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기계가 아닌데
작실의 김천복 할머니, 섬뜰의 준이 어머니, 단강의 안갑순 집사님 마을대표인양 세 분이 모였다. 주일 낮 예배, 재종을 치고서 몇 곡 찬송을 불렀지만 더 이상 문은 열리지 않았다. 어린 준이와 소리, 아내, 나까지 합하면 7명이다. 아마 교회가 세워진 이래 가장 작은 인원이 모였지 싶다. 전날 오랜만에 내린 비, 비 기다리며 미루어온 파종을 주일이라 해서 미룰 순 없었던 거다. 어버이 주일, 혹 모자라지 않을까 염려하며 산 카네이션 꽃이 뒤에 덩그마니 남았다. 숫자에 연연하지 말자고, 어쩜 내 견디기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바로 그 숫자일 거라고 그렇게 누누이 자신에게 이르면서도 역시 견디기 어려운 건 숫자에서 오는 무게감이다. 한두 번 쌓이다 보면 게을러지고, 타성에 젖게 되고, 굳게 되는 법, 두..
2021.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