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하루에 한 걸음 한 마음191 마음의 성지(聖地)를 가졌는가? 신동숙의 글밭(241) 마음의 성지(聖地)를 가졌는가? 초가집은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 스케치북에 그리고 그리던 제 마음의 고향집입니다. 어린날의 그림 속에는 작은 초가집 한 채가 있고, 오른편엔 초가 지붕을 훌쩍 넘는 나무 한 그루, 왼편엔 장독대가 있고, 둘레에 싸리와 나무로 엮은 울타리는 키가 낮으며 성글고, 집 뒤로는 야트막한 산이 감싸고, 집 앞으로는 작은 개울물이 흐르는 그런 마음속 풍경을 그림으로 그릴 때면, 언제나 마음이 따스해져오면서 평화로웠습니다. 그렇게 제 마음의 성지는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변함없이 지금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진정으로 마음이 좋아하는 그림을 따라서 비록 혼자서 걸어온 길이지만, 그 길에 만나게 된 벗님들에게서도 나와 같은 마음의 성지(聖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2020. 9. 27. 해인사, 엄마하고 약속한 가을 소풍 신동숙의 글밭(237) 해인사, 엄마하고 약속한 가을 소풍나무골이 진 마루바닥으로 아침해가 빛그림자를 길게 드리운 아침, 이렇게 가을이 옵니다. 해의 고도가 낮아져 집안으로 깊숙히 들어오는 만큼 이제는 시선을 안으로 거두어 들여야 하는 계절이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눅눅하던 가슴으로 마른 바람이 불어오는 오늘 같은 토요일 아침엔, 숲이 있는 한적한 곳이면 어디든 가서 머물러, 그동안 안으로 여몄던 가슴을 활짝 펼쳐 널어놓고 싶은 그런 날씨입니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하는 헤아림으로 잠시 가슴속 여기저기를 들추어보았습니다. 지난 초여름 밀양 표충사 작은 암자 뒷마당에 보리수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고, 계곡물에 산딸기를 헹구어 먹던 날, 친정 엄마하고 약속했던, 가을이 오면 해인사에 함께 가기로 한 일.. 2020. 9. 21. 붉은 하늘 저 너머에는 신동숙의 글밭(235) 붉은 하늘 저 너머에는 달밤을 떠올리면 문득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성 베네딕토회 왜관 수도원에 수련장으로 계시던 진 토머스 신부님은 이제는 머리가 하얗게 샌 독일인 신부님입니다. 이 이야기는 진 토머스 신부님을 아주 존경하시는 한국인 박 안셀모 신부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카톨릭 수도승으로 구도의 삶을 살고 계시는 진 토머스 신부님은 젊은 시절부터 한국의 불교에도 관심이 많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스님들을 직접 만나뵙고 이야기를 나누곤 하셨는데, 그 중에는 그 옛날 가야산의 호랑이 성철 스님도 계십니다. 그렇게 많은 스님들과 만나서 종교적인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말다툼이 되고 꼭 자기하고는 싸움이 되더라는 얘기를 하십니다. 그런 스님들과의 만남 중에서 가장 좋았.. 2020. 9. 15. 고구마 속이 익기까지 신동숙의 글밭(234) 고구마 속이 익기까지 마당에 모처럼 숯불을 피웠다. 검은 숯 한덩이가 알이 굵은 감자만 해서 불을 지피는데도 시간이 배나 걸리지만, 한 번 불이 옮겨 붙기만 하면 오래오래 타오르기에, 불을 지피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기도 굽고 햄도 굽느라 모처럼 남동생 손이 바쁘다. 마당 가득 하얗게 피어오르는 숯불 연기가 어스름한 저녁 하늘로 평온한 이야기 물길을 터 서로의 가슴으로 잔잔한 물길을 내어준다. 남동생은 처음 회사에 들어갈 때부터 스스로 고기를 구웠는데, 아직도 굽고 있다고 한다. 이제와서 안 구으면 승진했다고 그러는가 건방지다고 생각할까봐 집게를 내려놓을 수가 없다는 얘기에, 어려서부터 누나보다 헤아리는 속이 깊은 남동생이.. 2020. 9. 14. 지나온 하루를 알처럼 품고서 신동숙의 글밭(232) 지나온 하루를 알처럼 품고서 언젠가부터 스쳐 보이는 것이 있다그것은 잠이 깨려는 순간눈도 채 뜨지 못한비몽사몽 간에새벽녘이나 아침 나절에 잠들 무렵이면낮동안 있었던 일 중에서마음에 걸리는 일해결되지 못한 일후회스러운 일아쉬운 일잘못한 일그리운 일 다 기억나지 않는 꿈 속의 일이지만밤새 내 몸은 웅크린 채지나온 하루를 품는다 그렇게 내 안의 나는지나온 하루를 알처럼 품고서잠 속에서도 잠들지 못하고 꿈 속에서 게워내고 게워내고 해가 뜰 무렵이면가장 커다란 한 알로 오롯히 영글어잠시 스치듯 감은 눈으로 보이는 것은얼굴이기도 하고장면이기도 하고빈 가슴에 태양처럼 떠 안겨 주고는돌아온 새날을 또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용서 해 주세요살려주세요함께 해 주세요 나는 매일 아침눈도 뜨지 못한 채간.. 2020. 9. 12. "빛으로 물들일꺼야, 다이너마이트처럼" -BTS 신동숙의 글밭(231) "빛으로 물들일꺼야, 다이너마이트처럼" -BTS 백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 중 제 가슴에 새겨진 말씀이 있습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다." 한국의 방탄소년단(BTS)의 가 세운 빌보트 싱글 차트 1위라는 이 영광스러운 소식을 더불어 함께 나누고 싶은 분들이 한없이 생각난다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상 수많은 외침 속에서도 배달민족('배달'은 '밝다'의 옛말)의 밝고 커다란 하나의 하늘인, '한'의 정신(얼)을 유유히 지켜온 선조들이 있습니다. 역사 속에서 별처럼 찬란히 빛나고 있는 우리의 선조들과 별이 되신 대한독립운동가들입니다. 하늘의 별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그분들께 차 .. 2020. 9. 11. '나는 무엇인가?' 하는 물음 신동숙의 글밭(230) '나는 무엇인가?' 하는 물음 들숨 날숨마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20대 초반에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 같은 물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왠지 그 물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좀 더 포괄적이고 우주의 조화에 걸맞는 물음으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나는 무엇인가?", 나의 몸은 인간의 몸이지만, 지구를 구성하는 물질 중에서 보다 가까운 물질은 무엇인가 하고요. 지구의 구성 원소인 물(水),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의 오행과 연관 지어서 거듭 되묻고는 합니다. 어딜 찾아가서 생년월일시에 따른 사주로 알아보기 이전에 스스로에게 묻고 거듭 주의를 기울이는 이러한 일은 마음을 바라보는 일, 즉 명상에 가깝습니다. 밖에서 .. 2020. 9. 9. 먼저 비우면 저절로 채워지는 호흡 신동숙의 글밭(229) 먼저 비우면 저절로 채워지는 호흡 모든 생명은 숨을 쉬면서 살아갑니다. 숨이 붙어 있으면 산 목숨이오, 숨이 끊어지면 생명이 다했다고 흔히들 얘기합니다. 평생 우리 몸에서 한순간도 떨어질 수 없는 것이 호흡이지만, 오장육부의 자율신경계와는 달리 우리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자율 의식으로 그 완급을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 또한 호흡인 것입니다. 숨을 내쉬고 이어서 숨을 들이쉬는 그 사이에 삶과 죽음이 있으며 또한 그 순간 속에서 영원을 본다는 선각자들의 말씀이 마음을 환하게 합니다. 그보다 앞서 흙으로 인간을 지으시고 생기를 불어넣어 주셨다는 천지창조의 말씀에서도 생기 즉 숨의 생명력을 엿볼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날숨이 먼저인지 들숨이 먼저인지 그 이치를 가만히 헤아리다 보.. 2020. 9. 8. 眞人, 참된 사람의 우정 신동숙의 글밭(227) 眞人, 참된 사람의 우정 살아가면서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서 걸어가는 길이 더 풍요로워지기도 하는 것 같다. 그 만남이란 사람과의 만남일 때도 있고, 책이나 다른 인연의 스침으로 만난다고 해도 그 울림이 마음에 깊이 와 닿는다면 한순간이 영원이 되기도 한다. 개인과의 만남을 넘어 조금 더 크고 넓은 범위에서 보면, 동양과 서양의 만남 만큼 풍요로운 울림도 없는 것 같다. 200년 전 미국의 시인이자 초절주의 자연주의 사상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동양의 을 만났다. 미국에 유학을 간 인도의 간디는 소로의 책을 읽은 영향으로 비폭력 평화주의의 선구자가 될 수 있었다. 다석 류영모 선생은 간디와 톨스토이를 스승으로 삼아 일평생 존경했으며, 법정스님은 책에서 만난 성 프란치스코의 가난.. 2020. 9. 6. 이전 1 ··· 4 5 6 7 8 9 10 ··· 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