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153)
제자리에서 피운 꽃
작약, 수레국화, 양귀비, 민들레, 금계국, 개망초, 철쭉, 소나무꽃, 초록 잎사귀, 둘레에는 언제나 넉넉한 하늘
초여름 강변에 피운 꽃들을 바라보면서 생각합니다.
쉼 없이 떠돌아 다니는 생각은 바람이 되고
집 없이 자꾸만 흐르는 마음은 강물이 되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음을 저절로 알 때
제자리에서 피운 꽃들에게서 배웁니다.
바람이 꽃이 되고
물이 꽃이 되는 길을
제자리에 머물러
머리 위에 하늘을 이고
진리의 땅에 사색의 뿌리를 내리는
들숨 날숨에 기대어 마음을 내려놓으며
명상의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일상 속에 그려봅니다
상관없는 모든 아픔에까지 빗물 같은 눈물을 흘리다가
햇살 같은 웃음을 욕심 없이 짓다 보면
씨앗처럼 작고 단단한 가슴이 열리어
제가 앉은 자리에서도
제 안에 아무 것도 없던 땅에서도
진실의 꽃 한 송이
저절로 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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