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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했던 어머니 하갈, 하늘의 약속을 받다 구약성경 속 여성 돋보기(29) 절박했던 어머니 하갈, 하늘의 약속을 받다 살다보면 동거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더러 끝내 헤어져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스라엘이 당당히 국가로 발돋움하기 사백년 전쯤(창세기 15:13), 아브람은 하나님으로부터 큰 민족을 이룰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12:2). 그러나 아브람 아내의 불임은 약속을 성취하는데 걸림돌이었다. 그가 고향을 떠나 가나안 땅에 거주한지 10년쯤 되었을 때다. 그는 아내 사래의 여종이었던 이집트 사람 하갈을 두 번째 아내로 맞이한다(16:1-3). 사래의 제안이 먼저였지만, 사람의 계획이 어찌 자기 뜻대로 흘러가던가. 하갈이 임신하자 사래를 멸시하기 시작했다(4절). 아브람의 두 아내 사이의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사래가 하갈을 학대하는 상황.. 2017. 5. 9.
순복음 포수(捕囚)의 종언(終焉) 천정근의 어디로 가시나이까(34) 순복음 포수(捕囚)의 종언(終焉) -범(汎)이든 호랑이든 한국교회의 기독교인 안 한다- .한국교회는 두 가지 분류 외엔 없다. 정치적으론 대의제 장로교, 신학적으론 순복음이다. 우선 모든 교파가 장로(長老)를 세운다. 감독제인 감리교, 직접민주주의 회중교회인 침례교도 장로를 세운다. 왜 그럴까? 한국인은 세 사람만 모이면 회장과 총무부터 뽑는다고, 안 세워주면 그 교회에 안 붙어있으니까. 그러나 장로들의 의결로 목회의 의제들을 결정한다는 대의제라지만 실상 대의(代議)는 유명무실하다. 대형교회일수록 당회장 담임목사가 전제적 제왕으로 군림하며 비자금 유용, 목회세습과 같은 전횡과 불법을 자행해도 적절한 제재를 못할 뿐더러 대다수 장로들은 담임목사의 근위장교나 거수기들에 불과.. 2017. 5. 3.
열 번째 날의 호랑이 열 번째 날의 호랑이- 김기석 중에서 - 호랑이 한 마리가 숲에서 잡혀와 우리에 갇혔습니다. 조련사는 호랑이를 길들이려고 했지만 호랑이는 끈질기게 으르렁대며 우리의 쇠창살을 이빨로 물어뜯으려고 했습니다. 호랑이는 자유로운 존재였고 숲의 기억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조련사는 호랑이를 굶김으로써 대응했습니다. 그는 여유롭게 중얼거렸습니다. “무척 사나운 호랑이로군. 하지만 당나귀처럼 굴게 될 거야. 내가 먹이를 갖고 있는데 주지 않을 테니까.” 호랑이는 배가 고파졌고, 조련사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했습니다. 조련사는 고양이처럼 야옹거리면 고기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호랑이는 거절했습니다. 그는 호랑이지 고양이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틀 후 굶주림에 굴복한 호랑이는 조련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고양이처럼.. 2017. 4. 29.
고통 · 자비 · 용서 · 회복(2) 예언자는 누구이고 뭘 한 사람인가? (5) 고통 · 자비 · 용서 · 회복(2)호세아 11:8-9 사람과 침팬지의 유전자는 거의 같다고 합니다. 어떤 연구는 96%가 같다고 하고 다른 연구는 98.5%가 같다고 하는데 이 차이가 과학자들에게는 의미가 클지 모르겠지만 보통사람에게는 그 차이가 별로 크지 않습니다. 사람과 침팬지의 유전자는 거의 같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저는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하느님과 사람의 유전자는 어느 정도나 같을까요? 뜬금없는 생각이지요? 단순히 뜬금없는 정도가 아니라 하느님을 모독한다며 화낼 사람도 적지 않겠지만 상당히 재미있는 생각 아닙니까? 물론 하느님에게 유전자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하느님과 사람이 ‘어떤’ 성격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는지 궁금하긴 합니.. 2017. 4. 26.
왜 여자 예언자 훌다인가? 구약성경 속 여성돋보기(28) 왜 여자 예언자 훌다인가? 한 사람의 의인이 패역한 나라에 내려질 재앙을 막을 수 있는가? 올바른 지도자 한 사람이 국가의 위기를 모면하는 도구가 될 수 있는가? 일시적이지만, 악행에 대한 심판의 연기는 가능하다. 국가적 재앙위기를 타개할 기회의 시간을 얻을 수 있다. 주전 7세기 남 유다 땅의 요시야 왕이 그 본보기다. 요시야 왕은 할아버지 므낫세 왕의 악행을 종결하고 종교개혁을 단행한 왕으로 잘 알려졌다(주전640-609년). 그가 어떻게 종교개혁을 단행할 수 있었을까. 왕의 과감한 개혁의지만으로 가능한가? 요시야 왕 통치시간 동안, 개혁 실행에 결정적 추진력을 제공했던 여자 예언자 훌다가 있었다. 훌다의 기록은 이스라엘 왕국 역사 한 귀퉁이 작은 일화로 존재할 뿐이지만.. 2017. 4. 25.
예레미야와 나눈 무궁무진한 대화의 한 단편 예레미야와 나눈 무궁무진한 대화의 한 단편 예레미야에게는 말이 찾아오곤 한다. 언어도 문법도 확인할 수 없는데, 곱씹을수록 메시지가 들린다. 신탁이란 것이 늘 이렇다. 혼자서만 듣고 말 그런 말이 아니다. 그 때마다 예레미야는 바룩을 불러, 여시아문如是我聞이라며, 자기에게 들린 말을 바룩에게 다시 들려준다. 들려 온 말을 히브리어로 바꾸어, 히브리어 어법에 맞게, 히브리어 문법을 입혀서, 히브리어 언중이면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받은 바 그 메시지를 바룩에게 먼저 전달한다. 예언자에게 수납된 계시는 대필자代筆者 amanuensis에게서 “기록”으로 바뀐다. 예언자의 계시수납 과정에서 이미 한 번 형태가 치환置換된 신탁이 대필자에게서 문학적으로 완성된다. 예레미야는 계시의 수납과 선포 과정에.. 2017. 4. 22.
이 땅에 남은 자 이정배의 고전 속에서 찾는 지혜(11) 이 땅에 남은 자 때때마다 전쟁의 기운을 부추기는 우리나라의 분위기를 견디다 못한 지인은 이 나라를 떠나 안전한 다른 나라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몇 년을 갖은 노력을 기울이더니 기어이 얼마 전 짤막한 인사말을 남기고 우리나라를 떠났다. 한결 편안해진 그는 괜히 거기 있는 이유 없다며 얼른 자기가 있는 곳으로 오라는 전자메일을 보냈다. 문득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자기 가족은 아무 문제없다며 하얀 이를 온통 드러내며 웃던 오래전 알던 이가 생각났다. 미국에 잠시 공부하러 갔을 때, 작은 아이가 태어나 그 나라 국적을 획득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그 나라 국적을 가진 이들과 그의 부모는 서울의 모 집결지로 모여 안전한 나라로 후송이 된다는 걸 엄청.. 2017. 4. 19.
안철수와 역사의식 안철수와 역사의식 만일 유대교에서 이들의 해방절인 유월절을 과거 회고적이라고 지우자고 하면 어찌 될까? 당연히 난리가 날 것이다. 그런데 그와 비슷한 일이 민주당과 통합하는 안철수의 새정치연합 쪽에서 일어났다. 4·19와, 5·18을 비롯해서 6·15와 10·4선언을 과거 회고적인데다가 소모적인 이념논쟁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정강정책에서 삭제하기를 요구한 것이다. 당장 민주당 쪽은 강하게 반발했고, 에스엔에스(SNS)에서는 격론이 벌어졌다. 어떤 민족이든 그 민족의 역사에는 중대한 전환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전환점은 민족 구성원 모두가 현재와 미래를 위해 지속적으로 되새기면서 그 정신을 되살리려 노력한다. 역사는 단지 과거를 돌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걸 토대로 앞으로 나갈 방향을 바로 세우.. 2017. 4. 18.
최초의 여성 예언자 미리암을 잊지 마오 구약성경 속 여성돋보기(27) 최초의 여성 예언자 미리암을 잊지 마오 사람이든 사건이든 기억은 약속과 다짐을 동반하곤 한다. 지나간 역사의 인물을 기억하여 지금여기로 불러내는 것은 현실의 경험을 새롭게 하여 공공의 반성적 성찰을 위함이다. 주전 8세기 폭력과 야만의 시대를 살았던 미가 예언자가 기억해낸 인물들이 있었다. 12 소예언서들 중 가장 중심에 위치한 미가는 ‘남왕국의 아모스’, 또는 ‘작은 이사야’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남 유다의 사회정의를 파탄으로 몰고 간 당대의 정권(요담, 아하스, 히스기야 시대, 미가 1:1)을 향해 거침없는 고발을 퍼부었던 예언자였다. 그는 이스라엘을 고발하고 변론하겠다는 여호와의 뜻을 전하며,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 묻혔던 첫 여성 예언자 미리암의 존재를 사람들의 잠자.. 2017.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