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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과 맨 얼굴 김기석의 톺아보기(31) 가면과 맨 얼굴 ● 하나님을 배반하는 역사 “난 점점 기독교가 싫어져요.” “난데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선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미국의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이라면서요?” “그렇다고 하더라.” “그래서 행복하세요?” “뭐야? 내가 왜 행복해?” “기독교인들의 뜻대로 되었으니 말이에요.” “얘가 노골적으로 비꼬네. 트럼프를 당선시킨 그 세력이 기독교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려니와, 기독교인들의 뜻이 곧 하나님의 뜻과 늘 일치하는 것도 아니야.” “그래도 미국의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의 생각이 승리주의와 편협한 도덕주의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참 유감스러워요. 트럼프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을 타겟으로 삼아 동성간의 결혼과 낙태에 반대한다는 도덕주의적 캠.. 2017. 4. 11.
독자들의 마음을 깊은 곳으로 이끄는 힘 독자들의 마음을 깊은 곳으로 이끄는 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는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여기서 ‘침묵’에 대한 해석은 이중적이다. 17세기 에도 막부 시대에 (로마 가톨릭)기독교인들은 큰 박해를 받았다. 정권은 기독교인들을 색출하기 위해서 동판이나 목판에 예수나 마리아 상을 새겨 만든 후미에를 밟게 했다. 순교 당하는 이들 앞에서 침묵하는 하나님, 또는 후미에를 밟고 살아난 이들까지 비밀한 방식으로 용납하는 하나님을 엔도가 말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오늘 대한민국에서 하나님의 침묵을 경험한다. 2017년 부활절인 4월16일은 마침 세월호 참사 3주년 되는 날이다. 이런 참사가 일어났다는 사실 앞에서 목사들은 하나님이 세상을 통치한다고 선포할 수 있을까? 매주일 .. 2017. 4. 8.
일생 추위에도 이정배의 고전 속에서 찾는 지혜(10) 일생 추위에도 봄이 오면 꽃들이 서둘러 핀다. 긴긴 겨울을 지내온 온갖 생명체들에게 생명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꽃들은 잎보다 먼저 피어난다. 미처 물이 오르기도 전에 서둘러 꽃봉오리를 틔우는 꽃나무들의 고운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건, 이른 봄날부터 부단히 그들과 소통해온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특권이다. 추운 겨울을 강직하게 버티어온 이들만이 봄볕의 따스함을 누릴 수 있다. 온상 속에 숨어 겨울을 비켜간 이들이나, 겨울에 굴복하여 제 몸 얼려버린 이들은 봄날의 아름다움에 동참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온상 속에서 자란 꽃들은 향기가 거의 없다. 드러내는 모양이나 색상은 본래와 비슷하게 구현해내지만, 보이지 않는 향기만은 그러하지 못한다. 돈이나 지위를 얻기 위해.. 2017. 4. 7.
모든 살아있는 자의 어머니, 하와 다시 읽기 구약성경 속 여성돋보기(26) 모든 살아있는 자의 어머니, 하와 다시 읽기 한국의 모든 교회와 신학교에 묻고 싶다. 남자는 여자보다 우월한가?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한가? 남자와 여자는 동등한가? 남자와 여자를 편 가르기 하거나 여성이 남성에게 적대적 감정을 갖도록 부추기거나 남성에게는 우월감을 여성에게는 열등감을 갖도록 조장하려는 질문이 아니다. 인류를 구성하는 남자와 여자로서,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났으며 어떻게 사는가를 다시 생각해보기를 제안하는 물음이다. 하나님이 말씀으로 창조하신 세계와 하나님의 노동으로 태어난 인류는 하나님 입으로 “좋다”(창세기1:4,10,12,18,21,25,31)라는 말을 반복할 만큼 만족스러운 걸작이었다. 하나님의 명령으로 일궈진 아름답고 조화로운 세상을 .. 2017. 4. 6.
*‘끙끙 앓는 하나님’과 한국교회, 그 부끄러운 자화상을 돌아보며* *‘끙끙 앓는 하나님’과 한국교회, 그 부끄러운 자화상을 돌아보며* 한 사회의 정신적 기준으로 존재해야 할 교회가 도리어 그 사회의 가장 악취가 나는 현장의 하나가 되고, 존경보다는 지탄의 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정능력마저 잃어가고 있다. 만일 이러한 상태가 아무런 교정의 과정도 없이 지속된다면, 한국교회는 덩치는 크지만 정작 그 내용에 들어가 보면 탐욕의 소굴임이 판명되는 비극을 겪을 수 있다. 예수께서 예루살렘 성전을 가리켜 “이는 내 아버지의 집이자 만민이 기도하는 집인데, 너희들이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구나” 하는 일갈의 소리가 한국 개신교의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누가 자신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세간의 도마에 오르내리는 고질적인 목회자의 성윤리 문제는, 교회가 다른 .. 2017. 4. 4.
고통 · 자비 · 용서 · 회복 1 예언자는 누구이고 뭘 한 사람인가? (4) 고통 · 자비 · 용서 · 회복(1)호세아 6:1-6 세상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하느님 지난번에 서구사상의 양대 뿌리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에 대해서 잠깐 얘기했습니다. 헬레니즘에서 최고신은 사람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덕목을 갖추고 있는 존재이고 동시에 불변하는 우주의 원리와 원칙, 그에 따른 조화와 질서 등을 상징하는 존재라고 얘기했습니다. 이런 신은 자연세계와 세상사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믿어졌습니다. 그리스어로 ‘아타락시아’(ataraxia)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정적과 평화를 어지럽히는 온갖 잡다한 일들로부터 거리를 둠으로써 얻는 평정상태를 가리키는 말로서 그리스 철학자 피론과 에피쿠로스가 즐겨 사용한 개념입니다. 이들은 아타락시아 상태에.. 2017. 4. 4.
‘실패한’ 메시지를 감수할 수 있을까 ‘실패한’ 메시지를 감수할 수 있을까 예레미야서는 예언서들 중에서 가장 어려운 책으로 통한다. 예레미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학자들 중에 이 책의 내용이 뒤죽박죽이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책이라고까지 말한 이도 있는 지경이다. 1장에서 25장까지는 운문이 주를 이루고 26장부터 52장까지는 산문이 주를 이루지만 운문 중에 산문이 섞여 있기도 하고 반대로 산문 중에 운문이 섞여 있기도 하다. 모빙켈이라는 구약학자가 1-25장의 운문은 예레미야가 직접 한 말(이른바 A 자료)이고 26-52장의 산문은 그의 제자이며 서기(scribe)였던 바룩이 쓴 예레미야의 전기자료(B 자료)와 예레미야서를 편집한 신명기사가의 기록(C 자료)이라고 구분한 이래 오랫동안 그의 자료설이 .. 2017. 4. 1.
말씀에 사로잡힌 자의 운명 말씀에 사로잡힌 자의 운명 말씀 기근의 시절에 “말씀에 사로잡힌 자의 운명”은 어떠할까? 글을 읽는 내내 마치 같은 이의 모습을 보듯 예레미야와 저자가 겹쳐 다가왔다. 얼굴을 직접 대면하고 알게 된 지 수년, 김기석 목사님은 자꾸 여위어만 간다. 혹 어디 아프신 건 아닌가, 염려하여 여쭈려했는데, 이 글을 읽다보니 알 것도 같다. “아이고, 배야. 창자가 뒤틀려서 견딜 수 없구나. 아이고, 가슴이야. 심장이 몹시 뛰어서, 잠시도 있을 수가 없구나!” 하나님을 잊은 시절에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시각으로 세상을, 사람을 바라보자니 어찌 고통이 없을까. 그의 언어들은 예레미야의 저 처절한 표현만큼 직설적이지 않지만, 아니 오히려 너무나 아름답고 따듯하고 부드러워 읽는 이가 얼른 그 고통을 즉각적으로 느끼지 못하.. 2017. 3. 28.
마태 수난곡 No.6 거룩한 낭비 조진호와 함께 하는 바흐의 마태 수난곡 순례(5) BWV 244 Matthäus-Passion/ 마태 수난곡 No.6 거룩한 낭비 장면이 바뀌고 베다니에 있는 나병환자 시몬의 집이 열립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때 한 여자가 매우 귀한 향유 한 옥합을 가지고 나아와서 예수의 머리에 부으니 제자들이 이를 보고 분개합니다. 폴 틸리히는 이 여인의 행동을 일컬어 ‘거룩한 낭비(a holy waste)’라 하였습니다. 반면 제자들은 계산에 있어서는 합리적이었고 상황에 있어서는 분석적이었습니다. 좀 멀찍이서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 제자들의 모습은 현대인들이 표준으로 삼고 있는 상식적이고 균형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께서는 어디서든지 이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서는 이 여자가 행.. 2017.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