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86 조선적(朝鮮籍)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93) 조선적(朝鮮籍) 파주 출판단지 안에 있는 도서관 에 다녀왔다.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열리는 ‘윤동주 시와 함께 하는 한일교류 한글 서예축제’를 보기 위해서였다. 홍순관 집사님의 작품과 일본 오카야마 조선학교 학생들의 서예 작품을 함께 전시하고 있었다. 글씨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이 무얼 알까만 홍 집사님의 한글 글씨 속엔 자유로움과 멋이 그럴 듯이 깃들어 있지 싶다. 언뜻언뜻 장일순도 보이고, 추사도 느껴진다. 어느덧 자연스러움에 가까워져 글씨가 곧 사물을 담아낸다. 글씨와 사물의 경계가 지워져 하나로 만나는 지점에 가깝다 싶다. 이번에 전시되고 있는 ‘나무’라는 글씨를 봐도 그랬다. 내 방에도 걸려 있는 ‘나무’라는 글씨는 군더더기 하나 없는 ‘나무’다... 2019. 7. 17. 대척점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92) 대척점 정해진 성서일과를 따라 지난 주일에 나눴던 말씀은 누가복음서 10장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였다. 몇 가지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그 중의 하나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신앙생활을 한 뒤로 오늘 이 본문에 관한 말씀을 우리는 몇 번이나 들었을까요? 수십 번, 수백 번 아닐까요? 그런데도 어찌 우리 삶은 이 말씀과의 거리를 여전히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교단에서 발행하고 있는 자료집 를 보니 위의 본문을 두고 ‘신앙인과 종교인’이라는 제목으로 자료를 담고 있었다. 어떤 지점에서는 생각이 비슷한가 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이 본문을 생각할 때면 같은 제목이 떠오르곤 했다. 신앙인과 종교인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단어가 갖는 의미로 보자.. 2019. 7. 17. 유승준의 ‘말바꾸기’와 차인표의 ‘당당함’ 한종호의 너른마당 유승준의 ‘말바꾸기’와 차인표의 ‘당당함’ - 신앙양심을 내세운 두 사람의 대조적인 처신 - 연예인들의 병역문제는 언제나 세간의 관심이 된다. 인기와 병역은 당사자에게는 중대한 도전이 되기 때문이다. 한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중에 병역의 의무를 감당하게 되면, 당사자는 대중들의 뇌리에서 자신이 잊히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연예인의 병역문제는 병역이 젊은이들에게 가하는 현실적 압박과 제약을 가장 첨예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연예인들이 병역문제를 어떻게 대하는가는 상당히 비중 있는 영향을 미친다. 다 같은 젊은 놈들이 누군들 시간이 아깝지 않고, 누군들 자신의 꿈이 소중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를 위해 그 만큼의 시간을 희생한다, .. 2019. 7. 16. 시(詩)와 밥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91) 시(詩)와 밥 원고를 쓰다가 문득 떠오른 한 가지 일이 있다. 이태 전쯤이었나, 독서캠프에 참석을 했을 때의 일이다. 장로님 한 분이 운전을 하며 동행을 해주셨다. 길은 멀어도 함께 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모임 장소에 도착을 했을 때는 막 점심식사가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누가 독서캠프 아니랄까 그런지 시 하나를 외워야만 밥을 준다는 것이었다. 수련회에 가서 성경구절을 외우지 못하면 밥을 안 주는 모습을 본 적은 있지만, 시를 외워야 밥을 먹는 모임은 처음이었다. 엄격함과는 거리가 먼 기쁨지기가 검사를 하는 것이어서 크게 부담이 될 것은 없었는데, 그래도 맘에 걸렸던 것이 장로님이었다. 장로님이 외우는 시가 따로 .. 2019. 7. 16. 발을 가리우다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 발을 가리우다 각 언어마다 완곡어법(婉曲語法)이란 것이 있다. 이 말이 유래된 그리스어 유페미아(euphemia)는 재수 없는 말이나 듣기에 유쾌하지 않은 말을 피하고 대신 길조를 지닌 낱말을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완곡어법에서는 모호하거나 우회적이거나 덜 구어체적인 용어를 쓰는 것이 특징이다. 구약성서에서 완곡어법이 사용되는 예 가운데 하나가 신체의 부분이나 그것들의 기능을 묘사할 때이다. 예를 들면 “발을 가리우다”라는 표현이다. 모압 왕 에글론의 경우, “왕의 신하들이 와서 다락문이 잠겼음을 보고 이르되 왕이 분명히 서늘한 방에서 그의 발을 가리우신다 하고”( 사사기 3:24), 또 사울왕의 경우, “길가 양의 우리에 이른즉 굴이 있는지라 사울이 그 발을 가리우러 들어가.. 2019. 7. 12. 버릴 수 없는 기억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90) 버릴 수 없는 기억 교우들 가정을 찾아가 예배를 드리는 대심방이 진행 중이다. 어제는 따로 시간을 내어 요양원에서 지내는 어른들을 찾아갔다. 한 때는 정릉교회에 출석을 했지만 이제는 연로하여 요양원에서 지내는 몇 몇 어른들이 있다. 연세로나 건강으로나 더 이상 그분들이 교회를 찾는 일은 어렵겠지만, 그럴수록 심방 중에 찾아뵙는 것은 도리다 싶었다. 북한산 인수봉 아래에 자리 잡은 요양원은 무엇보다 조용해서 좋았다. 공기도 맑게 느껴졌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서 만난 권사님은 착한 치매가 찾아온 분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나오신 권사님은 얌전히 의자에 앉아 무엇을 물어도 가만 웃으시며 짧은 대답만을 반복하실 뿐이었다. 권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가슴이 뭉클했던 것은 권사.. 2019. 7. 11. 귀한 방석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89) 귀한 방석 권사님 집을 찾아가는 골목길은 차 하나가 지나가기에도 좁아보였다. 도중에 차끼리 만나면 누군가는 진땀을 흘리며 후진을 해야 할 듯했다. 운전을 한 전도사님이 차를 세우는 동안 한쪽에 서서 기다리는데, “어서 오세요” 하며 다가오시는 분이 있다. 마중을 나온 권사님이었다. “제가 사는 집은 이래요.” 권사님은 그렇게 인사를 하며 집으로 들어섰지만, 권사님 성품을 닮아서인지 집안은 깨끗했고 단정했다. 미리 준비해 놓으신 상 주변으로 앉았다. 상 주변으로 방석까지를 가지런히 깔아 두셨다. 예배를 드리기 전 마주앉으신 권사님을 바라보며 가만 웃었던 것은 권사님이 나를 보며 빙긋 웃으셨기 때문이었다. 그런 나를 보며 권사님이 한 마디를 하신다. “목사님이 앉으신 방석은 .. 2019. 7. 11. 눈여겨보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88) 눈여겨보면 동네 골목은 재미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심방 길에 동네 골목에서 만난, 전봇대에 붙어 있는 종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제목도 없이 네 줄이었는데 마치 운율을 맞추듯 첫 글자가 모두 ‘개’로 시작되었다. 개 주인은 개 때문에 개 망신 당하지 말고 개 똥 치우시오 단조롭고 시시해 보이지만 눈여겨보면 동네 골목에는 전봇대에도 시가 걸려 있다. 2019. 7. 11. 파격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87) 파격 조심스러운 선택이었다. 아무리 광고 시간이라 하여도 주일 예배시간에 일상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튼다는 것은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광장, 콘트라베이스를 들고 있는 한 사람 앞에서 한 소녀가 리코더를 연주하는 일로 영상은 시작이 된다. 검은 안경을 쓴 채 콘트라베이스를 들고 있는 이는 소녀의 연주를 받아 세상의 모든 음을 떠받치고도 남을 것 같은 저음으로 연주를 하고, 그러는 사이 평상복을 입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하나씩 자신의 악기를 들고 모여들어 연주에 참여를 한다. 그들이 연주하는 곡은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 마침내 누가 합창단원인지 일반 시민인지 구별할 수 없는 수많은 이들이 합창에 동참을 한다.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광장에 둘러선 많은 사람들은 자.. 2019. 7. 11. 이전 1 ··· 177 178 179 180 181 182 183 ··· 2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