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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자리> 출간 책 서평79

김기석 목사의 《아! 욥》을 읽고 김기석 목사의 《아! 욥》을 읽고 김기석 목사님(이하 김 목사)이 최근에(2016년 12월10일) 귀한 책을 꽃자리 출판사에서 내셨다. 몇 달 전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를 통한 잔잔한 감동이 채 가시기 전에 다시 이 책을 받아드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제목은 《아! 욥》이고 ‘욥기 산책’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부제는 마음에 안 든다. 욥기는 산책하면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원제가 욥기 읽기에 딱 어울린다. 욥기 앞에서 ‘아!’ 이외에 우리에게서 나올 수 있는 소리는 없으니 말이다. 이 ‘아!’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깊은 깨달음이요, 다른 하나는 깊은 탄식이다. 불립문자(不立文字)를 여기에 덧붙여도 좋으리라. 나는 김 목사의 책을 읽으면서 바로 이 ‘아!’가 주는 충.. 2016. 12. 26.
욥기 산책길에서 만난 길벗들 욥기 산책길에서 만난 길벗들 초대받은 사람들 김기석을 따라 같이 욥기산책을 하다보면 동서고금의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 중에는 욥기 전문가는 별로 없는데, 욥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이들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이들이 한 때 어디선가 한 말이 독자들의 욥기 이해에 얼마나 큰 빛을 비추는 지를 꾸준히 밝히면서, 그들을 일일이 소개한다. 이 책을 다 읽는 동안 독자들은 적어도 90여명 이상의 길벗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초청을 받은 이들 중에는 단연 시인들이 많다(다니카와 슌타로, 단테,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소동파, 엘리어트, 파블로 네루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호메로스, 횔덜린, 구상, 기형도, 김승희, 도종환, 박두진, 윤동주, 윤석산, 이문재, 이정록, 정진규, .. 2016. 12. 8.
창세기가 전하는 열두 개의 에피소드 창세기가 전하는 열두 개의 에피소드 사람들을 오랫동안 하느님을 알려고 애써왔다. 그래서 얼마나 알게 됐을까? 사람이 하느님에 대해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하느님은 ‘알 수 없는 분’(the Unknowable)이란 말이 있다.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적지 않을 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하느님을 알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스도교와 유대교의 경전인 구약성서(유대교에서는 ‘구약’이란 말을 쓰지 않지만)는 하느님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과 자신을 알리고자 하는 하느님이 다양한 상황에서 만난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그 중에서도 창세기는 하느님과 사람이 처음으로 만난 이야기다. 처음으로 만났으니 모든 게 새로웠고 서툴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익숙해졌다. 하느님과 사람이 만난 이야.. 2016. 10. 19.
“한국은 왕조사회다” “한국은 왕조사회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갑질의 향연만 반복된다. 갑질…, 결국 그건 ‘왕질’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고 지적하는 저자는 우리 사회의 왕조적인 모습을 이렇게 풀어간다. “우리의 공화정 도입이 시민들의 주체적이고 자발적 행위와 자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순식간에 이식되었다는 사실이 우리 사회의 특징을 잘 설명해 주기도 한다. 서구 사회가 프랑스 혁명(1789~1794)이라는, 시민의 힘으로 왕정을 종식시킨, 역사적 경험을 소유한 것에 반해, 우리는 세계 대전이 끝난 후 강대국이 주도한 세계 체제 재편 과정의 하나로 타력에 의해 공화제가 시작되었을 뿐이다. 그러니 여전히 우리 사회 대부분의 마인드와 에토스는 임금을 모시던 때의 역사적 경험과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2016. 9. 20.
‘얕은 물’에는 생명이 없다 ‘얕은 물’에는 생명이 없다 김교신은 세상 시스템을 ‘얕은 바다’라는 은유로 표현했다. 은급 제도, 보험제도, 교육, 기업경영 등의 ‘안전한’ 디딜 곳을 만들어 물의 깊이를 얕게 하는 것, 하여 손으로 바닥을 짚고 수영하듯 편안하게 힘 안들이고 살다 가는 인생을 “땅 짚고 헤엄치기”라고 했다. 땅을 짚었으니 빠져 죽을 염려는 없을 터이다. 인생살이가 불안하기는커녕 삶의 자세는 얼마나 여유롭고 당당하겠는가! 이리 사는 사람들은 제 생명 이 위태롭지 않으니 자연 하나님을 향한 간절한 ‘앙망仰望’이 있을 리 없다. 뭐든 ‘내 손 안에’ 있으니… 그리 오래 살다보면 자기가 신神인 것도 같아 어디서나 이웃 생명들을 향해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려 한다. 사회적 생명은 물론 물리적 생명조차 살리고 죽이는 결정이 “땅.. 2016. 6. 9.
세속적 우상과의 싸움 욕망이라는 쇠항아리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사는 이들은 다른 이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없는 법입니다. ‘저 너머’의 눈으로 삶과 현실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우리는 아주 조금씩 자아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됩니다. 초월은 나의 나 됨을 우리라는 더 큰 지평 속에서 재정의하도록 해줍니다. 바로 이것이 삶의 인간화의 길이 아닌지요? 기존 질서에 의문부호를 붙이는 동시에 자기 삶을 늘 초월의 지평과 연결시킬 수 있어야 우리는 지난한 투쟁 속에서도 고갈되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예수의 삶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문광훈 교수는 《가면들의 병기창》에서 “예수에게 신분이나 계급, 지위나 재산은 금지해야 할 우상과도 같았고, 사랑과 너그러움과 자유는 우상 너머에 자리하는 실천적 덕목이었다. 사랑과 진.. 2016. 6. 8.
그리운 사람에게 그리운 사람에게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던 아버지는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이 보고 싶을 때면 편지를 쓰곤 하셨다. 잘 지내느냐는 안부 인사와 간단한 용건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자중자애 할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 전부였지만 아버지의 편지는 아버지의 존재나 다를 바 없었다. 구불구불 써내려간 가전체의 편지를 받아드는 순간 아버지의 정 깊은 눈이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호롱불 밑에서 한 자 한 자 정성껏 쓰신 그 편지는 아버지와 분리할 수 없는 일체였다. 그 편지는 고향의 냄새였고 아버지의 품이었다. 지금은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지만 세들어 살고 있던 집 대문에 걸린 우체통에서 익숙한 아버지의 손글씨를 발견하는 날이면 천하를 얻은 듯 든든했다. 그 편지를 받아들고 눈물짓던 기억은 또렷하다. 외로웠기 때.. 2016. 6. 2.
김교신이 그리운 것은 김교신이 그리운 것은 이른바 조선의 지식인으로 조선의 ‘독립’을 위하여 투쟁하지 않으면 인간 대접을 받기도 힘들었던 1930년대의 정신 풍토에서 김교신은 특이한 존재였다. 민족의 해방을 지상의 목표로 세우고 그렇게들 살아가는 틈바구니 속에서 외로이 “인간의 해방”을 고집하던 그는 200명이 넘지 않은 독자들을 상대로 15년 동안 월간지 을 발행하여 온 인물이다. “조선을 알고 조선을 먹고 조선을 숨 쉬다가 그 흙으로 돌아간 김교신, “함석헌의 ‘조선 역사 수난의 5백년’ 교정을 보다가 인쇄소 공원들 곁에서 눈물을 씻던” 김교신, “한 발 앞서 얼굴을 보여 주시면 힘이 되겠다”는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의 영원한 스승이었던 김교신, “1942년 「성서조선」 사건으로 1년여의 투옥 생활을 마친 후,.. 2016. 5. 4.
스님 아닌 스님, 목사 아닌 목사, 신부 아닌 신부 스님 아닌 스님, 목사 아닌 목사, 신부 아닌 신부 편집자 주/이 대담은 ‘스님 목사 신부의 대화 다섯 마당’이라는 부제가 붙은 《잡설》책에 실린 내용으로 ‘종교’를 테마로 다섯 분(김기석/청파교회 목사, 김민웅/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김인국/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도법/조계종 화쟁위원장, 오강남/종교학자)이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김민웅 자, 그러면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도법 종교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김민웅 종교를 구할 필요가 있을까요?(웃음) 오강남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세상의 일과 하나님의 일을 구분하지 않는 것입니다. 세상의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분리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하나님의 일을 하면서 세상을 등한시하면 안 됩니.. 2016.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