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건용의 '짭쪼름한 구약 이야기'62 다윗, 살아남기 위해 뭐든지 해야 했다 다윗 이야기(6) 다윗, 살아남기 위해 뭐든지 해야 했다 - 사울 궁전에서의 다윗 1. 구약성서의 서술이 연대순이 아님을 감안해도 다윗과 골리앗 싸움의 후일담은 시간적으로 여간 헛갈리는 게 아니다. 다윗은 골리앗을 죽인 후 머리는 ‘예루살렘’으로 보냈고(당시 예루살렘은 여부스족의 도시였으므로 이 서술이 이치에 안 맞는다는 얘기를 앞에서 했다) 칼은 자기 장막으로 가져갔다고 했다(사무엘상 17:54). 그런데 55절에서는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 싸움이 벌어지기 전 얘기를 한다. 사울이 골리앗과 싸우러 나가는 다윗을 보고 군사령관 아브넬에게 “아브넬 장군, 저 소년이 누구의 아들이오?”라고 물었단다. 바로 앞에서 자기가 전쟁터에 내보내놓고 말이다. 아브넬이 자기도 모르겠다고 대답하자 사울은 그가 누군지 알아.. 2015. 8. 9. 엇갈리는 운명 다윗 이야기(5) 엇갈리는 운명– 야훼의 영이 사울에게서 다윗에게 옮겨가다 1. 사무엘이 사울의 후임자를 찾아 이새의 집에 갔을 때 그의 맘에 든 사람은 맏아들 엘리압이었다. 그는 엘리압을 보고 맘속으로 “야훼께서 기름 부어 세우시려는 사람이 정말 야훼 앞에 나와 섰구나.”라고 생각했단다(사무엘상 17:6). 하지만 그는 “너는 그의 준수한 겉모습과 큰 키만을 보아서는 안 된다. 그는 내가 세운 사람이 아니다. 나는 사람이 판단하는 것처럼 그렇게 판단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겉모습만을 따라 판단하지만 나 야훼는 중심[심장]을 본다.”(7절)라는 야훼의 말을 듣고 꼬리를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기독교인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는 ‘하느님은 겉모습이 아닌 중심을 보신다.’는 생각이 여기서 비롯됐다. 그러고 .. 2015. 8. 2. 살인하지 말라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5) 살인하지 말라 - 어느 살인에 관한 이야기 살인의 정의 사람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은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 또 사람이 제 목숨을 되찾는 대가로 무엇을 내놓겠느냐?”(마태복음 16:26)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공감할 거다. 그런데 십계명 중 가장 까다로운 계명이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이라면 믿을 수 있겠나? 그건 다른 어떤 계명보다 이 계명에 ‘합법적’ 예외가 많기 때문이다. ‘살인’(殺人)은 사람 생명을 빼앗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 계명은 히브리어로 ‘살인하다’(to kill)와 ‘말라’(not)라는 두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누가 누구의 생명을 어떻게 빼앗느냐는 방식과 상관없이 모든 형태의 살인을 금.. 2015. 7. 29. 누가 골리앗을 죽였을까? 다윗 이야기(4) 누가 골리앗을 죽였을까?– 영웅 신화의 탄생 - 1. ‘여는 글’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우리가 다윗에 대해 아는 모든 것은 구약성서에서 왔다. 이 정도로 유명하고 영향력 큰 인물이라면 구약성서 말고도 기록이 남아 있을 법 한데 그렇지 않다. 구약성서 이야기의 역사성에 대해 회의적인 학자들이 다윗 이야기의 역사성에 특히 회의적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상세한 기록까지는 아니라도 적어도 지나가듯이 어느 정도는 언급돼야 하지 않느냐는 거다. 반면 구약성서 이야기의 역사성에 회의적인 학자들 중에 오히려 다윗을 역사적 인물로 보는 학자도 있다. 조얼 베이든(Joel Baden)이 그런 사람이다(Joel Baden, The Historical David: The Real Life of an Inven.. 2015. 7. 21.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켜라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4)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켜라 - 어느 크리스마스이브에 관한 이야기 생명 있는 모든 존재를 위한 안식일 계명 고대 메소포타미아 신화는 사람이 창조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거기서는 신들의 세계에도 지위가 높은 신과 낮은 신의 계층구분이 있었는데 지위 낮은 신들은 3D 업종에 속하는 고된 일들을 맡아 했다는 거다. 하루는 이들이 일이 너무 고되고 힘들어 못 살겠다고 높은 신들에게 불평을 터뜨린다. 높은 신들이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어서 ‘사람’을 만들었다. 그러니까 사람은 낮은 신들이 하기 싫어하는 3D 업종 고된 일을 대신 하게 하려고 높은 신들이 창조했다는 얘기다. 안식일에 관한 계명은 이런 배경 속에서 이해돼야 한다. 고대 중동 어디서도 유례를 볼 수 없는 독특한 계명이다. .. 2015. 7. 16. 다윗, 그는 악사인가 전사인가? 다윗 이야기(3) 다윗, 그는 악사인가 전사인가? 1. 이제 본격적으로 다윗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다윗은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인물이다. 그리스도교에서 그는 구세주 예수의 조상이다. 마태복음 1장 1절에는 “아브라함의 자손이요 다윗의 자손인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는 이러하다.”라고 기록되어 있고, 요한복음 7장 42절은 “성경은 그리스도가 다윗의 후손 가운데서 날 것이요 또 다윗이 살던 마을 베들레헴에서 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는가?”라고 전하며, 로마서 1장 2-3절은 “이 복음은 하느님께서 예언자들을 통하여 성경에 미리 약속하신 것으로 그의 아들을 두고 하신 말씀입니다. 이 아들은 육신으로는 다윗의 후손으로 태어나셨으며…”라고 적었고, 요한계시록 22장 16절에서는 예수가.. 2015. 7. 12. 너희는 너희 하느님의 이름 야훼를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3) 너희는 너희 하느님의 이름 야훼를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 - 어느 선택에 관한 이야기 - 내 이름을 불러다오! 동생 넷을 가진 젊은이가 결혼을 했다. 시집와서 나흘 밤을 지낸 후 신부는 신방에서 나와 죽을 끓여 시동생들에게 갖다 줬다. 그런데 시동생들은 죽 그릇을 받아 들고는 “우리 이름을 말해야 죽을 먹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시집 온지 나흘 밖에 안 되는 새색시가 넷이나 되는 시동생 이름을 기억할 수 있겠나. 그녀가 “나는 도련님들 이름을 모릅니다”라고 말하자 그들은 “우리 이름을 모르면 죽을 먹지 않겠습니다. 도로 가져가세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죽을 자기 방으로 가져가서 남편과 나눠 먹었다. 이튿날에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신부는 속으로 생각했다. ‘시동생들.. 2015. 7. 8. 여는 글 - 다윗 이야기의 처음과 끝, 미갈 다윗 이야기(1) 여는 글 - 다윗 이야기의 처음과 끝, 미갈 편집자 주/지난번에 실린 첫 회 “사무엘, 양다리 걸치다”는 다윗 이야기의 두 번째 글이었습니다. 이번 첫 글을 읽어보시면 앞으로 ‘다윗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흥미진진할 것입니다. 1. 그녀를 박복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팔자가 드세다고 해야 할까. 사울의 둘째 딸이자 다윗의 두 번째 아내였던 미갈 말이다. 다윗에 대한 얘기를 왜 느닷없이 미갈에 관한 에피소드로 시작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겠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녀가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이 다윗 이야기의 성격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구약성서에서 미갈이 처음 등장하는 때는 사울의 자녀들을 소개하는 사무엘상 14장 49절이다(이하 책 이름이 지칭되지 않으면 모두 의 인용이다).. 2015. 7. 5. 사무엘, 양다리 걸치다 다윗 이야기(2) 사무엘, 양다리 걸치다 – 다윗 이야기의 시작 - 1. 새 판을 짠 이는 사무엘이었다. 멍석 깔아놓고 사울과 다윗을 왕으로 만든 이는 사무엘이었다. 그가 주도하지는 않았고 백성들 성화에 밀려서 했지만 이스라엘에 전에 없던 왕이 생겨나고 군주제가 태동하도록 판을 깔아놓은 사람은 마지막 판관(judge)이자 동시에 제사장(priest)이고 예언자(prophet)였던 사무엘이었던 거다. 그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그 일을 했을 거다. 구약성서에서 인간사 모든 일의 궁극적 원인이자 동력은 야훼 하느님이니까 그가 아니라도 누군가 그 일을 했을 거란 말이다. 하지만 세상사가 누가 해도 마찬가지라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 그걸 행한 사람의 기질과 성격과 개성에 따라 사건의 색깔이 달라지니 인생 살만한 게.. 2015. 6. 25.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