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99 저 작은 꽃들이 피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16) 저 작은 꽃들이 피어 맑은 것과 고요한 것이 사납고 거친 것을 이길 수 있다고 몇날 며칠 사나운 비 끝 저 작은 꽃들이 피어 2019. 8. 12. 누가 남아 있을까 봐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28) 누가 남아 있을까 봐 15년차 베테랑 소방관이 순직했다. 안성의 공장 건물 화재를 진압하던 중에 순직을 한 것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지하실로 들어갔다가 인화물질이 폭발하여 희생을 당했다고 한다. 그가 지하실로 들어갔던 것은 혹시라도 창고 안에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였단다. 누구라도 불속에 남아 있을까 불속으로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누가 남아 있을까 봐’ 순직한 소방관을 불속으로 뛰어들게 한 한 마디가 마음을 울린다. 누가 봐도 위험한 불속으로 소방관을 뛰어들게 한 생각이 그러했다면, 목회자의 생각은 더욱 그리해야 하지 않을까.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기까지 찾는 것이 목자라면 말이다. 2019. 8. 9. 예언자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17) 예언자파 전교인수련회 둘째 날 오후 프로그램은 ‘쉼’이었는데, 괄호 안에 넣은 또 다른 프로그램이 있었다. ‘담임목사와 함께 하는 수다방’이었다. ‘수다방’은 ‘수 다방’이 아니라 ‘수다 방’이었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쉬는 시간을 혹 힘들어 하는 이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 마련한 자리였다. 서로 만난 지가 이제 1년이 되었거니와, 교회 정서상 교우들과 담임목사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싶었다. 다리를 뻗고 둘러앉아 그야말로 수다와 같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서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한 교우가 물었다. 지금 일본이 벌이고 있는 일에 대해 우리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겠느냐는 것이었다. 대답을 하기 전에 두.. 2019. 8. 8. 빗소리만으로는 부족하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15) 빗소리만으로는 부족하다 목양실 화장실엔 화분 세 개가 있다. 다육이를 파는 가게 앞을 지나다가 가장 작은 것 세 개를 사서 창가 쪽에 놓아두었다. 하필이면 화장실이라니, 다육이에겐 미안했지만 화장실에 파란 빛깔의 식물이 있다는 것은 분명 고마운 일이었다. 오늘 아침이었다. 화장실에 들어갔더니 화분 하나가 대뜸 눈에 띄었다. 다육이 줄기가 블라인드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듯했다. 블라인드 칸 사이로 몸을 기대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순간 마음이 안쓰러웠던 것은 밖엔 비가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법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블라인드에 몸을 기댄 줄기는 마치 창밖 빗소리를 온몸으로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빗소리를 듣기 위해 온몸을 귀로 삼아 창 쪽으로 향하는 것 같았.. 2019. 8. 8. 콩나물국과 바지락조개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23) 콩나물국과 바지락조개 전교인수련회를 잘 마쳤다. 아무 사고가 없었다는 것보다는 함께 한 시간이 의미 있고 즐거웠기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라는 주제를 가지고 어린이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가 한 자리에 모여 어색함을 지우고 벽을 허물었다. 프로그램마다 주제를 담아내어 뜻 깊은 수련회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 안에 어떤 어색함과 벽이 존재하는지를 실감하게 된 일도 있었다. 수련회를 마치는 날 아침 식사 시간이었다. 전날 이야기를 한 대로 반찬 배식을 장로님들과 나와 아내가 맡았다. 매번 여선교회에서 수고를 했는데, 한 끼만이라도 수고를 하기로 했다. 나란히 반찬이 놓인 테이블 끝, 나는 국을 푸기로 했다. 밥과 반찬을 타가지고 오는 교우들에게 국을 퍼서 전하는 일이었다.. 2019. 8. 6. 지친 소 한 마리 끌고 올 때에도 한희철의 하루 한 생긱(214) 지친 소 한 마리 끌고 올 때에도 책장 앞 시집이 꽂힌 곳에 섰다가 그 중 한 권을 빼들었다. 이정록 시인의 다. 언제 읽었던 것일까, 시집 첫 장에는 이런 저런 메모들이 빼곡하다. ‘어머니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 ‘우리말의 맛’ ‘해학’ ‘어머니와의 합일’ 등의 내용들인데, 맨 꼭대기에는 이렇게 적혔다. ‘많이 웃었고, 많이 울었던!’ 가볍게 페이지를 넘기며 밑줄 친 곳을 읽다가 ‘그늘 선물’에 닿았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마라’로 시작하는 시인데, 밑줄이 쳐진 부분은 시의 맨 끝부분이다. 땀 찬 소 끌고 집으로 돌아올 때 따가운 햇살 쪽에 서는 것만은 잊지 마라 소 등짝에 니 그림자를 척하니 얹혀놓으면 하느님 보시기에도 얼마나 장하겄냐? 지친 소 한 마리 끌고 올.. 2019. 8. 6. 씨는 열매보다 작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12) 씨는 열매보다 작다 씨는 열매보다 작다. 지극히 당연하고 단순한 이 사실을 나는 단강에서 배웠다. 그것도 단강에 들어간 지 7년 여 세월이 지났을 무렵. 당시엔 잎담배 농사가 동네의 주된 농사였다. 농자금을 보조해 주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수매가 보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집집마다 흙벽돌로 된 건조실이 서 있었는데, 생각 없이 바라보면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건조실은 동네에서 가장 높은 집이었다. 지금도 그날을 기억한다. 잎담배 모종을 밭에 옮겨 심던 날이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나와 일을 하는 밭을 찾아갔다. 손에 커피를 들고 있었는지는 기억에 자신이 없다. 이제 막 나비 날개만큼 잎을 펼친 모종을 내다심는 것이었다. 잎담배를 심는 모습을 바라볼 때 번개처럼 마음을.. 2019. 8. 6. 첨(尖)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11) 첨(尖) 한문으로 ‘첨’이라는 글자를 써보라고 하면 난감해진다. 1) 뾰족하다 2) 성격·표현 등이 날카롭거나 각박함 3) 끝 4) 산봉우리 5) 정상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첨’자 말이다. ‘尖端’ ‘尖塔’ 등을 읽기는 했어도 따로 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尖’이라는 글자를 가만 보니 재밌다. 아랫부분이 ‘큰 대’(大)이고, 윗부분이 ‘작을 소’(小)다. 아래가 크고 위가 작으면 어떤 것이라도 뾰족하거나 날카롭기 마련, 글자가 이미 그런 뜻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요런, 귀여운 것, 글자를 향해 그동안 알아보지 못했던 아쉬움을 웃음으로 대신하는데 문득 지나는 생각이 있다. 큰 것이 아래로 들어 작은 것을 받들면 그것이 안정된 것, 큰 것들이 자꾸만 작은 것들 위에.. 2019. 8. 5. 꽃의 주인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10) 꽃의 주인 주인집의 정원을 돌보는 정원사가 있었다. 그는 많은 나무와 꽃을 가꾸었는데, 그 중에서도 유난히 그가 아끼는 꽃이 있었다. 얼마나 꽃이 아름다운지 일을 하다가도 그 꽃을 바라보면 피곤이 사라지곤 했다. 어느 날 정원을 돌보던 그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누가 꺾었는지 아끼던 꽃이 보이지를 않았던 것이었다. 꺾인 꽃은 주인집 거실 꽃병에 꽂혀 있었다. 정원사는 화가 났다. 왜 꽃을 꺾었느냐며 주인에게 화를 냈다. 그러자 주인은 이상하다는 듯이 정원사에게 말했다. “내가 정원을 돌아보다보니 눈에 띄게 아름다운 꽃이 있어 꺾어왔네. 뭐가 잘못됐나?” 정원사는 꽃을 사랑했지만, 꽃의 주인은 아니었다. 우리 가진 모든 것이 무엇 다를까, 다만 사랑할 뿐 주인은 내가 아니다. 2019. 8. 3. 이전 1 ··· 29 30 31 32 33 34 35 ··· 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