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건용의 '짭쪼름한 구약 이야기'62 내쫓으란 말인가, 죽이란 말인가? 구약성서의 대량학살(4) 내쫓으란 말인가, 죽이란 말인가? 신명기 7:1-6, 16-24 나쁜 놈이었으면 좋겠다 두 남학생이 한 여학생을 좋아합니다. 아주 가까운 친구인 두 남학생은 같은 여학생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보하기는 싫습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걸 보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지요. 한 녀석이 별똥별을 보면서 소원을 빌었습니다. “내 친구가 나쁜 놈이었으면 좋겠다.” 많이 듣던 얘기지요? 얼마 전에 끝난 드라마 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입니다. 두 남학생은 아주 친한 친구인데 같은 여학생을 좋아하니 이를 어찌해야 합니까. 아무리 친해도 좋아하는 여학생을 양보하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서로 경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서 별똥.. 2016. 5. 9. 네 이웃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12) 네 이웃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 - 어느 고독에 관한 이야기 ‘탐심’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 가톨릭의 십계명은 이웃의 아내에 대한 탐심과 소유물에 대한 탐심을 구별해서 각각 아홉 번째, 열 번째 계명으로 세고 개신교는 이웃의 둘을 하나로 묶어 열 번째 계명으로 셉니다. 이 글은 가톨릭 셈법에 따라 영화를 따라가므로 이 글에서는 이웃의 아내에 대한 탐심만 다룹니다. 탐심에 대한 계명이 맨 뒤에 나오므로 다른 계명보다 가볍게 여겨도 된다고 생각하면 오해입니다. 계명을 어기는 행위 밑바닥에는 ‘탐심’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맨 앞에는 야훼 하느님 이외에 다른 신을 두지 말라는 야훼 유일주의 신앙을 배치하고 맨 뒤에는 죄악의 뿌리인 ‘탐심’을 배치함으로써 십계명은 하느님에서 시작한 .. 2016. 5. 2. 피 묻은 손으로는 안 된다 구약성서의 대량학살(3) 피 묻은 손으로는 안 된다 역대기상 22:7-10 역대기하 25:5-12 1만 명이나 절벽에서 떨어뜨려 죽였다고? 구약성서에 나오는 대량학살에 대해 세 번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주로 다룰 텍스트는 출애굽기와 여호수아이지만 오늘은 역대기상과 역대기하에서 한 대목씩을 읽을 텐데 그것들을 본격적으로 해석할 의도는 아니고 다만 이 두 구절이 대량학살에 대한 일반적인 얘기들과 얼마나 다른지를 확인해보겠습니다. 역대기하 25장은 남 유다 왕 아마샤가 에돔과 전쟁을 벌이는 얘기입니다. 아마샤는 이 전쟁을 위해 북이스라엘에게 은 1백 달란트를 지불하고 군인 십만 명을 데려왔습니다. 북왕국 군인들을 용병으로 사왔다는 얘기입니다. 이 얘기는 북이스라엘과 남 유다 두 나라의 관계에 묘한 구석이 있.. 2016. 4. 28. 너의 목소리가 들려 구약성서의 대량학살(2) 너의 목소리가 들려- 출애굽기 34:1-9 - 성서에도 토론과 논쟁이 있을까? 제가 고국에서 처음 선거권을 가졌을 때는 TV 토론이란 게 없었습니다. 그때는 후보자가 TV 시청자가 아니라 광장에 모여 있는(또는 동원된) 인파 앞에서 연설했습니다. 1980년대 초에 있었던 국회의원 선거 때 어느 학교에서 열린 유세에 구경 갔던 게 기억납니다. 야당 총재였던 분이 당시 대통령이던 사람 이름을 존칭도 없이 부르면서 사자후(獅子吼)를 토해내던 걸 직접 제 눈으로 봤습니다. 그 후에는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대규모 청중유세가 아니라 TV 토론이 대세가 됐습니다. 그런데 아직 제 눈에는 토론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것은 제가 여기 미국에 오래 살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일찍부터 .. 2016. 4. 1. 네 이웃에 대해서 거짓증거하지 말라(3)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11) 네 이웃에 대해서 거짓증거하지 말라(3)- 어느 과거에 관한 이야기 진실과 거짓을 어떻게 구별할까? ‘거짓 예언’과 ‘거짓 예언자’는 예언서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주제입니다. 성서에 등장하는 모든 예언자들이 야훼의 참 예언자는 아닙니다. 그 중에는 거짓 예언자들도 섞여있는데 그들에게 ‘거짓 예언자’라는 명찰이 붙어있지 않아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성서는 거짓 예언자를 구별하는 기준을 말합니다. 예컨대 신명기 18장은 야훼께서 말하라고 하지 않은 것을 야훼의 이름으로 제 맘대로 말하거나 다른 신들의 이름으로 말하는 사람은 거짓 예언자라고 말합니다(20절). 또 “예언자가 야훼의 이름으로 말한 것이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말은 야훼께서 하신 말씀이 아니니 너희는 제.. 2016. 3. 28. 네 이웃에 대해서 거짓증거하지 말라(2)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10) 네 이웃에 대해서 거짓증거하지 말라(2)- 어느 과거에 관한 이야기 어느 과거에 관한 이야기 조피아(Zofia)는 바르샤바 대학에서 윤리학을 가르치는 나이 많은 교수인데 어느 날 엘즈비에타(Elzbieta)라는 사십 대 폴란드 출신 미국 여인이 그녀 수업에 청강을 신청했습니다. 둘은 구면(舊面)이었습니다. 조피아가 뉴욕에 머물렀을 때 엘즈비에타가 그녀 논문을 번역해준 적이 있었던 겁니다. 그녀는 바르샤바에 머물며 2차 대전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의 삶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그날 수업의 주제는 ‘도덕적 딜레마’였습니다. 한 학생이 남편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여인과 중병에 걸린 남편, 그리고 남편을 돌보는 의사에 관한 얘기를 꺼냈습니다. “야훼의 이름을 헛되이.. 2016. 3. 26. 네 이웃에 대해서 거짓증거하지 말라(1)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9) 네 이웃에 대해서 거짓증거하지 말라(1)- 어느 과거에 관한 이야기 영화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매체 키에슬롭스키의 영화 은 계명을 직접 다루지도 않고 신에 대해 직접 얘기하지도 않습니다. 영화는 삶과 죽음, 신의 존재 등을 수수께끼, 징표나 징조, 우연이나 갑작스럽고 기이한 운명의 장난 같은 사건들로 표현합니다. 이 영화를 십계명에 대한 현대적 비유(parable)라고 부르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영화를 집중해서 봐야 각 계명과의 관련성을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계명을 읽으면서 간과했던 점을 발견합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삶과 죽음, 신의 존재와 삶의 의미 등 상당히 무거운 주제를 다룹니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계명을 다루지만 거기에 다른 계명들이 암시.. 2016. 3. 25. 어떤 살인 구약성서의 대량학살(1) 어떤 살인 출애굽기 2:11-15 대량학살이란? 여섯 번에 걸쳐서 ‘구약성서의 대량학살(genocide)’을 주제로 설교하겠습니다. 주로 출애굽기와 여호수아 본문을 읽겠지만 강해설교 식으로 한 장씩 읽어가려는 건 아닙니다. 그랬다가는 일 년 내내 이 주제로 설교해야 할 겁니다. 또한 읽을 본문이 거기에만 국한되지도 않습니다. 구약성서에는 출애굽기와 여호수아 말고도 대량학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얘기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다룰 내용은 구약성서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 대량학살에 대한 얘기를 어떻게 읽고 이해해야 하는지, 왜 야훼는 그런 명령을 내렸는지, 그런 명령을 내린 야훼는 어떤 신인지를 알아보려 합니다. 우선 ‘대량학살’이 무슨 뜻인지 잠정적으로나마 정의할 필요가 있겠습니.. 2016. 3. 19. 간음하지 말라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8) 간음하지 말라 - 어느 사랑에 관한 이야기 - 일부다처제 사회에 주어진 계명 “요즘 젊은이들은 성에 대해서 너무 자유분방해서 큰일이야.”라고 걱정하며 혀를 차면 그 사람은 기성세대에 속한다고 왕따 당한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기성세대만 이런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수십 년 전, 아니 수백 년 전에도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함을 염려했을 터이다. 기성세대 눈에 젊은이들은 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존재니 말이다.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은 히브리어로 단 두 단어로 이루어진 짧은 계명으로서 설명을 달 필요도 없이 자명해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진 않다. 언뜻 보기보다는 생각할 점들이 많다는 얘기다. 우선 계명이 주어졌던 시기 사회적, 종교적 상황 속에서 계명이 .. 2015. 11. 5.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