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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313

국수와 바람 신동숙의 글밭(137) 국수와 바람 국수를 먹다가 국물을 마시다가 콧잔등에 땀이 맺히고등더리에 땀이 배이려는데 등 뒤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준다 어려선 아빠 손에 든 부채가 사랑인 줄 알았는데 오늘은 저절로 부는 바람이 사랑인 걸 2020. 4. 26.
사진 찍는, 꽃 한 송이 신동숙의 글밭(136) 사진 찍는, 꽃 한 송이 딸아이 뒤로 징검다리 건너다가 유채꽃이 환한 태화강 풍경이 어여뻐서 가던 걸음 멈추어 사진에 담았어요 뒤따라오던 청춘 남자가 여자에게 "니도 저렇게 찍어봐라." 들려오는 말소리에 넌지시 뒤돌아보니 조금 옛날 내가 머물던 그 자리에 어여쁜 여자가 꽃 한 송이로 피었어요 2020. 4. 24.
겹벚꽃 할머니 신동숙의 글밭(135) 겹벚꽃 할머니 오일 장날에 참기름집 앞에 서 있는데 앉으신 할머니가 몸을 틀어서 내 있는 쪽으로 손만 뻗고 계신다 할머니의 손이 향한 곳을 보니까 딸기 바구니에 담긴 푸른 엉개잎 바로 지척인데 강 건너 쯤 보일까 싶어 나도 모르게 "갖다 드릴까요?" 여쭈니 할머니는 눈으로 살풋 미소만 지으신다 참기름병을 가방에 넣고 돌아서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유를 헤아리다가 선뜻 몸을 일으키시지도 고맙단 말도 또롯이 못하시면서 할머니는 그 몸으로 장사를 하시네 차가운 바닥에 종일 앉아서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갈 일이 까마득해서 해가 뜨면 몸 일으킬 일이 무거워서 나무처럼 할머니의 몸도 입도 무거워서 주름진 얼굴에 핀 수줍은 미소가 겹벚꽃 같아 2020. 4. 23.
푸른 잎사귀 신동숙의 글밭(133) 푸른 잎사귀 봄바람에 지는 꽃잎은 고요히 눈을 감는다 꽃 진 자리에 돋는 새순은 순한 귀를 연다 가만가만 꽃잎이 눈을 감으면 공평하게 열리는 푸른 잎사귀 여리고 순한 귀를 기울여 투명한 하늘에 대본다 2020. 4. 20.
봄날엔 가시도 순하다 신동숙의 글밭(129) 봄날엔 가시도 순하다 두릅나무에선 두릅나무 순이 엉게나무에선 엉게나무 순이 제피나무에선 제피나무 순이 가시나무에 돋은 어린잎들마다 봄날엔 가시도 순하다 여리고 순한 가시잎을 끓는 물에 데치고 양념장에 버무린다 가끔은 뾰족해진 내 가슴에서 돋아나는 순도 여리고 순할 때 부지런히 뜯어서 씁쓸한 약으로 나물반찬으로 끓는 가슴에 데치고 맑은 눈물로 씻어서 사색의 양념장에 버무릴까 감사와 평화의 기도손 모아 순한 쌈으로 저녁밥상에 올릴까 2020. 4. 11.
누구는 꽃비라 하고 신동숙의 글밭(126) 누구는 꽃비라 하고 누구는 꽃비라 하고 누구는 꽃눈이라 하고 누구는 눈꽃이라 해도 알겠다 알아듣겠다 귀를 열어서 하늘 가득 춤추는 자유로운 꽃바람이나 바람꽃이나 보인다 집에서도 보인다눈을 감아도 내 안에 펼쳐진 풍경이푸르른 하늘인 걸 벚님들 말 한 마디에 마음에도 꽃이 피고 지는 걸 2020. 4. 6.
애틋한 봄이다 신동숙의 글밭(125) 애틋한 봄이다 봄이구나 싶어 바라보면 마른풀이 보인다 꽃이구나 싶어 바라보면 굳은살이 보인다 봄바람은 마른풀을 달래고 봄햇살은 굳은살을 품는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어울려 꽃을 피우는 애틋한 봄이다 2020. 4. 5.
기도는 물이 흐르는 신동숙의 글밭(123) 기도는 물이 흐르는 기도는 물이 흐르는 기도는 숨이 흐르는 품으면 꿈이 되고 피우면 꽃이 되는 하늘 숨으로 하나 되어 본향으로 돌아가는 홀로 깊은 침묵의 강 쉼을 얻는 평화의 강 2020. 4. 1.
초록 풀밭 교실 신동숙의 글밭(118) 초록 풀밭 교실 산책길을 따라서 초록 풀밭 세상이다 초록 풀밭 교실이 문도 벽도 쉬는 시간도 없이 푸른 하늘처럼 열려 있어요 초록 칠판 여기저기 햇살 분필로 칠하는 곳마다 흰 냉이꽃 푸른 현호색 분홍 광대나물노랑 유채꽃 투명한 이슬 정의로운 풀과 나무들초록 풀밭 교실에는 햇살 담임 선생님이 계셔서 행복한 초록별 학교에서제 빛깔들 마음껏 뿜으며한껏 피어나는 어린 풀꽃들 잠꾸러기 친구야 이제 그 갑갑한 손바닥 폰세상에서 개구리처럼 튀어 나와 우리 다함께 배우며 뛰놀자 2020.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