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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30

갈 줄 모르는 집난이 같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02) 갈 줄 모르는 집난이 같이 설교를 듣다가 시를 인용하는 대목을 만나면 마음이 즐겁다. 인용하는 시가 말씀과 어울릴 때 말씀은 깊이와 향기를 더하게 된다. 송대선 목사의 설교를 듣다가 백석의 시 한 구절을 들었다. 몰랐던 구절이었는데, 주님을 찾았을 때의 즐거움과 평온함을 말하며 인용한 구절이었다. ‘집난이’는 ‘시집간 딸’을 의미 했다. 시집간 딸이 친정집을 찾으면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꿈에 그리던 엄마를 만날 수가 있다. 엄마는 어떻게 엄마 노릇을 했을까, 묻고 싶고 듣고 싶은 것이 많다. 보고 싶던 가족들과도 어울릴 수가 있다. 밀렸던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른다. 아무 일을 안 해도 된다. 모든 의무에서 벗어나 모든 자유를 누린다. 고단했고 무거.. 2019. 10. 30.
강고한 성벽의 균열과 고요한 호수의 파문 강고한 성벽의 균열과 고요한 호수의 파문 『일그러진 영웅 vs 만들어진 영웅』은 한신대와 클레어몬트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현재 LA 향린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곽건용 목사가 쓴 사울·다윗 평전이다. 저자는 이미 다윗과 사울에 대한 수많은 책들이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의 책을 더한 이유가 이 주제에 대한 최근의 학문적 성과를 반영하면서 일반 독자들도 읽을 수 있는 우리말 책을 써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다윗 편향적인 사무엘서의 시각에서 벗어나, 그간 홀대받고 왜곡되었던 사울의 본모습을 발견하고 성경 최고의 영웅인 다윗의 어두운 뒷모습에도 주목하게 되길 기대한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내려놓기 힘들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 책은 탁월한 이야기꾼이자 성실한 학자인 .. 2019. 10. 30.
줄탁동시(啐啄同時)와 곤달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01) 줄탁동시(啐啄同時)와 곤달걀 ‘줄탁동시’라는 말은 줄(啐)과 탁(啄)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알 속에서 자란 병아리가 때가 되면 알 밖으로 나오기 위해 부리로 껍데기 안쪽을 쪼는데 이를 ‘줄’(啐)이라 하며, 어미 닭이 병아리 소리를 듣고 밖에서 알을 쪼아 새끼가 알을 깨는 행위를 도와주는 것을 ‘탁’(啄)이라고 한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동시에 쪼아야 한다는 뜻으로, 가장 이상적인 사제지간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곤달걀’이 있다. 계란이 병아리로 부화되기 전에 알속에서 곯아버린 것을 말한다. 병아리 모양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결국은 알속에서 죽어 버린 계란을 말한다. 가난한 유년시절, 징그럽다는 생각도 없이 곤달.. 2019. 10. 30.
유용성이 없는 아름다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00) 유용성이 없는 아름다움 활을 쏘다 실수로 건드린 활줄, 신기한 울림, 거북 등딱지, 조화로운 음, 공명, 덜떨어진 몽상가, 거북 등딱지와 사냥, 유용성이 없는 아름다움, 울림에 선사한 움직임, 춤…, 이보다 맑고 깊은 묵상이 어디 흔할까 싶다. 더딤을 아낌이라 여기며 읽고 있는 책 에서 만난 최초의 음악가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고 공명한다. 음악과 노래와 악기와 춤은 얼마든지 그렇게 시작이 되었겠다 싶다. 그 순간 함께 꽃 피었던 것 중에는 ‘詩’도 있었을 것이다. 그와 같은 일은 까마득한 원시의 시간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지금도 누군가를 가만있지 못하게 만드는 일은 그렇게 시작이 될 것이다. 덜떨어진 몽상가가 만들어내는 유용성이 없는 아름다움으로부터 시작될 것.. 2019. 10. 29.
생(生)이라는 바닷가에서도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98) 생(生)이라는 바닷가에서도 부산 해운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고층 건물들이었다. 우후죽순이라는 말이 떠오를 만큼 바닷가 주변에 늘어선 고층 빌딩들은 어깨를 맞대고 서 있었다. 그런 모습은 인간의 능력으로가 아니라 무지로 다가왔다. 자연의 위력을 너무 쉽게 무시하고 있다 여겨졌다. 바다에서 저처럼 가까운 곳에 저처럼 높고 큰 건물을 지어도 되는 걸까 싶었다. 사람의 예측을 뛰어넘는 자연의 위력 앞에서 인간의 능력과 생각이 너무나 보잘 것 없음을 깨닫게 될 때, 그 때 치러야 할 대가가 얼마나 큰 것일까 두렵기까지 했다. 지방 목회자 세미나 둘째 날 아침, 아내와 함께 해변을 산책했다. 휴가철이 한참 지나서인지 해변은 한산했다. 맨발로 모래 위를 걷는 사람, 운동.. 2019. 10. 28.
더 이상 담배 사오지 마세요, 목사님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97) 더 이상 담배 사오지 마세요, 목사님 지방 교역자 세미나에 참석한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새로 부임을 했으니 이런 기회에 지방 목회자들과 사귈 겸 동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장로님들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부산에서 2박3일 일정으로 열렸는데, 나름 진지한 모임이었다. 오가는 길이 멀기는 했지만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하여 우리나라를 위해 피 흘린 세계 젊은이들의 희생을 돌아보는 등 유익한 시간도 많았다. 17살 소년을 비롯해 대부분이 22~23살, 젊다기보다는 어린 나이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우리 땅에서 전사를 했다는 사실이 숙연함으로 다가왔다. 저녁 식사 이후에 이어진 세미나 시간은 매우 진지하게 진행이 되었다. 강사들의 태도도 그랬고, 임하는 지방 교역자들의 태도도 마찬가지여서 밤.. 2019. 10. 25.
개똥과 시(詩)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96) 개똥과 시(詩) 정릉교회 예배당 마당 앞에는 작은 정원이 있다. 나무와 꽃이 있고, 파고라 아래 벤치도 있어 휴식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벤치 중에는 맞은편으로 북한산이 마주 보이는 곳도 있으니, 잠시 쉬어가기에는 적절한 자리가 된다. 올해에는 조경위원회를 맡은 권사님이 정성으로 꽃과 나무를 가꿔 전에 못 보던 귀한 꽃과 나무를 보는 즐거움이 더해졌다. 파고라 위로 자라는 포도나무와 등나무가 자리를 잡으면 멋진 그늘이 드리워질 것이다. 그런데 정원을 가꾸다 보니 생각하지 못한 문제도 만나게 된다. 권사님이 심은 좋은 꽃들이 누군가의 손을 타서 없어지는 일들이 일어난다. 예배당 마당에 심은 꽃을 캐가다니, 꽃을 사랑해서 그런다고 하기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또 .. 2019. 10. 25.
얼마를 감하시든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95) 얼마를 감하시든 괜히 큰 소리를 치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몇 며칠 이야기를 하면 목이 가라앉곤 한다. 영월에서 집회를 인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이기도 한데다가 하루에 세 번 말씀을 전하니 목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마지막 날 새벽부터는 목이 칼칼한 것이 여간 조심스럽지를 않았다. 손에 마이크를 들고 목소리를 조금 낮춰 말씀을 이어갔다. 덕분에 교우들에게 걱정을 끼치게 되었다. 기도는 물론 목에 좋다는 차를 준비해 주시고는 했다. 가라앉은 목 상태는 오랜 전 기억 하나를 소환했다. 화천에서 연합집회를 인도할 때였다. 교파를 초월하여 화천에 있는 모든 교회가 모여 말씀을 나누는 자리였다. 집회를 시작할 때부터 목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대번 티를 내고 말.. 2019. 10. 22.
순이 날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94) 순이, 날다 영월 김목사님이 문자를 보냈다. 빠삐용 순이가 또 탈출을 했다는 것이다.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구멍을 통해 탈출을 감행했던, 순이의 유일한 탈출구를 굵은 철사로 촘촘하게 막아 더는 탈출이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다시 탈출을 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지 싶은데, 어디로 빠져나간 것일까? 이번엔 뻥 뚫린 하늘이었다. 주일날 예배당 마당에서 놀다가 순이가 탈출하는 순간을 목격한 아이들의 증언에 의하면 빠삐용 순이는 기가 막힌 선택을 했다. 자기 집 위로 올라가 지붕 위에서 울타리를 뛰어 넘었던 것이다. 순이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그런 뒤에 찾아낸 탈출구, 하늘! 결국 순이는 다시 갇혔고, 목사님은 개집 위에 망을 씌웠다. 또 하나의 개집은.. 2019.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