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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이스라엘의 어머니, 드보라(2) 구약성경 속 여성 돋보기(4) 지워진 이스라엘의 어머니, 드보라(2) 억압의 상황에서 누구도 정의를 위해 일어나지 않는 참혹한 시대, 이스라엘의 어머니 드보라(사사기 5:6-7)가 이십년 동안 가나안 왕 야빈의 억압의 고리를 끊는 활동을 시작했다. 여성의 지위가 아버지 혹은 남편에 의해 부속되는 시대였지만, 그녀는 예언자이며 정의를 실행하는(사사기 4:4-5) 사사로서의 직임을 다했다. 드보라가 여느 사사들처럼 전쟁터에서 군사적인 지도자로서의 사사 임무를 수행할 즈음, 그녀는 납달리 지파의 땅 게데스에 거주하던 아비노암의 아들 바락을 소환한다(4:6). ‘꿀벌’이라는 뜻의 드보라가 ‘벼락’이라는 뜻의 바락을 부른 것이다. 이름에 오묘한 역설이 숨겨있다. 작고 약한 존재가 훨씬 강력한 존재를 불러내는 상황.. 2016. 7. 6.
태양과 장마가 만나면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42) 태양과 장마가 만나면 태양과 장마가 서로 엇갈리면서 여름을 지배하고 싶어 합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숨이 막히도록 더운 공기와, 축축하게 습기가 찬 날씨를 함께 감당해야 하는 것을 뜻합니다. 어느 것도 그리 반갑지 않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묘한 것은 이 두개의 세력이 서로 반목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글거리는 태양만이 존재한다면, 나무와 풀과 강은 질식하고 말 것입니다. 흙은 먼지가 되고 사막은 점점 몸이 불어나, 화산이 폭발한 뒤에 쏟아져 나온 마그마처럼 숲과 도시를 기습해 들어올지 모릅니다. 바다조차 더 이상 해초와 물고기들의 안전한 서식처가 되지 못할 겁니다. 이렇게 되면 “태양의 신”은 저주를 내리는 존재가 되고 이를 떠받들던 사제들은 모두 깊이 절망.. 2016. 7. 5.
불신앙과 두려움 사이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60) 불신앙과 두려움 사이 “예레미야가 시드기야에게 이르되 내가 이 일을 왕(王)에게 아시게 하여도 왕(王)이 단정(斷定)코 나를 죽이지 아니하시리이까 가령(假令) 내가 왕(王)을 권(勸)한다 할지라도 왕(王)이 듣지 아니하시리이다”(에레미야 38:15). 몇 해 전 같은 지방에서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과 일본 나가사키 지역을 다녀온 적이 있다. 거론되고 있던 동남아 대신 의미 있는 곳을 찾으면 좋겠다고 한 마디 의견을 보탰다가, 결국은 동행을 하게 됐다. 엔도 슈사쿠(遠藤周作)의 소설 《침묵》의 배경이 된 곳, 일본에는 생각지 못한 시절 뜨거운 순교의 피를 흘린 현장이 있었다. 순교의 피는 너무나 뜨겁다 싶은데 그럼에도 신앙과 상관없다 여겨지는 오늘의 모습, 쉽게 메.. 2016. 7. 4.
“하나님, 내게서 하나님을 없애 주십시오!”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 하는 ‘안으로의 여행’(54) “하나님, 내게서 하나님을 없애 주십시오!” 하나님은 피조물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하십니다. 여러분의 존재는 피조물입니다. 그러하기에 하나님은 여러분이 여러분 자신에게서 벗어나서 하나님을 여러분 안에 모셔 들이기만을 바라십니다. 《어린 왕자》에서 생떽쥐베리는 “본질적인 것은 소용없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세상에서 물질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본질적인 것은 소용없다는 말입니다. 이런 작가의 말을 따르면, 우리의 본질을 가리키는 분, 하나님은 소용없는 분입니다. 진리, 사랑, 하나님 같은 절대가치를 세속적 가치에 물든 눈으로 보려는 이에게 하나님은 도무지 유용하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일러스트/고은비 우리가 다 알 듯이, 모세가 호.. 2016. 6. 30.
말씀을 제 집으로 삼은 사람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59) 말씀을 제 집으로 삼은 사람 “이에 그 방백(方伯)들이 왕(王)께 고(告)하되 이 사람이 백성(百姓)의 평안(平安)을 구(求)치 아니하고 해(害)를 구(求)하오니 청(請)컨대 이 사람을 죽이소서 그가 이같이 말하여 이 성(城)에 남은 군사(軍士)의 손과 모든 백성(百姓)의 손을 약(弱)하게 하나이다”(에레미야 38:4). 오래 전 기억이 맞는다면 장작불 속에서 타 죽어간 개미 이야기를 들려준 이는 솔제니친이 아닐까 싶다. 활활 타고 있는 모닥불 속에 통나무 하나를 집어넣었다. 통나무가 타오르기 시작했을 때 불이 붙은 장작에서 개미들이 떼를 지어서 쏟아져 나왔다. 무심히 던져 넣은 그 장작개비 속에 개미집에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는 황급히 불 붙은 통나무.. 2016. 6. 29.
두 아이의 어머니, 자식들을 지키고 싶다(2)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45) 두 아이의 어머니, 자식들을 지키고 싶다(2) 1. 엘리야가 홀연히 하늘로 사라진 다음, 엘리사가 그 사역을 이어간다. “맞은 편 여리고에 있는 선지자의 제자들이 그를 보며 말하기를 엘리야의 성령이 하시는 역사가 엘리사 위에 머물렀다 하고 가서 그에게로 나아가 땅에 엎드려 그에게 경배하고(열왕기하 2:15). 엘리사가 제일 먼저 행한 기적은 물이 좋지 않은 토양을 소금으로 치유한 것이다(열왕기하 2:19-22). 그리고 엘리사는 이스라엘과 모압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을 때, 이스라엘 왕에게 군사적 자문을 해서 이스라엘이 승리하게 한다. 그 전투에서 이스라엘 군대에 포위당한 모압 왕 메사는 세자를 번제로 드리는 극약 처방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져서 돌아갔다. 여기까지가 열왕.. 2016. 6. 24.
이스라엘의 어머니, 드보라(1) 구약성경 속 여성 돋보기(3) 이스라엘의 어머니, 드보라(1) 인류 역사는 남성과 여성의 공조를 통해 일구어졌지만, 그 열매들은 남성에게 수렴되거나 통제되어왔다. 그러나 이스라엘 구원 역사에서 내리막길로 치닫는 혼돈의 사사시대(주전 1225년경), 사해 남서쪽에 위치한 다볼산에서 바락과 함께 가나안과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여성이 있었다. 드보라다(사사기4장). 사사기 저자는 여성의 활약에 침묵하지 않았다. 사사기는 구약의 다른 책들에 견주어 유달리 여성들이 많이 등장한다. 어머니, 아내, 딸로서 제각기 한 사회의 구성원이다. 가부장적질서에서 드보라를 비롯해 일부 여성들은 주체적인 자기결정권을 갖고 살았던 것이 눈에 띈다. 악사(사사기1:13-15), 야엘(4:18-22), 데베스의 여인(9:53-54)이.. 2016. 6. 22.
반쯤은 희망을 품고 반쯤은 두려움을 품은 채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58) 반쯤은 희망을 품고 반쯤은 두려움을 품은 채 “시드기야 왕(王)이 보내어 그를 이끌어 내고 왕궁(王宮)에서 그에게 비밀(秘密)히 물어 가로되 여호와께로서 받은 말씀이 있느뇨 예레미야가 대답(對答)하되 있나이다 또 가로되 왕(王)이 바벨론 왕(王)의 손에 붙임을 입으리이다”(예레미야 37:17). 같은 본문을 읽고 묵상한 다른 이의 글을 읽는 것은 조심스럽기도 하고 유익하기도 하다. 조심스러운 것은 그것이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처럼 자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든지 말씀과 씨름을 하며 내가 길어올릴 수 있는 묵상의 내용을, 다른 이가 길어 올린 물로 손쉽게 대신하는 우를 범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익함도 크다. 무엇보다도 다른 이의 묵상을 대하며 얻는.. 2016. 6. 21.
파추부 노인, 그 아스라한 생존자 천정근의 어디로 가시나이까(29) 파추부 노인, 그 아스라한 생존자 지난주는 지난해 중동감기로 격리병동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지 일 년이 되는 즈음이었다. 마침 완치자 연구 프로그램에서 검사가 있어 서울대 병원엘 갔다. 의사가 가지고 있는 두꺼운 개인기록 겉장에 ‘생존자’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내가 생존자로구나.’ 그 사실을 기뻐해야할지 축하해야할지 의아스러웠다. 나중에 듣게 된 바로는 당시 입원자들 가운덴 별의별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죽음의 위협과 강제 격리 상태에서의 심각한 불안은 환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반응을 일으켰던 것이다. 집에 가겠다고 난동을 부리고 의료진에게 화를 내고 살려달라고 발작을 일으키고, 개중에는 억지로 제압을 해야 하는 피치 못할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나는.. 2016.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