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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곤달걀

by 한종호 2019. 1. 24.

하루 한 생각(24)


곤달걀


시간이나 세대를 나눌 수 있는 기준은 많은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나 세대를 어디 눈금 재듯 그렇게 나눌 수 있을까. 뭔가 정서가 다를 때, 사물이나 사람을 바라보는 인식이 다를 때,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푸는 방식이 다를 때, 당혹감으로 느끼고는 한다.


그럼에도 불구, 확연하게 눈에 띄는 기준도 있다. 필리핀 선교를 갔을 때였다. 첫날 진료를 마치고 일과를 마감할 때였다. 서로가 도무지 헤어질 줄을 몰랐다.


이러다간 날 새겠다며 우리가 먼저 떠나자고 했을 때, 셋이었는지 넷이었는지 많은 자녀들과 함께 진료를 받으러 왔던 한 젊은 엄마가 들고 있던 바구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보니 달걀이었다. 선교사님 이야기를 들으니 그건 그냥 달걀이 아니었다. 곤달걀이었다.


어릴 적 곤달걀을 먹은 적이 있다. 병아리가 되다가 알 속에서 깨어나지 못한, 알 속에 갇힌 채 죽은 병아리, 그 알을 삶아 얼마 되지 않는 살을 발라먹은 기억이 있다. 단백질이 부족하던 시절, 맛있고도 요긴한 영양보충의 기회였다.


“그게 뭐에요?”


신기해하며 묻는 일행 앞에서 선교사님과 노장로님이 계란을 까서 한 입에 먹어버렸다. 얘길 듣고는 까무러칠 듯이 놀라 뒤로 물러서는 이들.


그렇게 세대가 구별되었다. 곤달걀을 아는 세대와 상상조차도 못하는 세대로!


-한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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