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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1158

드문드문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81) 드문드문 담장을 따라 노랗게 피어난 영춘화가 희끗희끗 거짓처럼 날리는 눈발을 맞는다. 문득 시간이 멈춰 선다. 눈과 꽃의 눈맞춤 꽃과 눈의 입맞춤 둘은 놀랐을까 서로 반가웠을까 얼굴 위 눈송이 하나 녹을 만큼 잠깐의 삶을 살아가며 드문드문 드문 만남 드문 은총 누렸으면. -한희철 목사 2019. 3. 20.
덤으로 사는 인생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78) 덤으로 사는 인생 마가복음 5장에 나오는 혈루증 걸린 여인 이야기를 대할 때마다 떠오르는 말이 있다. ‘덤’이라는 말이다. 물건을 사고팔 때, 제 값어치 외에 조금 더 얹어 주거나 받는 물건을 이르는 말이다. 여인에게는 병이 낫는 것보다 더 절박한 것은 없었다. 혈루증은 부정하다 여겨져서 성전을 찾는 일도,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불가능했다. 건강한 사람들이 종교라는 이름으로 제도와 법이라는 벽을 만들어 놓았다. 병을 고치지 못하는 한 여인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삶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마침내 여인은 병이 낫는다. 예수의 옷자락을 몰래 붙잡았더니 정말로 병이 나은 것이었다. 기적 같은 일이 거기서 끝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당시 예수는 죽어가는 야이로의 딸을 고치러 가는 .. 2019. 3. 18.
사람이 되세요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77) 사람이 되세요 그 때는 몰랐다.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그분의 말이 이만큼 세월이 지나도록 남아 있으리라고는. 1978년 찬냇골이라 불리는 냉천동 감신대에 입학했을 때, 우리에게 윤리학을 가르쳤던 분이 윤성범 교수님이었다. 당시 학장직도 함께 맡고 계셨다. 가냘픈 몸매며 나직한 목소리며, 천생 선비를 연상케 하는 외모를 지니신 분이었다. 강의의 내용도 마찬가지여서 유교(儒敎)를 기독교와 접목시키는 일에 천착해 계셨다. 시험을 볼 때면 칠판에 문제 서너 개를 적은 뒤 시험지 나눠주고 당신은 슬그머니 교실을 빠져 나가곤 하셨다. 뒷면까지 쓰면 안 볼 거라는 한 마디를 남기시고선. 그런 일 자체가 우리에겐 대단한 윤리 공부였다. 몇 번인가 강의실에서 말씀하신 것이 있다. “우리가.. 2019. 3. 17.
죄와 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76) 죄와 벌 며칠 전 ‘석고대죄’와 ‘후안무치’에 관한 글을 썼다. 웹진 를 꾸려가는 한종호 목사님이 어디서 찾아냈는지, 석고대죄에 관련된 사진 하나를 함께 실었다. 누군가 공책 위에 한문공부를 하듯 席藁待罪라 쓰고는 그 뜻을 손 글씨로 적은 걸 찍은 사진이었다. 席藁待罪라는 네 글자 위에 뜻을 푸는 순서를 숫자로 정해놓았는데, 2-1-4-3 순이었다. 藁 - 席 - 罪 - 待 순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점선을 따라 이어 놓은 뜻풀이가 재미있었다. ‘짚으로 짠 거적을 - 깔고 앉아 - 죄 주기를 – 기다리다.’ 사진 속 내용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났던 것은 첫 목회지였던 단강마을 사람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단강 사람들의 말버릇 중의 하나가 ‘벌 받는다.. 2019. 3. 16.
혀가 창이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75) 혀가 창이다 사순절을 앞두고 묵상집 원고를 썼다.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주관하고 한국YWCA연합회, 한국 YMCA전국연맹, 기독교방송이 연합하여 만드는 묵상집이다. 대한기독교서회에서 발간하는 고난주간 묵상집 원고는 이번에 세 번째로 쓰는 원고였다. 처음엔 공동 저자로 참여했고, 다음번엔 혼자서, 이번에도 혼자서 쓰게 되었다. 같은 기관에서 만드는 묵상집에 같은 주제로 거듭 참여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생각의 한계가 있고, 표현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원고 청탁을 다시 받으며 같은 주제에 대해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생각이 많았다. 그러던 중 딸 소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림 이야기를 했다. 글에 그림을 접목하면 어떨까 싶었던 것.. 2019. 3. 15.
석고대죄와 후안무치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74) 석고대죄와 후안무치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 말은 너무도 자주 잘못 사용된다. 본래의 뜻에서 벗어나 엉뚱한 의미로 사용이 되곤 한다. 잘못을 한 당사자가 당당하게 그 말을 인용하면서 “나를 돌로 칠 자격이 있는 놈이 있다면 어디 한 번 나를 쳐 봐라.” 하는 식으로 말을 한다. 잘못을 그렇게 가리는 것도 그러하거니와, 그러기 위하여 성경 본래의 뜻을 왜곡하여 인용을 하니 뻔뻔하기가 이를 데 없다.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말은 간음하다 붙잡혀 온 여인이 한 말이 아니었다. 여인을 향하여 금방이라도 돌을 던지려는 이들을 향하여 예수가 한 말이다. 여인은 한 마디 말이 없었다. 예수의 말을 듣고 어른들로부터 시작해서 젊은이.. 2019. 3. 12.
무효사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73) 무효사회 한국이 독일보다 6배 많은 것이 있다고 한다. 미세먼지 농도나 교통사고 빈도수 아닐까 싶었는데, 아니었다. 중증 이상의 울분을 느끼며 사는 사람들이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에서 지난해에 공개한 이라는 제목의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 성인남녀 14.7%가 일상생활에서 장애를 일으킬 정도의 중증도 이상의 울분을 느끼며 사는 것으로 조사가 됐다. 독일은 2.5%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노력이 ‘무효 취급’을 받는데 따른 울분도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무효 취급’을 받으면서 억울한 감정이 생기고 거기에서 울분이 커진다는 것인데, 연구팀은 이를 ‘무효 사회’라고 개념화했다. ‘무효 사회’라는 말이 무겁고 아프게 다가온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가치를.. 2019. 3. 12.
일기(日記)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72) 일기(日記) 에서 소로우는 일기에 대해 이렇게 썼다. -나의 일기는 추수가 끝난 들판의 이삭줍기다. 일기를 쓰지 않았더라면 들에 남아서 썩고 말았을 것이다. (1841.2.8.) -나의 일기가 나의 사랑의 기록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나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세계, 내가 생각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만 일기에 적고 싶다. (1850.11.16.) -내 생각을 담기에 일기만큼 좋은 그릇은 없는 것 같다. 수정은 동굴 속에서 가장 밝게 빛난다. (1852.1.28.) 어림짐작으로도 170여 년 전에 쓴 일기다. 그가 일기를 쓸 때 사용한 종이는 누렇게 색이 바랬고 잉크는 흐려졌을지 몰라도, 그의 일기는 남아 있다. 마치 동굴 속에서 빛나는 수정처럼 말이다. 오래.. 2019. 3. 12.
소로우의 일기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71) 소로우의 일기 에서 밑줄 친 부분을 다시 읽어본다. -가장 엄중한 법률은 불문율이다. -인간은 아주 얇은 줄로도 믿음의 활을 쏠 수 있다. -재능이란 깊은 인격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사람은 누구나 선두에 서서 길을 간다. -진리에 흠뻑 젖어보지 못한 자는 진리를 전할 방도가 없다. -사람들은 지진이 났을 때보다 독창적인 사고를 접할 때 더욱더 당황한다. -젊은이에겐 열정인 것이 성숙한 이에게는 기질이 된다. -진정한 여가를 즐기는 이는 영혼의 밭을 갈 시간을 갖는다. -사랑의 병을 고치려 한다면 더욱 사랑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좋은 치유책이 없다. -혼자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나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영혼은 신의 성가대에 놓인 침묵하는 하프라고 할 수 있.. 2019.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