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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306

진실이 걸쳐 입은 자유의 옷자락 신동숙의 글밭(165) 진실이 걸쳐 입은 자유의 옷자락 마음이 양팔 벌린 저울질로 춤을 춥니다 나와 너 사이에는 언제나 현실의 강물이 흐르고 머리와 가슴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사실과 환상의 거름망을 촘촘히 거쳐 진실과 거짓이 주섬주섬 각자의 옷을 갖추어 입고 서로 먼저 길 떠날 채비를 하는 귀로의 시간 그리고 언제나 한걸음 먼저 앞세우는 건 진실 쪽이기를 가슴을 뒤덮으려는 실리와 이기의 구름을 헤치고 나아가 진실이 손잡이를 돌려 여는 새로운 문, 참된 길 진실이 걸쳐 입은 그 가볍고 홀가분한 옷섶을 스치는 자유의 바람 냄새 나아가 마음이 가는대로 행해도 법에 걸림이 없다는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참된 유산 2020. 6. 10.
풀잎 오누이 신동숙의 글밭(160) 풀잎 오누이 어린 풀잎 무등을 태워주는 듬직한 오라버니 잎 어린 풀잎 치마폭으로 감싸주는 넉넉한 누이 잎 2020. 6. 8.
사람이 사는 마을이 그리워 신동숙의 글밭(159) 사람이 사는 마을이 그리워 깊은 산 속 울리는 산새소리에 좁은 마음 속으로 푸른 하늘이 열리고 순간 속을 흐르는 개울물소리에 사람의 말소리도 맑게 씻기어 흘러간다 바위에 걸터앉은 산나무에겐 하늘도 뿌리 내리는 땅이 되고 개울물에 잠긴 돌멩이에겐 흐르는 물이 한평생 머무는 집이 된다 사람이 사는 마을은 멀어서 바위처럼 단단한 가슴에도 한 줄기 그리운 산바람이 불어오고 산은 사람이 사는 마을이 그리워 개울물로 낮게 낮게 내려간다 2020. 6. 7.
민들레 홀씨 날아서 신동숙의 글밭(157) 민들레 홀씨 날아서 민들레 홀씨 가벼웁게 날아서 골목길 보도블럭 틈새에 내려앉아 교회 예배당 새벽기도 드리러 가는 어스름 길 환하게 나를 위해 피어나는 고독한 민들레 민들레 홀씨 여유로이 날아서 명상의 집 소나무길 돌틈에 머물러 성당 아침미사 드리러 가는 고요한 길 환하게 너를 위해 피어나는 침묵의 민들레 민들레 홀씨 자유로이 날아서 오솔길 나무그늘 풀숲에 뿌리 내려 석남사 저녁예불 드리러 가는 맑은 길 환하게 우리를 위해 피어나는 사랑의 민들레 불고 싶은 대로 부는 바람을 따라서 자유와 진리의 푸른 바람을 따라서 그 어디서든 민들레 홀씨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하늘 우러러 저절로 피어나 환하게 웃음 짓는 평화로운 민들레 한 송이, 평화로운 이 땅의 말씀 2020. 6. 3.
그리움의 실바람 한 줄기 불어오면 신동숙의 글밭(156) 그리움의 실바람 한 줄기 불어오면 그리움의 실바람 한 줄기 불어오면 어디선가 날 그리는 마음 하나 있어 때마침 걸려 오는 전화에 가슴 속 다정한 벗의 그리움이 그리움의 실바람 한 줄기 불어오면 어디선가 날 부르는 마음 하나 있어 아무도 내게 오는 이 없어 가슴 속 먼 별 하나의 어둔 밤이 날 그리며 날 부르는 보이지 않는 마음 하나 있어 그 별 하나를 가슴으로 품으며 나는 그리움 나는 밤하늘이 된다 2020. 6. 2.
제자리에서 피운 꽃 신동숙의 글밭(153) 제자리에서 피운 꽃 작약, 수레국화, 양귀비, 민들레, 금계국, 개망초, 철쭉, 소나무꽃, 초록 잎사귀, 둘레에는 언제나 넉넉한 하늘 초여름 강변에 피운 꽃들을 바라보면서 생각합니다.쉼 없이 떠돌아 다니는 생각은 바람이 되고 집 없이 자꾸만 흐르는 마음은 강물이 되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음을 저절로 알 때 제자리에서 피운 꽃들에게서 배웁니다. 바람이 꽃이 되고 물이 꽃이 되는 길을 제자리에 머물러 머리 위에 하늘을 이고 진리의 땅에 사색의 뿌리를 내리는 들숨 날숨에 기대어 마음을 내려놓으며 명상의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일상 속에 그려봅니다 상관없는 모든 아픔에까지 빗물 같은 눈물을 흘리다가 햇살 같은 웃음을 욕심 없이 짓다 보면씨앗처럼 작고 단단한 가슴이 열리어 제가 앉.. 2020. 5. 24.
가난하여서 가난함은 아니다 신동숙의 글밭(152) 가난하여서 가난함은 아니다 오늘의 가난함은 가난하여서 가난함은 아니다 하루치의 부유함 속에 씨앗처럼 품고 품은 빈 가슴의 가난함이다 풍성한 밥상 앞에서 밥알처럼 곱씹는 굶주린 배들의 가난함이다 행복의 우물 속에서 두레박으로 길어 올리는 목마른 입들의 가난함이다 오늘 먹고 마신 부유함이 품은 가난함 있음이 품은 없음 모두가 잠 든 후 홀로 앉아서 없음을 알처럼 품는다 없음을 품고 품으며 침묵의 숨을 불어 넣으면 빈 가슴이 속속들이 차올라 없는 가슴을 채우는 건 있음의 부유함도 풍성함도 행복도 아니다 없음을 채우는 건 없는 듯 있는 하늘뿐이다 2020. 5. 23.
영혼의 종소리 신동숙의 글밭(150) 영혼의 종소리 첫 번째 종소리는 네 살 때 울렸다 옆집 아저씨는 마을 뒷산에서 4시면 새벽 기도한다더라 기도가 뭐지아무도 없는 깜깜한 산에서 살아오면서간간히 들려오는 종소리 두 번째 종소리는 신약을 읽다가 울렸다 예수는 무리를 떠나 홀로 산으로 가시더라 뭐하러 가시나 아무도 없는 산에서 종소리는 빈 가슴에서 울린다 언제나 있는 것은 아무도 없는 빈 하늘이다 2020. 5. 18.
누구 이마가 더 넓은가 신동숙의 글밭(145) 누구 이마가 더 넓은가 두 자녀들로부터 카네이션을 받은 어버이날 전야제 저녁밥을 먹고 나서 아빠의 얼굴을 꼭 닮은 딸아이 중학생 딸아이와 아빠가 누구 이마가 더 넓은가 떠들썩하다가 개구진 딸아이가 손바닥으로 아빠 이마를 바람처럼 스치며 제 방으로 숨는다 커피 내리던 아빠가 반짝 자랑스레"아빠 이마는 태평양"이라고 하니까 딸아이가 방문을 열며"그러면 나는 울산 앞바다" 하며 웃느라 넘어간다 뒷정리 하던 엄마가 "그러면 동생은?" 하니까 신이 난 딸아이가 생각하더니 "동생은 태화강, 엄마는 개천"이라고 한다 엄마는 식탁을 빙 둘러 닦으며 "가장 넓은 건 우주, 우주는 하나님 얼굴이니까 우주 만큼 넓은 마음으로 살아라"고 말해 주는데 떠들썩 돌아오던 대답이 없다 하나님처럼 없다 2020.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