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63 콩나물국과 바지락조개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23) 콩나물국과 바지락조개 전교인수련회를 잘 마쳤다. 아무 사고가 없었다는 것보다는 함께 한 시간이 의미 있고 즐거웠기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라는 주제를 가지고 어린이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가 한 자리에 모여 어색함을 지우고 벽을 허물었다. 프로그램마다 주제를 담아내어 뜻 깊은 수련회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 안에 어떤 어색함과 벽이 존재하는지를 실감하게 된 일도 있었다. 수련회를 마치는 날 아침 식사 시간이었다. 전날 이야기를 한 대로 반찬 배식을 장로님들과 나와 아내가 맡았다. 매번 여선교회에서 수고를 했는데, 한 끼만이라도 수고를 하기로 했다. 나란히 반찬이 놓인 테이블 끝, 나는 국을 푸기로 했다. 밥과 반찬을 타가지고 오는 교우들에게 국을 퍼서 전하는 일이었다.. 2019. 8. 6. 지친 소 한 마리 끌고 올 때에도 한희철의 하루 한 생긱(214) 지친 소 한 마리 끌고 올 때에도 책장 앞 시집이 꽂힌 곳에 섰다가 그 중 한 권을 빼들었다. 이정록 시인의 다. 언제 읽었던 것일까, 시집 첫 장에는 이런 저런 메모들이 빼곡하다. ‘어머니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 ‘우리말의 맛’ ‘해학’ ‘어머니와의 합일’ 등의 내용들인데, 맨 꼭대기에는 이렇게 적혔다. ‘많이 웃었고, 많이 울었던!’ 가볍게 페이지를 넘기며 밑줄 친 곳을 읽다가 ‘그늘 선물’에 닿았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마라’로 시작하는 시인데, 밑줄이 쳐진 부분은 시의 맨 끝부분이다. 땀 찬 소 끌고 집으로 돌아올 때 따가운 햇살 쪽에 서는 것만은 잊지 마라 소 등짝에 니 그림자를 척하니 얹혀놓으면 하느님 보시기에도 얼마나 장하겄냐? 지친 소 한 마리 끌고 올.. 2019. 8. 6. 씨는 열매보다 작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12) 씨는 열매보다 작다 씨는 열매보다 작다. 지극히 당연하고 단순한 이 사실을 나는 단강에서 배웠다. 그것도 단강에 들어간 지 7년 여 세월이 지났을 무렵. 당시엔 잎담배 농사가 동네의 주된 농사였다. 농자금을 보조해 주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수매가 보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집집마다 흙벽돌로 된 건조실이 서 있었는데, 생각 없이 바라보면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건조실은 동네에서 가장 높은 집이었다. 지금도 그날을 기억한다. 잎담배 모종을 밭에 옮겨 심던 날이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나와 일을 하는 밭을 찾아갔다. 손에 커피를 들고 있었는지는 기억에 자신이 없다. 이제 막 나비 날개만큼 잎을 펼친 모종을 내다심는 것이었다. 잎담배를 심는 모습을 바라볼 때 번개처럼 마음을.. 2019. 8. 6. 첨(尖)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11) 첨(尖) 한문으로 ‘첨’이라는 글자를 써보라고 하면 난감해진다. 1) 뾰족하다 2) 성격·표현 등이 날카롭거나 각박함 3) 끝 4) 산봉우리 5) 정상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첨’자 말이다. ‘尖端’ ‘尖塔’ 등을 읽기는 했어도 따로 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尖’이라는 글자를 가만 보니 재밌다. 아랫부분이 ‘큰 대’(大)이고, 윗부분이 ‘작을 소’(小)다. 아래가 크고 위가 작으면 어떤 것이라도 뾰족하거나 날카롭기 마련, 글자가 이미 그런 뜻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요런, 귀여운 것, 글자를 향해 그동안 알아보지 못했던 아쉬움을 웃음으로 대신하는데 문득 지나는 생각이 있다. 큰 것이 아래로 들어 작은 것을 받들면 그것이 안정된 것, 큰 것들이 자꾸만 작은 것들 위에.. 2019. 8. 5. 꽃의 주인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10) 꽃의 주인 주인집의 정원을 돌보는 정원사가 있었다. 그는 많은 나무와 꽃을 가꾸었는데, 그 중에서도 유난히 그가 아끼는 꽃이 있었다. 얼마나 꽃이 아름다운지 일을 하다가도 그 꽃을 바라보면 피곤이 사라지곤 했다. 어느 날 정원을 돌보던 그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누가 꺾었는지 아끼던 꽃이 보이지를 않았던 것이었다. 꺾인 꽃은 주인집 거실 꽃병에 꽂혀 있었다. 정원사는 화가 났다. 왜 꽃을 꺾었느냐며 주인에게 화를 냈다. 그러자 주인은 이상하다는 듯이 정원사에게 말했다. “내가 정원을 돌아보다보니 눈에 띄게 아름다운 꽃이 있어 꺾어왔네. 뭐가 잘못됐나?” 정원사는 꽃을 사랑했지만, 꽃의 주인은 아니었다. 우리 가진 모든 것이 무엇 다를까, 다만 사랑할 뿐 주인은 내가 아니다. 2019. 8. 3. 하나님 일 한답시고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07) 하나님 일 한답시고 여름이 되었고, 많은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빠뜨릴 수 없는 행사 중의 하나가 수련회여서, 각종 수련회가 이어진다. ‘수련’할 때의 ‘수’는 ‘닦을 수’(修), ‘련’은 ‘익힐 련’(練)이다. 더러워진 것을 닦아내고, 익혀야 할 것을 익히는 모임이 수련회인 것이다. 여러 해 전 크리스천기자 수련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크리스천기자 수련회가 정확한 모임이름이었는지는 자신이 없는데, 방송 신문 잡지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자 중 크리스천 기자들이 따로 모임을 갖는 자리였던 것은 분명하다. 글을 쓰는 목사라 생각해서 이야기를 청했지 싶었다. 한 가지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면서 생각해보니 크리스천 기자인 여러분과 목사인 제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 2019. 8. 1. 위장(僞裝)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08) 위장(僞裝) 1978년 서울 냉천동에 있는 감신대에 입학을 했을 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신학 자체가 두렴과 떨림의 학문이었던 데다가, 목회를 준비한다는 것은 더욱 그런 일이어서 모든 것이 다 새롭고 조심스럽게 보일 때였다. 그 때 만났던 사람 중에 강인호 형이 있다. 당시는 한 학년의 학생 수가 50명이었는데, 우리 학년에는 우리가 형이라 부르던 이들이 몇 명 있었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입학을 했거나, 군대를 다녀온 분들이었다. 강인호 형도 그런 사람 중의 한 명이었는데, 나는 언제 한 번 형과 편히 이야기를 나눠본 기억이 없다. 당시 나는 여러 면에서 숙맥이었고, 선뜻 다가가 이야기를 나눌 만큼의 숫기를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런 내게 강인호 형은 공부도 잘 하고.. 2019. 8. 1. 거북이 등짝이 갈라진 이유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09) 거북이 등짝이 갈라진 이유 인디언 전설에 따르면 거북이 등짝이 갈라진 데는 이유가 있다. 어느 날 숲속을 걷던 거북이 한 마리가 남쪽으로 가겠다는 새들을 만났다. 거북이는 자기도 데려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거북이가 나뭇가지를 입에 물었고, 새 두 마리가 양쪽에서 나뭇가지를 발로 움켜잡고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거북이로서는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황홀해진 거북이가 저 아래로 펼쳐지는 광경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었지만, 새들은 그런 거북이의 마음을 모르고 날기만을 계속했다. 마침내 참지 못한 거북이가 새들에게 묻기 위해 입을 열었는데, 그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다. 막대기를 놓친 거북이는 한 순간에 땅바닥을 향해 떨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머리와 두 팔다리를 몸속에 감추고 움츠린 채.. 2019. 8. 1. 같은 질문, 다른 대답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06) 같은 질문, 다른 대답 새벽예배 시간에 읽고 있는 마가복음 10장에는 두 개의 같은 질문이 나온다.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는 예수님의 질문이다. 첫 번째 질문은 두 제자에게 한 것(36절)이고, 두 번째 질문은 바디매오에게 한 것(51절)이다. 질문은 같았지만 대답은 달랐다. 제자들은 자리를 구했다. 우리를 하나는 주의 우편에, 하나는 좌편에 앉게 해 달라(37절)고 구했다. 높은 자리, 좋은 자리,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자리를 구했다. 바디매오는 달랐다. “보기를 원합니다.”(51절) 바디매오는 맹인이었고, 거지였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어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연명하던 사람이었다. 명색이 제자인 이들은 ‘높은 자리’를 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보잘 없는 바.. 2019. 7. 31. 이전 1 ··· 172 173 174 175 176 177 178 ··· 29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