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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자리> 출간 책 서평82

그리운 사람에게 그리운 사람에게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던 아버지는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이 보고 싶을 때면 편지를 쓰곤 하셨다. 잘 지내느냐는 안부 인사와 간단한 용건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자중자애 할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 전부였지만 아버지의 편지는 아버지의 존재나 다를 바 없었다. 구불구불 써내려간 가전체의 편지를 받아드는 순간 아버지의 정 깊은 눈이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호롱불 밑에서 한 자 한 자 정성껏 쓰신 그 편지는 아버지와 분리할 수 없는 일체였다. 그 편지는 고향의 냄새였고 아버지의 품이었다. 지금은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지만 세들어 살고 있던 집 대문에 걸린 우체통에서 익숙한 아버지의 손글씨를 발견하는 날이면 천하를 얻은 듯 든든했다. 그 편지를 받아들고 눈물짓던 기억은 또렷하다. 외로웠기 때.. 2016. 6. 2.
김교신이 그리운 것은 김교신이 그리운 것은 이른바 조선의 지식인으로 조선의 ‘독립’을 위하여 투쟁하지 않으면 인간 대접을 받기도 힘들었던 1930년대의 정신 풍토에서 김교신은 특이한 존재였다. 민족의 해방을 지상의 목표로 세우고 그렇게들 살아가는 틈바구니 속에서 외로이 “인간의 해방”을 고집하던 그는 200명이 넘지 않은 독자들을 상대로 15년 동안 월간지 을 발행하여 온 인물이다. “조선을 알고 조선을 먹고 조선을 숨 쉬다가 그 흙으로 돌아간 김교신, “함석헌의 ‘조선 역사 수난의 5백년’ 교정을 보다가 인쇄소 공원들 곁에서 눈물을 씻던” 김교신, “한 발 앞서 얼굴을 보여 주시면 힘이 되겠다”는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의 영원한 스승이었던 김교신, “1942년 「성서조선」 사건으로 1년여의 투옥 생활을 마친 후,.. 2016. 5. 4.
스님 아닌 스님, 목사 아닌 목사, 신부 아닌 신부 스님 아닌 스님, 목사 아닌 목사, 신부 아닌 신부 편집자 주/이 대담은 ‘스님 목사 신부의 대화 다섯 마당’이라는 부제가 붙은 《잡설》책에 실린 내용으로 ‘종교’를 테마로 다섯 분(김기석/청파교회 목사, 김민웅/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김인국/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도법/조계종 화쟁위원장, 오강남/종교학자)이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김민웅 자, 그러면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도법 종교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김민웅 종교를 구할 필요가 있을까요?(웃음) 오강남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세상의 일과 하나님의 일을 구분하지 않는 것입니다. 세상의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분리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하나님의 일을 하면서 세상을 등한시하면 안 됩니.. 2016. 3. 21.
‘거룩’으로 포장한 ‘종교 장사’ ‘거룩’으로 포장한 ‘종교 장사’- 종교는 없고 ‘이름’만 있다 - 편집자 주/이 대담은 ‘스님 목사 신부의 대화 다섯 마당’이라는 부제가 붙은 《잡설》책에 실린 내용으로 ‘종교’를 테마로 다섯 분(김기석/청파교회 목사, 김민웅/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김인국/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도법/조계종 화쟁위원장, 오강남/종교학자)이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신 없는 사회 오강남 미국 종교사회학자 필 주커먼의 《신 없는 사회》는 그가 스웨덴과 덴마크에 1년 간 거주하며 조사한 결과를 담은 책이에요. 그 나라들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닫힌 종교가 없어요. 결혼식이나 장례식만 해 주는 문화적인 종교만 있어요. 그런데 행복지수라든가 교육이라든가 범죄율이라든가 남녀평등이라든가 사회 복지 등 모든 면에서 종교.. 2016. 3. 17.
이런 종교라면 망하는 게 낫다! 이런 종교라면 망하는 게 낫다! 편집자 주/이 대담은 ‘스님 목사 신부의 대화 다섯 마당’이라는 부제가 붙은 《잡설》책에 실린 내용으로 ‘종교’를 테마로 다섯 분(김기석/청파교회 목사, 김민웅/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김인국/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도법/조계종 화쟁위원장, 오강남/종교학자)이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김민웅 종교의 언어문제인데요. 저는 교회 안에서 통용되는 교회 용어가 대단히 큰 문제라고 봅니다. 그 용어에 사람을 가두기 때문이에요. 종교 용어와 일상용어가 관련이 없다보니까 교회 밖에서는 전혀 다르게 사는 거죠. 예수는 철저히 일상의 말을 사용하였습니다. 씨 뿌리는 얘기, 고기 잡는 얘기 등등은 전혀 종교성을 발견할 수도, 종교적 언어라고도 할 수 없어요. 예수의 언어는 일.. 2016. 3. 11.
종교, “너나 잘 하세요!”(1) 종교, “너나 잘 하세요!”(1) 편집자 주/이 대담은 ‘스님 목사 신부의 대화 다섯 마당’이라는 부제가 붙은 《잡설》책에 실린 내용으로 ‘종교’를 테마로 다섯 분(김기석/청파교회 목사, 김민웅/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김인국/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도법/조계종 화쟁위원장, 오강남/종교학자)이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김민웅 오늘은 종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종교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진단을 하고, 어디가 돌파 지점인가를 고민하는 그런 자립니다. 각자가 종교를 대표한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자기가 믿고 있는 종교 이야기든 타종교 이야기든 다양하게 풀어보면 좋겠습니다. 김인국 한국의 종교 현실에 대해서는 ‘친절한 금자 씨’가 이미 결론을 내렸어요. “너나 잘 하세요!”라고. 누.. 2016. 3. 9.
시간은 나무처럼 느렸으면 좋겠어 시간은 나무처럼 느렸으면 좋겠어 공포정치가, 무자비한 폭력이, 교묘한 억압과 악마적 술수가 난무하는 시대다. 그렇다고 모두가 거리에 나가 손을 들고 몸을 쓰며 싸울 수는 없다. 그러나 지은이는 숨죽이게 하는 세상에 내 숨을 떳떳하고 고요하게 쉬는 것이 아름다운 저항임을 ‘제 숨’을 포기하지 않을 삶을 선택할 수는 있음을 보여준다. 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면 숨 쉴 자격을 잃는 것이다. 노랫말 곳곳에 자연과 더불어 쉬지 못하는 인간의 숨은 창조의 동산을 떠난 폭력의 숨이며 인간다운 숨을 쉬는 것은, 하늘의 숨을 민감하게 느끼고 무딘 양심을 세밀하게 하며 지구의 수준을 아프게 지켜보며 예언자다운 자세를 가지는 것임을 역설한다. 김기석 목사(청파교회)는 그의 글에 대해 이렇게 덧붙인다. “작고 사소한 것들.. 2015. 10. 28.
김기석 목사의 《아슬아슬한 희망》1 구원(救援)의 지평, 기어서 넘기 - 김기석 목사의 《아슬아슬한 희망》1 - 가을의 끝자락, 초겨울의 문턱에서 김기석 목사의 열 번째 책 《아슬아슬한 희망》을 만났다. 꽃들은커녕 곱게 단풍이 든 나뭇잎들에게조차 암담한 계절, 이제는 추운 바람과 눈서리 겪는 일만 남은 계절에, 이 책은 ‘아슬아슬’하게 우리에게 왔다. 이기적으로 저만 챙기게 태어난 내가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신학을 하면서 겨우겨우 애써가며 배워온 것들을, 김기석 목사는 그냥 ‘타고난’ 것 같다. 조개 잡고 갈매기 쫓으며 팔랑팔랑 뛰어다니느라 바닥 볼 일 없이 바빴던 어린 시절 나의 개펄에의 추억이 무색하게도, 그는 어려서부터 시선을 바닥에, 땅에 두며 살았다. “온 몸으로 바닥을 기어가는 것들에 대한 이상한 연민”(12쪽)이 있었다 한다. .. 2015. 4. 23.
김기석 목사의《말씀의 빛 속을 거닐다》2 말씀에 빛을 뿌리는 묵상과 메시지 -김기석 목사의 《말씀의 빛 속을 거닐다》 - 1. 김기석 목사의 글을 읽는 것은 큰 즐거움의 경험이다. 내 독서 경험의 반경에서 좀 과감하게 판단하자면 그는 이 땅의 목사들 중에서 가장 글을 잘 쓰는 목사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을 주업으로 삼는 목사에게 글을 잘 쓴다는 말은, 특히 이 땅에서 말씀이 유통되는 지형을 감안할 때, 단순한 칭찬 이상의 함의를 띤다. 그가 매우 섬세하게 언어를 다루는 기술이 하나님 말씀을 공들여 조탁하는 세공술로 전이되어 글과 함께 독자가 한없이 깊어지고 넓어지는 감화의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니고, 겉 폼을 잔뜩 잡고 온갖 화려한 수사를 늘어놓는다고 만들어지는 세계도 아니다. 오히려 그의.. 2015.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