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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05) 불가능한 일 세상에는 불가능한 일들이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하늘의 별 따기, 바닷물 퍼내기 등이 그렇다. 개구쟁이 오빠와 여동생 앞에서 이불 홑청 갈기,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아닌 척하기, 말로 마음 가리기, 빛 앞에서 그림자와 헤어지기 등도 있다. 시절 탓이겠지만 불가능한 것들의 항목에 보태지는 것들도 있다. 장가 간 아들 내 편 만들기, 정년퇴직한 남편 존중하기 등이다.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이 혹 가능해진다 해도 여전히 불가능한 것이 있다. ‘불영과불행’(不盈科不行)이라는 말이 에 있다.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흐르는 물이 웅덩이를 만나면 웅덩이를 채운 뒤에 앞으로 간다. 갈 길이 바쁘다고 웅덩이를 건너뛰는 법이 없.. 2019. 7. 30.
너희는 그러면 안 된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04) 너희는 그러면 안 된다 높은 자리를 구하는 야고보와 요한을 보면서 나머지 열 제자가 화를 냈다는 것은, 그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마음은 얼마든지 드러나는 법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가까이 불러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까이 불러’라는 말 속에서 예수님이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신다는 느낌을 받는다. 덩달아 귀를 기울이게 된다. 예수님의 말씀은 단순하다. 제자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정곡을 찌른다. 세상의 통치자들은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려고 하고, 권세를 부려 지배하려고 한다. 하지만 너희는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너희는 그러면 안 된다”, 새벽기도회 시간 마가복음을 읽어나가던 중 만나게 된 말씀을 두고 두 가지 성숙함에 .. 2019. 7. 29.
열 번의 심방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03) 열 번의 심방 심방 중에 요양원에 계신 권사님을 찾아뵙고 돌아와서 편지를 썼던 것은, 문득 떠오르는 장로님과 권사님 때문이었다. 요양원의 권사님이 지난 기억을 모두 잊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포대기에 아기 인형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장로님과 권사님이 떠올랐다. 오래 전부터 교분을 갖고 있는 두 분은 한 평생 살아오며 그러했듯이 지금 가장 지고지순한 시간을 보내고 계시다. 장로님은 자식들의 걱정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권사님을 끝까지 집에서 돌보신다. 사랑 아니면 도무지 불가능한 시간을 보내시는 것이다. 마침 상반기 심방을 모두 마친 어제 저녁, 장로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보내드린 편지를 받고는 전화를 하신 것이었다. 받은 편지를 권사님께 전하며 .. 2019. 7. 28.
잘못된 구함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02) 잘못된 구함 신앙인들이 갖는 대부분의 관심은 ‘구함’에 있다. 무엇을 어떻게 구해야 할지, 어떻게 구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지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일천번제’를 비롯한 프로그램도 많아지고, 설교에서 다루는 중요한 주제가 되고, 책방 기독교 코너에는 그런 내용을 담은 책들도 많다. 하지만 신앙인들이 가져야 할 관심 중에는 ‘잘못된 구함’도 있다. 내가 구하는 것이 얼마든지 잘못된 구함일 수 있다는 것을 돌아보아야 한다. 자기 성찰이 없는 구함이야말로 잘못된 구함이기 때문이다. 높은 자리, 좋은 자리,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살만한 자리를 구하는 야고보와 요한에게 주님은 말씀하신다. “너희는 너희가 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다.”(마가복음 10:38) 우.. 2019. 7. 27.
풀벌레 한 마리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01) 풀벌레 한 마리 이틀 전이었다. 새벽에 깨어 예배당을 찾기 위해 준비를 하는데, 욕실 작은 창문을 통해 풀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전날까지도 듣지 못하던 소리였다. 가느다랗고 낮지만 맑은 소리, 아마도 한 마리가 울지 싶었다. 벌써 풀벌레가 우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절기를 헤아려보니 ‘대서’, ‘입추’가 아주 멀지 않은 시점이었다. 풀벌레 소리는 어제도 오늘도 이어졌다. 오늘은 빗소리 속에서도 풀벌레 소리가 여전했다. 맞다, 꽃 한 송이 핀다고 봄 아니듯이 풀벌레 한 마리 운다고 가을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변화는 그렇게 시작이 된다. 누군가가 꽃 한 송이 피움으로, 누군가가 노래를 부름으로 계절이 바뀌고, 풍경이 바뀌고, 세상이 바뀐다. 어디선가 피워내는 꽃은 눈에.. 2019. 7. 26.
힘든 기도 한희철의 히루 한 생각(199) 힘든 기도 어디 기도를 평한다는 것이 가당한 일일까만, 힘든 기도를 들었다. 그것은 기도라기보다는 서툰 훈계에 가까웠다. 내용도 그랬고, 어투도 그랬다. 불만의 나열이었고, 결국은 자기 과시와 다르지 않았다. 기도를 들으면서도 저게 기돌까, 내내 마음이 힘들었다. 30여 년 세월이 지났지만 내게는 단강의 한 할머니 집사님이 드리던 기도가 여태 남아 있다. 그분은 기도할 때마다 이렇게 기도했다. “삼시 세끼 밥만 먹으면 되는 줄 아는 우리에게, 으트게 살아야 하는 지를 가르쳐 주옵소서.” 2019. 7. 24.
토마토 한 조각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00) 토마토 한 조각 언젠가부터 교우 가정을 찾아가 예배를 드리는 심방을 할 때면 몇 가지 지키는 원칙이 있다. 감사헌금을 할 이는 교회에 하도록 권한다. 심방을 감사하여 헌금을 드리는 것은 좋으나, 심방을 받는 상에 올려놓는 모습이 썩 흔쾌하게 여겨지질 않거니와, 혹 헌금을 드릴 수 없는 형편에 있는 이들에게는 얼마나 마음이 힘든 일일까 싶기 때문이다. 헌금을 드릴 마음이 있는 이들은 교회 예배시간에 드릴 것을 권한다. 또 하나, 최소 인원으로 찾아간다. 마음속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기 위해서이다. 어렵게 나눈 기도제목이 금방 소문으로 번지는 일은 드물지 않다. 어렵게 마음속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게 소문으로 번지면 어느 누가 마음이 편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지키는 원칙 중에는.. 2019. 7. 23.
구도와 순례로서의 독서를 실천한 옛사람의 숨결 구도와 순례로서의 독서를 실천한 옛사람의 숨결 1. 그리스도인이면 누구나 의 한두 편을 외우거나 아니면 몇 구절이라도 암송하는 구절이 있을 듯합니다. 저도 어린 시절 교회에서 시편 1편과 23편을 외우곤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시편󰡕은 제게 어떤 불편함과 곤혹감을 안겨주는 책이 되었고, 그래서 멀리한 적도 있습니다. 까닭은 시인의 탄식과 원망 속에 선인/악인,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타인을 향한 분노와 상대방을 적대하는 표현이 자주 등장했기 때문입니다.(의 표층만을 본 사람의 부끄러운 고백입니다) 2. 그러나 어느 날, 을 한 편 한 편 다시 읽어나갔습니다. 무겁고 지친 마음 때문일까, 󰡔시편󰡕이 제 마음을 그대로 대신 말해주고 있는 듯했습니다. 에 이끌리어 책을 찾다 C.S. 루이스의 󰡔.. 2019. 7. 23.
빨랫줄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98) 빨랫줄 에 담긴 이정록 시인의 ‘빨랫줄’을 설교 시간에 인용했다. 글을 읽으며 피식피식 웃음이 났던 글이었다. 빨랫줄은 얼마큼 굵으면 될까요? - 네가 오줌 싼 이불을 버틸 만한 힘줄이면 되지. 전봇대는 얼마큼 굵으면 될까요? - 네가 오줌 쌀 때, 고추를 감출 만한 굵기면 되지. 철로는 얼마큼 굵으면 될까요? - 네가 엿 바꿔 먹으려 할 때, 둘러멜 수 없는 무게면 되지. ‘빨랫줄’을 소개하며 운율은 맞지 않지만, 질문 하나와 대답 하나를 보탰다. 우리의 믿음은 얼마나 무거우면 될까요? - 헛된 욕심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무거우면 되지. 2019.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