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12)
두 개의 강
이른 아침 약속 장소로 가다보니 새벽안개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마치 지상의 세계와 천상의 세계를 구분 짓기라도 하려는 것 같다. 안개 위는 천상의 세계이고 안개 아래는 지상의 세계인 듯싶다.
일교차가 심한 이때가 되면 물안개가 피어오른다는 것을 단강에 살며 경험을 했다. 아침 강가에 나가면 물안개가 피어올라 강을 따라 흐르고는 했다. 내게는 그 모습이 두 개의 강처럼 보였다. ‘두 개의 강’은 그런 모습을 그냥 옮겨 적은 것에 불과하다.
바다까지 가는 먼 길
외로울까봐
흐르는 강물 따라
피어난 물안개
또 하나의 강이 되어
나란히 흐릅니다.
나란히 가는
두 개의 강
벌써
바다입니다.
생각해보니 강을 따라 물안개가 피어오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둔 것이 없었다. 단강에 사는 이병철 씨와 통화를 할 일이 있어 물안개 이야기를 했다. 언제고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며칠 뒤 사진이 왔다. 보니 병철 씨가 말을 타고 찍은 사진이었다. 병철 씨는 시간이 되면 말을 타고 다닌다. 말을 타고 강가로 나와 그 높이에서 단강을 보면 단강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단강이 그토록 아름다운 동네인 줄은 예전에는 몰랐다며 감탄을 하곤 한다.
사진을 보니 말을 탄 병철 씨 저 뒤로 물안개가 피어올라 있다. 내가 간직하고 싶은 것은 나란히 가는 두 개의 강, 다시 한 번 부탁을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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