늘에 대본다 2020. 4. 20. 예수의 여자의게 대한 태도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61) 예수의 여자의게 대한 태도 아내의 할머니가 남기신 중에는 1933년 2월 16일에 발행한 것이 있다. 미감리교회 슈원디방 부인셩경강습회장이었던 밀러 선교사가 발행한 것이다. 그 해 에 적힌 강습과정이 두 개인데 과목이 특이하다. 하나는, ‘예수의 재림’이고 다른 하나는 ‘예수의 여자의게 대한 태도’이다. 예수가 여자를 어떻게 대했는지가 강의의 주제였으리라 짐작이 된다. 1933년이라면 지금으로부터 까마득한 세월, 당시의 사회가 여자들을 어떻게 대했을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이 된다. 남자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불공평한 일들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사회 속에서 예수가 여인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공부하는 것은, 얼마나 혁신적인 일이었을까 싶다. 여자들은 그 과목을 공부하며.. 2020. 4. 20. 나를 보호하여 주옵소서 조진호와 함께 하는 바흐의 마태수난곡 순례(20) BWV 244 Matthäus-Passion/마태수난곡 No. 21 나를 보호하여 주옵소서 마태수난곡 2부 37~38번마태복음 26:57~59음악듣기 : https://youtu.be/i0EMLkRlswE37(31)내러티브레치타티보57. Die aber Jesum gegriffen hatten, führeten ihn zu dem Hohenpriester Kaiphas, da nun die SchriftgeIehrten und Ältesten sich versammlethatten. 58. Petrus aber folgete ihm nach von ferne, bis in den Palast: des Hohenpriesters; und ging hinei.. 2020. 4. 19. 남동생은 의리, 누나는 정의, 가정엔 평화를 신동숙의 글밭(132) 남동생은 의리, 누나는 정의, 가정엔 평화를 여야의 거센 돌풍 속에서 21대 총선을 치른 후 이전보다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기대했던 결과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지도상으로는 파란색이 더 많이 보였기에 그래도 한국은 희망이 있습니다. 선거 전에 울산의 어느 시장 상인의 인터뷰에서 "나라를 팔아 먹어도 저는 새누리당이예요."라고 해서 파문을 일으킨 곳이, 바로 제가 살고 있는 마을입니다. 처음엔 상인의 말에 저 역시 참 기가 찬다 싶었습니다. 어리석어도 그 만큼 어리석을까 싶은 답답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살고 있는 울산은 다른 세상, 이상한 나라가 아니라 평범하고 선한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마을입니다. 총선 전날 부산에 살고 있는 남동생의 네 식구가.. 2020. 4. 19. 지키지 못한 약속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60) 지키지 못한 약속 아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름다운 삶을 사셨다. 바쁘게 농사를 지으면서도 누가 아픈 사람이 있다 하면 한달음에 달려가 기도를 해주셨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이는 아예 집에서 함께 지내며 나을 때까지 기도를 계속해 주셨다. 그 때 회복된 분 중에 지금도 생존해 계신 분들은 두 분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다. 문전옥답을 예배당 터로 바치신 것도 두 분께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만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워진 교회가 수원 고색동 인근에 여럿이다. 돌아보면 직분이 장로였을 뿐, 목회자 이상의 역할을 하신 것이었다. 화성지역을 오가는 선교사들을 모시는 것도 할머니의 몫이었다. 선교사가 재래식 화장실을 힘들어하여 늘 요.. 2020. 4. 19. 이전 1 ··· 132 133 134 135 136 137 138 ··· 2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