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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보다 더 위험한 '코바나19금'('썩은 밥에 빠진 누런 코') 한 사람이 있다. 그 옛날 친구를 따라서 뭣 모르고 찾아간 해인사의 백련암. 그리고 성철 스님께 한 말씀을 청하던 젊은이다. 그러면 부처님 앞에 삼 천 배를 올리라는 성철 스님의 한 마디에 괜히 투덜댔다가 "그라믄 니는 마, 만 배 해라!"라는 성철 스님의 엄호에 오기가 발동해서 정말로 백련암 초행길에 만 배를 올렸던 젊은이다. 그가 바로 성철 스님의 상좌인 원택 스님이다. 다리가 끊어지고 온몸이 부숴지는 듯한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만 배를 겨우 마친 젊은이는 기어가다시피하며 성철 스님께 한 말씀을 청하였다고 한다. 청년이 기대했던 한 말씀이란 다름 아닌 청년 인생의 지침이 될 만한 한 말씀이었으리라. 성철 스님은 "지킬 수 있나?" 물으신 후 딱 한 말씀만 하시곤 내려가라 하셨다며 상좌인 원택 스님은 .. 2021. 12. 28.
십자가 나무 가난한 이들의 벗으로 이 땅에 오신 십자가 나무 그러나 이 땅에 머리둘 곳 없다 하시던 마음이 가난한 나무 보이지 않는 마음을 비로소 손가락으로 가리키시며 마음으로 살으라 하신 홀로 산을 오르시어 기도하시던 나무 진리에 뿌리를 내리고 진리의 몸이 되신 온몸으로 시를 쓰는 마음이 따뜻한 사랑 나무 다시 하늘로 오르시어 우리에게 성령을 주고 가시며 배운 자나 못 배운 자나 함께 살아가든 홀로 외따로 살지라도 우리 모두의 마음에는 저마다 태양을 닮은 양심이 공평하게 나를 비추어 우리를 자유케 하시는 진리 안에서 하늘과 땅을 잇는 한 그루의 평화 나무로 선 십자가 나무 예수 2021. 12. 26.
따뜻한 기억 성탄절 이른 아침 승학이 할아버지가 찾아오셨습니다. “오늘이 성탄절 맞제?” 그러면서 무언가를 손에 쥐어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만 원짜리 지폐였습니다. “얘들 과자락두 사줘.” 할아버지는 이내 걸음을 돌렸습니다. 고마운 손길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해마다 그랬습니다. 당신은 교회에 나오지 않지만 해마다 성탄절이 되면 그렇게 정성어린 손길을 전해주시는 것입니다. 넉넉지 못한 용돈을 아꼈다 전하시는 지폐도 지폐였지만, 해마다 어김없는 따뜻한 기억이 더욱더욱 고마웠습니다. - 1991년 2021. 12. 25.
별빛도 총총한 은총의 첫 새벽!, 새벽송 꿈결인 듯싶게 노래 소리가 들렸다. 자다 말고 한참을 생각했다. 꿈인가? 생시라면 누굴까? 분명 새벽 송은 안 돌기로 했는데 누구란 말인가. 한 곡이 끝나자 또 다음 곡,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문을 열었을 때 문 앞엔 빙 둘러선 젊은이들, 잠이 확 달아났다. “메리 크리스마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머쓱한 표정을 짓는 내게 커다랗게 인사를 건넸다. 만종교회 학생들이었다. 새벽송을 돌만한 사람이 없어 올해부턴 못 돌겠다는 아쉬운 소리를 귀담아 들었던 친구 최 목사가, 먼 새벽길을 달려왔던 것이다. 그제야 보니 친구는 방앗간 앞에 차를 세워두고 있었다. 그렇게 듣는 성탄의 새벽노래는 그야말로 은총이었다. 첫 새벽 알렸던 천사들의 노래. 별빛도 총총한 은총의 첫 새벽! - 1991년 2021. 12. 24.
성탄의 참된 의미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39) 그리스도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그리스도가 몸소 내 안에서 육신이 되지 않고, 그래서 내가 하나님의 아들이 되지 못한다면,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사람을 위해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고 한들 그것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성탄절은 기쁜 날이다. 하나님이 육신을 입고 우리 가운데 오신 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분의 이름을 그리스도라 부른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이 아들의 몸을 입고 우리 가운데 오셨다는 것을 알기만 한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의 몸을 통해 당신이 태어나시기를 바란다. 우리의 영혼은 생래적으로 그런 놀라운 ‘생식력’을 품고 있다고 한다. 엑카르트는 단언한다. “피조물 중에서 영혼만이.. 2021. 12. 24.
단강을 찾은 산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술래가 뒤로 돌아 게시판에 머리를 대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욀 때 모두들 열심히, 그러나 조심스럽게 술래 쪽으로 나아갔다. 느리기도 하고 갑자기 빨라지기도 하는 술래의 술수에 그만 중심을 잃어버리고 잡혀 나가기도 한다. 그러기를 십 수 번, 술래 앞까지 무사히 나간 이가 술래가 ‘무궁화- ’를 하고 있는 동안 그동안 잡아들인 사람들의 손을 내리쳐 끊으면 모두가 “와-!”하며 집으로 도망을 친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꽃을 따러 왔단다, 왔단다.” “무슨 꽃을 따겠니, 따겠니?” 두 패로 나누어 기다랗다 손을 잡곤 파도 밀려갔다 밀려오듯, 춤을 추둣 어울린다. 따지듯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그러나 발그레한 모두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조용하고 작은.. 2021. 12. 22.
팔팔 동지 팥죽 새벽잠 걷어내시고 일어나셔서 몇 날 며칠 마련하셨을 붉은팥, 맵쌀, 찹쌀로 팔팔 끓이신 동지 팥죽 뚜껑 열리지 않도록 팔팔 올림픽 보자기에 꽁꽁 싸매고서 동해 바다가 품은 동짓날 떠오르는 태양처럼 품팔이로 가정 일으키신 바다 같은 품에 안으시고서 새벽 댓바람에 붉게 익은 얼굴 가득 자식 손주들 건강과 평화를 기도하시며 지나온 2021년 한 해도 감사히 다가올 2022년 한 해도 감사히 선물처럼 주시는 오늘을 해처럼 품으시고서 엄마는 새벽바람처럼 징검다리를 건너오셨습니다 2021. 12. 22.
촛불 같은 우리가 아랫작실 광철씨 네서 속회예배를 드리기로 한 날, 비가 내렸습니다. 봄비 치곤 차기도 하고 빗발도 굵은 비가 스산한 바람과 함께 진종일을 내렸습니다. 어둠이 내리도록 비는 그치질 않았습니다. 작실마을 교우들이 김천복 할머니네로 모였습니다. 마을 첫째집인 할머니 네서 모여 광철씨 네로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얘기 저 얘기 하던 중 다들 모여 길을 나섰는데 보니 아무고 손전등을 가져온 이가 없었습니다. 비 내리는 밤이라 한치 앞이 어둠이고 저만치 올려다 보이는 광철 씨네 희미한 불빛까진 온통 어둠에 가렸는데 불이 없었던 것입니다. 모두들 난감해 하고 있을 때 얼른 김천복 할머니가 집으로 들어가더니 양초에 불을 붙여 왔습니다. 촛불을 켜들고 길을 나섭니다. 한걸음씩 촛불로 어둠을 지우며 좁다란 밭둑을 걸어갑.. 2021. 12. 21.
벽돌 네 나 벽돌 일곱 나를 머리에 이고서 계단을 오르는 아지매가 떨군 눈길을 따라서 벽돌 스무 나도 넘게 등짐을 지고서 계단을 오르는 아재의 굽은 등허리를 따라서 빈 몸으로 계단을 오르는 김에 속으로 벽돌 네 나쯤이야 하면서 갓난아기를 안듯이 품에 안고서 오르다가 열 계단쯤 올라서면서 그만 어디든 내려놓고 싶어졌다 애초에 세 나만 챙길 것을 후회하면서 묵직해진 다리로부터 차오르는 뼈아픔이 벽돌로 쌓아올려야 뚫리는 하루치의 하늘과 벽돌이 된 몸통에서 뿜어져 나오는 먼지 같은 숨이 벽돌 같은 세상을 맨몸으로 부딪히고서 맞는 밤하늘은 허전해 하나 하나의 벽돌 모두가 나로 쌓였다가 눈물로 허물어지는 외로운 겨울밤을 보내며 2021. 1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