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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313

어둔 밤의 불씨 신동숙의 글밭(177) 어둔 밤의 불씨 붉은 노을로저녁 하늘에 밑불을 놓아 까맣게 태우는어둔 밤 낮의 모든 밝음을 태우시는 어진 손길 가난한 집 지붕 위에불씨처럼 남겨 둔 하얀 박꽃 한 송이 어둔 밤에 있을지라도낮의 밝은 해를 잊지 말으라시며 까맣게 기름진 밤하늘에 씨알처럼 흩어 둔 하얀 별들 그리움을 지피는 어둔 밤에 불씨 하나 있어 없음을 향하여 제 몸을 지우다가다시금 피어나는 달 2020. 6. 30.
하나의 노래를 불러요 신동숙의 글밭(176) 하나의 노래를 불러요 하나의 노래를 불러요하나의 노래를 울 할아버지들은쌀 한 가마니에 오원의 노래를 부르셨지요 내 어린 날에는과자 한 봉지에 백원의 노래를 불렀고"엄마~ 백원만" 내 어린 아들은배가 불러도 천원의 노래를 부르고"엄마~ 천원만" 중학생 딸아이는아침부터 만원의 콧노래를 부르지요"엄마~ 저녁밥 사 먹게 만원만" 허기진 청춘들은한 달 꼬박 일해서 번 돈 백만원에 휘파람을 부는지 길을 잃은 어른들은숨 넘어가는 억소리에 어깨춤을 추어도 허리뼈가 굽으신 할머니는폐지 1키로에 이십원을 주우셔야 해요 세월의 강물은 흘러만 가는데우리들은 왜 이렇게 하나에서 멀리 떠나왔는지 나는 오늘도 이슬 한 방울의 힘으로세월의 물살을 거슬러 피어올라 그 하나를 찾으려 밤하늘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2020. 6. 29.
물길 신동숙의 글밭(175) 물길 비가 내립니다가슴에도 비가 내립니다 메마른 가슴에떨어진 빗방울마다 안으로 홈이 파이고그리움으로 머물다가 실개천 물길을 내어흐르게 하소서메마른 가슴으로 맑게선하게아름답게 2020. 6. 27.
풀밭 신동숙의 글밭(173) 풀밭 신발 벗어 놓고들어가는 풀밭 바람과 빗물이 쓸고 닦는 방 푸릇푸릇 풀잎손들이 새벽 이슬 모아 간질간질 발 씻겨 주는 개운한 아침 2020. 6. 25.
약속 신동숙의 글밭(171) 약속 산길을 걷다가엄마가 새순처럼 말씀하신다 가을에 단풍이 들면1박 2일로 해인사에 가기로 하셨다고 누구랑 가시냐고 물으니"니하고" 하신다 한번 드린 말씀인데엄마는 이미 마음밭에 심어두셨다 2020. 6. 23.
숨쉼 신동숙의 글밭(170) 숨쉼 숨을 쉰다들숨 날숨 들숨의 채움으로날숨의 비움으로 숨을 쉰다거칠어지지 않게 걸음마다평화의 고삐를 붙든다 날숨마다 살피어몸이 붙든 힘을 풀어 주고 날숨마다 조금씩애씀을 내려놓는다 그리하면들숨은 저절로 깊어지는 것 멈칫 길을 잃어도 좋아 늘처음처럼 숨을 쉰다한 알의 몸으로 날숨을 더 오래 느긋하게숨을 쉰다 느리고 고요한숨은 쉼이 된다 씨앗처럼먼 별처럼 내 어둡고 가난한 가슴에한 알의 하늘숨을 품으며 숨을 쉰다한 점 몸이 점점점 푸른 하늘이 된다 2020. 6. 21.
산안개 신동숙의 글밭(169) 산안개 비가 오는 날에는산안개가 보고 싶어서 밥을 먹다가먼 산을 생각합니다 설거지를 하다가산안개를 생각합니다 푸른산 머리 위에 앉은하얀 산안개가 순합니다 비가 오는 그믐밤에도흰 박꽃처럼 순합니다 하늘도 순하고산도 순하고집도 순합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온 마을이 하얀 박 속입니다 2020. 6. 20.
진실이 걸쳐 입은 자유의 옷자락 신동숙의 글밭(165) 진실이 걸쳐 입은 자유의 옷자락 마음이 양팔 벌린 저울질로 춤을 춥니다 나와 너 사이에는 언제나 현실의 강물이 흐르고 머리와 가슴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사실과 환상의 거름망을 촘촘히 거쳐 진실과 거짓이 주섬주섬 각자의 옷을 갖추어 입고 서로 먼저 길 떠날 채비를 하는 귀로의 시간 그리고 언제나 한걸음 먼저 앞세우는 건 진실 쪽이기를 가슴을 뒤덮으려는 실리와 이기의 구름을 헤치고 나아가 진실이 손잡이를 돌려 여는 새로운 문, 참된 길 진실이 걸쳐 입은 그 가볍고 홀가분한 옷섶을 스치는 자유의 바람 냄새 나아가 마음이 가는대로 행해도 법에 걸림이 없다는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참된 유산 2020. 6. 10.
풀잎 오누이 신동숙의 글밭(160) 풀잎 오누이 어린 풀잎 무등을 태워주는 듬직한 오라버니 잎 어린 풀잎 치마폭으로 감싸주는 넉넉한 누이 잎 2020.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