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306 당신의 고독 신동숙의 글밭(181) 당신의 고독 세상을 바라보는당신의 눈길이 얼마나 그윽한지 당신이 심연에서 길어 올린 눈물로 적시우는 세상은 윤기가 돕니다 홀로 있는 시간 동안당신의 고독은 얼만큼 깊어지기에 당신이 뿌리 내릴 그 평화의 땅에선 촛불 하나가 타오르는지, 세상은 빛이 납니다 이제는 문득당신의 하늘도 나처럼 아무도 없는지 당신의 詩가 울리는 하늘은 높고도 맑고 고요히 깊어서 나의 고독이 아니고선당신의 고독에 닿을 수 없음을 알기에 당신을 만나려 호젓이관상의 기도 속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만 갑니다 그리고 이제는 고독의 방이 쓸쓸하지만은 않아서 내 영혼이 고독 안에서만 비로소 평온한 쉼을 얻습니다 2020. 7. 6. 꽃이 핀 자리 신동숙의 글밭(180) 꽃이 핀 자리 올해도 꽃이 핍니다 지난해 꽃 진 자리에 할아버지 꽃 진 자리 할머니 꽃 진 자리 한 세상 살으시고눈물 같은 씨앗 떨군 자리마다 고운 얼굴꽃이 핍니다 2020. 7. 3. 어둔 밤의 불씨 신동숙의 글밭(177) 어둔 밤의 불씨 붉은 노을로저녁 하늘에 밑불을 놓아 까맣게 태우는어둔 밤 낮의 모든 밝음을 태우시는 어진 손길 가난한 집 지붕 위에불씨처럼 남겨 둔 하얀 박꽃 한 송이 어둔 밤에 있을지라도낮의 밝은 해를 잊지 말으라시며 까맣게 기름진 밤하늘에 씨알처럼 흩어 둔 하얀 별들 그리움을 지피는 어둔 밤에 불씨 하나 있어 없음을 향하여 제 몸을 지우다가다시금 피어나는 달 2020. 6. 30. 하나의 노래를 불러요 신동숙의 글밭(176) 하나의 노래를 불러요 하나의 노래를 불러요하나의 노래를 울 할아버지들은쌀 한 가마니에 오원의 노래를 부르셨지요 내 어린 날에는과자 한 봉지에 백원의 노래를 불렀고"엄마~ 백원만" 내 어린 아들은배가 불러도 천원의 노래를 부르고"엄마~ 천원만" 중학생 딸아이는아침부터 만원의 콧노래를 부르지요"엄마~ 저녁밥 사 먹게 만원만" 허기진 청춘들은한 달 꼬박 일해서 번 돈 백만원에 휘파람을 부는지 길을 잃은 어른들은숨 넘어가는 억소리에 어깨춤을 추어도 허리뼈가 굽으신 할머니는폐지 1키로에 이십원을 주우셔야 해요 세월의 강물은 흘러만 가는데우리들은 왜 이렇게 하나에서 멀리 떠나왔는지 나는 오늘도 이슬 한 방울의 힘으로세월의 물살을 거슬러 피어올라 그 하나를 찾으려 밤하늘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2020. 6. 29. 물길 신동숙의 글밭(175) 물길 비가 내립니다가슴에도 비가 내립니다 메마른 가슴에떨어진 빗방울마다 안으로 홈이 파이고그리움으로 머물다가 실개천 물길을 내어흐르게 하소서메마른 가슴으로 맑게선하게아름답게 2020. 6. 27. 풀밭 신동숙의 글밭(173) 풀밭 신발 벗어 놓고들어가는 풀밭 바람과 빗물이 쓸고 닦는 방 푸릇푸릇 풀잎손들이 새벽 이슬 모아 간질간질 발 씻겨 주는 개운한 아침 2020. 6. 25. 약속 신동숙의 글밭(171) 약속 산길을 걷다가엄마가 새순처럼 말씀하신다 가을에 단풍이 들면1박 2일로 해인사에 가기로 하셨다고 누구랑 가시냐고 물으니"니하고" 하신다 한번 드린 말씀인데엄마는 이미 마음밭에 심어두셨다 2020. 6. 23. 숨쉼 신동숙의 글밭(170) 숨쉼 숨을 쉰다들숨 날숨 들숨의 채움으로날숨의 비움으로 숨을 쉰다거칠어지지 않게 걸음마다평화의 고삐를 붙든다 날숨마다 살피어몸이 붙든 힘을 풀어 주고 날숨마다 조금씩애씀을 내려놓는다 그리하면들숨은 저절로 깊어지는 것 멈칫 길을 잃어도 좋아 늘처음처럼 숨을 쉰다한 알의 몸으로 날숨을 더 오래 느긋하게숨을 쉰다 느리고 고요한숨은 쉼이 된다 씨앗처럼먼 별처럼 내 어둡고 가난한 가슴에한 알의 하늘숨을 품으며 숨을 쉰다한 점 몸이 점점점 푸른 하늘이 된다 2020. 6. 21. 산안개 신동숙의 글밭(169) 산안개 비가 오는 날에는산안개가 보고 싶어서 밥을 먹다가먼 산을 생각합니다 설거지를 하다가산안개를 생각합니다 푸른산 머리 위에 앉은하얀 산안개가 순합니다 비가 오는 그믐밤에도흰 박꽃처럼 순합니다 하늘도 순하고산도 순하고집도 순합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온 마을이 하얀 박 속입니다 2020. 6. 20. 이전 1 ··· 24 25 26 27 28 29 30 ··· 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