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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하루에 한 걸음 한 마음191

내 안에 텅 빈 하늘을 신동숙의 글밭(74) 내 안에 텅 빈 하늘을 내 안에 텅 빈 하늘을 진리의 말로 채울 수 있다면 진리의 숨으로 촘촘한 말의 그물망에 매여 내 영혼 진리의 숨 안에서만 온전히 자유하도록 그러고도 빈 하늘이 있다면 이 또한 사랑의 빛으로 채워지기를 내 영혼의 목마름은 한 순간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기에 울컥 샘물이 넘쳐 흐르면 그 눈물 한 방울씩의 좁은 물길을 따라서 말과 숨으로 있는, 진리의 사랑으로 흐르기를 여기저기서 토하듯 쏟아내는 정보와 책의 홍수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참된 길을 잃지 않고, 제 마음의 중심을 잡고서 일상을 살아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만약 우리가 걷는 구도와 순례의 여정에 좋은 스승과 좋은 벗과 좋은 책이 있다면, 자연 속에서 함께 걷는 그 순례길은 .. 2020. 2. 8.
아침에 과일 신동숙의 글밭(73) 아침에 과일 과일 깎는 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빨간 사과, 묵직한 배, 주황색 귤이 아침해를 닮았습니다. 가끔 냉장고에 두부나 계란이 떨어지면 어쩌나 싶은데, 돌아보면 저희 집엔 사철 내내 과일이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과일은 바쁜 아침 부족한 끼니를 채워 주기도 하고요.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의 배를 채워 주기도 하지요. 혼자 점심을 깜빡 잊기도 하는 날엔 아침에 먹다 남긴 과일 몇 조각이 반갑습니다. 여섯 살 아들 입에서 넋두리인 듯 새어 나오던 말이 있습니다. 울 엄마는 돈 있으면, 은행 가고, 과일 사고. 가끔은 이런 상상도 한답니다. 사람의 몸이 과실과 채소만 먹고도 든든히 살아갈 수 있다면,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첫 번째 음식이 과일이었다면 하고요. 꽃이 우리의 마음을 .. 2020. 2. 7.
아름다운 마음 한다발 신동숙의 글밭(72) 아름다운 마음 한다발 '새벽 다섯 시 무렵의 숲은 온통 새들의 노래로 찬란한 꽃밭이다. 공기 그 자체가 새소리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안개와 이슬에 젖은 나무들의 새벽 잠을 깨우려는 듯, 이 골짝 저 골짝에서 온갖 새들이 목청껏 노래를 한다. 그들은 살아 있는 기쁨을 온몸과 마음으로 발산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시각 인간의 도시도 서서히 깨어날 것이다. 시골에서 밤새껏 싣고 간 꽃이나 과일이나 채소를 장바닥에 내려놓기가 바쁘게 도시의 부지런한 사람들이 먼저 반길 것이다. 첫 버스를 타고 시장으로 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이른 아침 길을 쓸고 있는 청소부들은 비록 생계는 어렵지만 모두가 착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개 농촌 출신이므로 일찍 일어나는데 길이 들었다. 늦잠 자는.. 2020. 2. 3.
진리에 뿌리를 내린 사랑 신동숙의 글밭(69) 진리에 뿌리를 내린 사랑 사랑? 사랑이라는 글자 뒤에 나는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애매한 느낌표도 찍지 않는다. 쉼표를 찍지 못하는 것은 마음이 주저앉는 순간에도 내 숨은 멈춘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물음표를 찍기로 한다. 사랑은 무엇인가? 성경은 언제나 사랑을 얘기하고 있다. '하나님은 빛이시라'(요한1서 1:5). '하나님은 사랑이시라'(요한1서 4:16).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신명기 6:5). '내 계명은 곧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는 이것이니라'(요한복음 15:12). 성경 말씀에서 답을 구하는 것이 가장 온전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내게 다가오는 성경 말씀은 열매이기보다는 씨.. 2020. 2. 2.
소욕지족 소병소뇌 (少欲知足 少病少惱) 신동숙의 글밭(67) 소욕지족 소병소뇌 (少欲知足 少病少惱) 운전을 할 때면 라디오 클래식이나 평화방송, CBS, EBS교육방송 중에서 마음 내키는 대로 돌려 가면서 듣고는 합니다. 요즘은 그 어느 것도 성에 차지가 않아서 법정스님의 육성문법이나 이야기 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번갈아 가며 듣고 있는 중입니다. 거듭 되풀이해서 들어도 매번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말씀들입니다. 두 분의 공통점은 설교 안에 이야기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빠지지 않고 삶의 단순하고 소박한 진리가 들어 있습니다. 불경이든 성경이든 또는 옛 선현들의 지혜가 깃든 고전과 한시도 좋고, 주변의 그야말로 작고 소박한 소재들로 이야기를 풀어내시는 것이지요. 단지 경전 속 알멩이만을 전달하기 위해 적어도 목청을 돋우시지는 .. 2020. 1. 31.
내 인생의 로또 신동숙의 글밭(66) 내 인생의 로또 설 명절을 지났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새해 덕담이 오고가는 연초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언젠가부터는 복을 둘러싼 인삿말도 '복을 지으세요.', '행복하세요.',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등 다양해진 모습입니다. 아마도 사람의 의식이 진화를 멈추지 않는 한 앞으로 더 창의적이고 멋진 덕담들이 새롭게 태어날 것입니다. 복, 기복 신앙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저 역시도 이왕이면 좋은 삶이기를 바라니까요. 가족들도 건강하고, 좋은 일들만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우리의 인생이지만, 다행인 것은 '너희들로 하여금 감당치 못할 시험은 주시지 않는다.'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 2020. 1. 30.
한 점이 되는 충만한 시간 신동숙의 글밭(64) 한 점이 되는 충만한 시간 해가 뜨면 하루를 살아갑니다. 누군가는 일찌기 해가 뜨기도 전에 하루를 시작하는 분들도 계시고, 더러는 아예 낮과 밤이 뒤바뀌어서 저녁답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분들도 우리네 주변에는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문득 걸음을 멈추어, 하루 중 가장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두고 사색을 합니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씻고, 일을 하고, 공부를 하고, 가르치고,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운동을 하고, 산책을 하고, 음악을 듣고, 여행을 떠나는 일은 눈에 보이는 일입니다. 보이지 않는 우리의 내면에도 수많은 일이 개울물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기뻐하고, 좋아하고, 잘해 주다가, 욕심을 부리고, 이뻐하다가, 미워하고, 용서 못해 괴로워하다가, 아파하고, 슬퍼하고,.. 2020. 1. 27.
옥수수와 태경이와 함께 흐르는 강물 신동숙의 글밭(62) 옥수수와 태경이와 함께 흐르는 강물 옥수수를 삶고 있는데, 골목에서 아이들 소리가 떠들썩하다. 세 살 난 딸아이도 호기심이 발동을 했다. 조용하던 동네가 모처럼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에 잔칫날 같다. 압력솥에 추가 신나게 돌아가는 소리에 조바심이 다 난다. 다행히 아이들은 멀리 가지 않고 우리집 앞 공터에서 이리저리 놀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옥수수를 뚝 반으로 쪼개고, 나무젓가락을 쪽 반으로 갈라서 옥수수를 하나씩 꽂아 쟁반에 담아서 골목으로 나갔다. 핫도그 모양으로 젓가락에 꽂은 옥수수를 하나씩 아이들 손에 쥐어 주면서 나이와 이름을 묻는다. 네 살, 여섯 살, 1~2학년, 키가 제일 큰 아이가 5학년이란다. 다들 우리 동네 아이들이라는 말이 반갑다. 옥수수 먹으.. 2020. 1. 22.
내 어깨에 진 짐이 무거우면, 가벼웁게 신동숙의 글밭(61) 내 어깨에 진 짐이 무거우면, 가벼웁게 아들은 아침부터 티비를 켜면서 쇼파에 자리를 잡고는 한 마리 봉황새처럼 이불을 친친 감고서 둥지처럼 포근하게 만듭니다. 아예 자리를 잡고 앉은 모양새입니다. 아침식사를 챙기고 사과와 단감을 깎아 주고는 억지로 데리고 나오려다가, 먼저 가 있을 테니, 오게 되면 딸기 쥬스와 빵을 사주겠다는 말만 남기고 나옵니다. 반납할 대여섯 권의 책과 읽을 책과 노트와 필기구와 물통을 넣은 커다란 가방을 오른쪽 어깨에 맵니다. 몸을 짓누르는 가방의 무게로 순간 숨이 푹 땅으로 내려앉을 듯 하지만, 한쪽 귀에만 꽂은 이어폰에서 흘러 나오는 말씀이 어둡고 구석진 마음마다 밝혀주는 햇살 같아서 발걸음을 가벼웁게 해줍니다. 집을 나서고 보니 5일 장날입니다. 아침밥이.. 2020.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