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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도장(道場 )깨기 딸들에게 주는 편지(7) 인생은 도장(道場) 깨기-말들의 진실- 1. 공자(孔子)께서 자공(子貢)에게 말씀하셨다. “사(賜)야, 너는 뛰어난가보구나. 나는 그럴 겨를도 없는데.”(《논어》, 「헌문(憲問)」편). 곧잘 자기의 입장에서 타인들을 평가하고 비교하길 좋아하는 의기양양한 제자의 허를 찌른 것이다. 아무리 입버릇처럼 거리낌 없이 남의 비평을 해댔기로 되 주고 말을 돌려받자 한 짓은 아니었을 터. 면전에서 스승님께 정면 디스(diss)를 당했을 때 자공의 낯은 어땠을까? 자공의 뒷담화와 달리 예기치 못한 순간 상대의 안면을 직격하는 인간실격선언의 스트레이트(straight)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방망이처럼 정수리 복판에 작렬해 심장 속 양심에서 폭발한다. 위급한 마음을 모면할 길이 없어 어떤 말을 임.. 2017. 10. 17.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들 한 마리 벌레처럼 가는, ‘걷는 기도’(36)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들 뜻이 있어 그렇게 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걷는 기도의 일정은 열하루로 정해졌다. 주일 지나 월요일에 길을 떠났고, 길 떠난 다음 주 금요일에 말씀을 나눌 신우회 예배가 있어 목요일까지는 돌아와야 했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열하루의 일정이 정해질 수밖에 없었다. 고성의 명파초등학교에서 파주의 임진각까지의 거리를 열하루의 일정으로 나누니 조금 무리다 싶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주 불가능한 거리가 아니었던 것도 일정을 정하는데 있어 큰 몫을 했다. 일정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채 길을 떠났는데, 곰곰 그 의미를 생각한 이들이 있었다. 같은 지방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천성환 목사님은 길을 걷고 있는 내게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주었다. .. 2017. 10. 14.
지혜의 문장을 들어야 하는 이유 김순영의 구약 지혜서 산책(10) 지혜의 문장을 들어야 하는 이유 문학성과 예술성을 삭제한 논리적 용어가 학술적 가치를 드높이고 학문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믿는 세계가 있다. 지식을 다루는 학자들의 세계다. 그 세계의 문장들은 길고 감동 없기 일쑤다. 나도 어느새 문학적인 감수성과 예술성, 그리고 상상력을 살려내지 못하여 심미성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독자가 되어 있다. 독자로서의 시간이 길어지면 저자가 되기도 하는데, 가끔 단 한 줄 문장도 마음을 동요시키지 못할까봐 두렵다. 그럼에도 이 틈바구니에서 신학적인 것에 문학성을 녹여 서로의 자양분이 된 글쓰기를 꿈꾼다. 운율과 리듬, 비례와 조화가 어우러진 구약 지혜서 문장의 숭고한 아름다움처럼. 구약 지혜서의 문장은 오랜 세월 갈고 닦여진 함축적인 아름.. 2017. 10. 11.
혼자 드린 예배 한 마리 벌레처럼 가는, ‘걷는 기도’(35) 혼자 드린 예배 걷는 기도의 일정이 열하루였으니 도중에 주일이 한 번 들어 있었다. 떠나기 전부터 고민이 되었다. 주일이 되면 걷기를 멈추고 교회로 돌아와 예배를 드려야 할까, 그런 뒤에 다시 걷기를 이어거야 할까, 아니면 계속 걸을까…, 그러다가 결정을 내렸다. 계속 걷기로 했다. 주일 예배 설교를 부목사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래도 되는지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걱정할 일로 여겨지지 않았다. 결정을 내리고 나니 또 하나 이어지는 고민, 그렇다면 걷다가 만나게 되는 주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그러다가 그것도 결정을 내렸다. 그것 또한 결정을 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혼자서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일정을 보니 주일을 맞게 되는 곳은 화.. 2017. 10. 10.
거미의 유머 한 마리 벌레처럼 가는, ‘걷는 기도’(34) 거미의 유머 익살스러운 농담이나 해학(諧謔)을 뜻하는 ‘유머’는 막혔던 숨을 탁 터뜨리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지 싶다. 마치 물속에 잠겨 한동안 숨을 쉬지 못했던 이가 물 밖으로 나오며 참았던 숨을 토해내는, 그런 순간처럼 말이다. 답답하게 닫혀 있던 문이 활짝 열려지는 것과도 같아서 내내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을 단번에 이해하는 순간이기도 하고, 견딜 수 없었던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하는 순간이기도 하고, 도무지 긍정할 수 없었던 것을 웃음으로 긍정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수피령은 만만한 고개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심장이 파열될 것 같은 걸음을 이어가야 했다. 한 유머 강사는 그의 책에서 ‘당신은 테러리스트인가, 유머리스트인가?’를 묻고 있는데, 그의 .. 2017. 10. 1.
거기 영원히 서있는 땅의 사람이여 김순영의 구약지혜서 산책(9) 거기 영원히 서있는 땅의 사람이여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삶은 시작과 끝이라는 양극성을 품고 있다. 전도서 저자 코헬렛(전도자)은 일찍이 자연세계의 순환하는 질서와 반복되는 인간 역사에서(전도서 1:4-11) 양극의 운동을 살폈다. 그는 자연과 인간의 역사가 양극 사이를 끝없이 오가지만 언젠가 그 끝이 존재함을 인식했다. 무엇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 아닌가. 코헬렛은 우주와 인류 역사의 종말을(12:1-8) 내다보면서도 끊임없이 순환하는 자연의 길과 새로울 것 없는 인류 역사의 흐름을 살펴 땅에 속한 사람이 어떠해야함을 깨우치게 했다. 그 방식은 선동적인 설득으로 굴복시키고야마는 연설이나 주입식 설교조의 말도 아니다. 간결해서 아름다운 시의 언어다. 코헬렛은 ‘해 .. 2017. 9. 26.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한 마리 벌레처럼 가는, ‘걷는 기도’(33)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깊은 산중으로 이어지는 길, 걸어도 걸어도 사람이 보이지를 않았다. 그런 외진 곳에 가게가 있을 리는 만무한 일이었고, 물 없이 길을 나선 나는 점점 심해지는 목마름을 어렵게 견뎌내야 했다. 원래 사람이 없는 곳인지, 날이 무더워 밖으로 나오지를 않은 것인지 한 사람을 만나기가 이렇게도 어려울 수가 있구나 싶을 정도였다. 정 안 되면 계곡물이라도 마셔야지 생각하고 있을 때 마침내 사람을,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길가 밭에서 한 중년의 남자가 일을 하고 있었다. 외진 곳에서, 목이 말라 고통스러울 때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그렇게 반가울 줄이야. “물 좀 마실 수가 있을까요?” 아마도 나는 “안녕하세요!”나 “수고하십니다.”라는 인사보다도.. 2017. 9. 24.
물 없이 길을 간다는 것 한 마리 벌레처럼 가는, ‘걷는 기도’(32) 물 없이 먼 길을 간다는 것 단순한 실수가 중요한 실수가 될 때가 있다. 가볍고 단순하다 싶어도 실수의 결과가 치명적인 것들이 있다. 그 날 일도 그 중의 하나였다. 화천에서의 숙소는 생각지 못한 곳으로 정해졌다. 화천읍내에 도착을 해서 보니 거리마다 군인들이 가득했다. 삼삼오오 군인들끼리 어울려 다니기도 했고, 면회를 온 애인과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다니는 모습들이 흔했다. 궁금해서 물었더니 무슨 큰 훈련을 마친 뒤여서 그렇게 많은 군인들이 한꺼번에 외박을 나온 것이라 했다. 거리만이 아니었다. 후배 목사를 만나기 위해 잠깐 찻집에 들렀을 때, 찻집 안을 가득 채운 것도 군인들이었다. 애인과 마주앉아, 아니면 옆자리에 앉아 마음에만 두었던 이야기와 쟁여.. 2017. 9. 18.
지나치게 의롭지 말라? 김순영의 구약지혜서 산책(8) 지나치게 의롭지 말라? 사물을 판단하는 가장 우선적인 신체기관은 눈이다. 아름다움과 추함을 자각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혜 탐색도 먼저 눈에서 시작된다. 고대 이스라엘인들에게 지혜의 자리로 알려진 ‘마음’의 눈은 사물과 사건의 가장 깊은 곳까지 뚫고 들어간다. 코헬렛(전도자)이 그러했다. 그는 덧없는 날을 살면서 ‘해 아래’ 일어나는 온갖 일을 살펴보고 “보라!”는 말을 자주 했다. 게다가 그의 지혜의 말들은 학술적인 논리어가 아니고 일상의 언어다. 그 말들의 자유로운 어울림은 독자로 하여금 삶을 반추하게 만드는 놀라운 힘을 가졌다. 무엇보다 그는 ‘개념의 감옥’에 갇혀있지 않아 지혜자의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 그는 자유롭다. 그 내공과 자유로움은 ‘지나치게 의롭지 말라’(전.. 2017.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