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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을 벼린다는 것 한희철의 히루 한 생각(197) 날을 벼린다는 것 우연히 접한 이야기가 있다. 한 스승이 두 제자에게 칼을 한 자루씩 주며 날을 벼리라고 했다. 잘 벼리는 자를 후계자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두 제자는 열심히 칼날을 갈았다. 마침내 검사를 받는 날이 되었다. 한 제자가 갈은 칼은 얼마나 예리한지 바람에 스치는 옷깃마저 베어버릴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제자가 내민 칼은 전혀 달랐다. 스승이 처음 내줄 때보다도 더 무디어진 뭉뚝한 날을 가진 칼을 내놓았던 것이다. 스승은 무딘 날을 가진 칼을 내놓은 제자를 후계자로 삼았다. 그는 칼을 갈다가 칼이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를 깨닫고 일부러 날을 무디게 만든 것이었다. 얼마든지 더 나갈 수 있지만 스스로를 삼가 날을 무디게 만드는 것, 날을 벼린다는 것의 진정한 의.. 2019. 7. 22.
불씨 지키기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96) 불씨 지키기 오래전 읽은 책 중에 가 있다. 러시아 장교인 아르세니에프가 당시 지도상의 공백 지대로 남아있던 극동 시베리아 시호테 알린 산맥 지역을 탐사하며 탐사의 결과를 자세하게 남긴 책이다. 미답의 땅을 탐사하며 만난 대지의 속살이 아름답고도 장엄한 모습으로 담겨 있다. 오지 탐사가 우리의 경험이나 관심과는 무관한 일인 데다 지역 또한 낯선 곳이어서 무덤덤하게 읽히는 대목이 적지 않았지만, 그래도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들이 숨은 비경처럼 담겨 있었다. 탐사 지역은 지도에도 표기되어 있지 않은 오지, 워낙 추운 지역이고 날씨 또한 예측을 불허하기 때문에 성공적인 탐사를 위해서는 각종 준비물을 꼼꼼하게 챙겨야만 했다. 그것은 탐사의 성공 여부를 떠나 생존과 관련된 일이어서.. 2019. 7. 21.
사랑이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95) 사랑이란 새 한 마리가 날면 그림자가 따라간다. 아무도 모르게 날아가는 새도 모르게 그림자가 따라간다. 단숨에 산을 넘기도 하고, 오래도록 강물을 따라가기도 한다. 건물에 부딪치기도 하고 전깃줄이나 거미줄에 걸리기도 하고 하수구에 빠지기도 하지만 말없이 따라간다. 흐린 날엔 아예 사라져서 따라간다. 어디선가 새가 날개를 접으면 슬며시 하나가 된다. 어둠 속 새가 잠이 들면 혼자 잠들지 마라 새와 함께 잠에 든다. 사랑이란! 2019. 7. 20.
어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94) 어찌 지난 번 강화남지방 연합성회에 말씀을 전하러 갔을 때였다. 집회 중 한 젊은 목사님이 찾아와 인사를 했다. 낯이 아주 설지는 않은데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런 내 마음을 읽었을까, 그가 이야기를 했다. “몇 년 전 이웃에 있는 교회에 말씀을 전하러 오셨을 때 집회에 참석을 했다가 은혜를 받고 가실 때 포도 한 상자를 전해드린 적이 있지요.” 사진/한남숙 이럴 수가! 나는 이웃교회에 말씀을 전하러 왔던 일도, 그가 정성껏 포도를 전한 일도 따로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강화도를 찾은 것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희미하게 고개를 드는 기억이라니. 분명 나는 포도를 받을 때만 해도 정말로 고맙게 받았을 것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자랑 삼아 .. 2019. 7. 19.
조선적(朝鮮籍)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93) 조선적(朝鮮籍) 파주 출판단지 안에 있는 도서관 에 다녀왔다.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열리는 ‘윤동주 시와 함께 하는 한일교류 한글 서예축제’를 보기 위해서였다. 홍순관 집사님의 작품과 일본 오카야마 조선학교 학생들의 서예 작품을 함께 전시하고 있었다. 글씨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이 무얼 알까만 홍 집사님의 한글 글씨 속엔 자유로움과 멋이 그럴 듯이 깃들어 있지 싶다. 언뜻언뜻 장일순도 보이고, 추사도 느껴진다. 어느덧 자연스러움에 가까워져 글씨가 곧 사물을 담아낸다. 글씨와 사물의 경계가 지워져 하나로 만나는 지점에 가깝다 싶다. 이번에 전시되고 있는 ‘나무’라는 글씨를 봐도 그랬다. 내 방에도 걸려 있는 ‘나무’라는 글씨는 군더더기 하나 없는 ‘나무’다... 2019. 7. 17.
대척점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92) 대척점 정해진 성서일과를 따라 지난 주일에 나눴던 말씀은 누가복음서 10장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였다. 몇 가지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그 중의 하나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신앙생활을 한 뒤로 오늘 이 본문에 관한 말씀을 우리는 몇 번이나 들었을까요? 수십 번, 수백 번 아닐까요? 그런데도 어찌 우리 삶은 이 말씀과의 거리를 여전히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교단에서 발행하고 있는 자료집 를 보니 위의 본문을 두고 ‘신앙인과 종교인’이라는 제목으로 자료를 담고 있었다. 어떤 지점에서는 생각이 비슷한가 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이 본문을 생각할 때면 같은 제목이 떠오르곤 했다. 신앙인과 종교인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단어가 갖는 의미로 보자.. 2019. 7. 17.
유승준의 ‘말바꾸기’와 차인표의 ‘당당함’ 한종호의 너른마당 유승준의 ‘말바꾸기’와 차인표의 ‘당당함’ - 신앙양심을 내세운 두 사람의 대조적인 처신 - 연예인들의 병역문제는 언제나 세간의 관심이 된다. 인기와 병역은 당사자에게는 중대한 도전이 되기 때문이다. 한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중에 병역의 의무를 감당하게 되면, 당사자는 대중들의 뇌리에서 자신이 잊히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연예인의 병역문제는 병역이 젊은이들에게 가하는 현실적 압박과 제약을 가장 첨예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연예인들이 병역문제를 어떻게 대하는가는 상당히 비중 있는 영향을 미친다. 다 같은 젊은 놈들이 누군들 시간이 아깝지 않고, 누군들 자신의 꿈이 소중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를 위해 그 만큼의 시간을 희생한다, .. 2019. 7. 16.
시(詩)와 밥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91) 시(詩)와 밥 원고를 쓰다가 문득 떠오른 한 가지 일이 있다. 이태 전쯤이었나, 독서캠프에 참석을 했을 때의 일이다. 장로님 한 분이 운전을 하며 동행을 해주셨다. 길은 멀어도 함께 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모임 장소에 도착을 했을 때는 막 점심식사가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누가 독서캠프 아니랄까 그런지 시 하나를 외워야만 밥을 준다는 것이었다. 수련회에 가서 성경구절을 외우지 못하면 밥을 안 주는 모습을 본 적은 있지만, 시를 외워야 밥을 먹는 모임은 처음이었다. 엄격함과는 거리가 먼 기쁨지기가 검사를 하는 것이어서 크게 부담이 될 것은 없었는데, 그래도 맘에 걸렸던 것이 장로님이었다. 장로님이 외우는 시가 따로 .. 2019. 7. 16.
발을 가리우다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 발을 가리우다 각 언어마다 완곡어법(婉曲語法)이란 것이 있다. 이 말이 유래된 그리스어 유페미아(euphemia)는 재수 없는 말이나 듣기에 유쾌하지 않은 말을 피하고 대신 길조를 지닌 낱말을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완곡어법에서는 모호하거나 우회적이거나 덜 구어체적인 용어를 쓰는 것이 특징이다. 구약성서에서 완곡어법이 사용되는 예 가운데 하나가 신체의 부분이나 그것들의 기능을 묘사할 때이다. 예를 들면 “발을 가리우다”라는 표현이다. 모압 왕 에글론의 경우, “왕의 신하들이 와서 다락문이 잠겼음을 보고 이르되 왕이 분명히 서늘한 방에서 그의 발을 가리우신다 하고”( 사사기 3:24), 또 사울왕의 경우, “길가 양의 우리에 이른즉 굴이 있는지라 사울이 그 발을 가리우러 들어가.. 2019. 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