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63 상상력과 사랑 하루 한 생각(53) 상상력과 사랑 우리가 보는 달은 달의 한쪽 얼굴뿐이라 한다. 달의 자전시간과 공전시간이 지구와 같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상에, 지금까지 인간이 본 달이 달의 한쪽 얼굴뿐이었다니! 중국 우주선 창어4호가 달의 뒷면에 내렸다.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한다. 달의 이면이 미답의 땅으로 남았던 것은 통신 문제 때문이었다. 그곳에서는 지구와의 통신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런 난제를 극복한 중국의 과학 발전이 놀랍게 여겨진다. 통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췌치아오라는 위성을 발사했고, 그 위성이 지상 관제소와 창어4호 사이의 통신을 중계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달의 이면에 발을 디딘 것이 어디 과학의 발전뿐이었을까? 그런 성과를 얻은 데에는 과학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있.. 2019. 2. 21. 무시하기 하루 한 생각(54) 무시하기 죽어가는 회당장 야이로의 딸을 살리기 위해 가시던 예수님의 발걸음은 멈춰 서고 만다. 혈루증 앓던 여인이 옷자락을 붙잡았고, 순간 능력이 빠져나간 것을 몸으로 안 예수님이 옷에 손을 댄 여인을 찾으셨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전해진 소식이 있었으니, 야이로의 딸이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딸이 죽었으니 더 이상 수고할 필요가 없어지고 만 것이었다. 더 이상 수고할 필요가 없다는, 오실 필요가 없다는 말을 곁에서 들은 예수님은 그런 말을 듣고 절망에 빠졌을 회당장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곁에서 듣다’는 말 속엔 염두에 두어야 할 뜻이 담겨 있다. ‘들어 넘기다, 무시하다, 묵살하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했다. 딸이 죽었으.. 2019. 2. 21. 어떠면 어떠냐고 하루 한 생각(52) 어떠면 어떠냐고 날이 흐리거나 마음이 흐리면 촛불을 켠다. 촛불은 어둑함과 눅눅함을 아울러 지운다. 겨울이 다 가도록 드물던 눈이 새벽부터 내리던 날, 책상 위에 촛불을 밝혔다. 사방 나무들이 울창하게 선, 촛불을 켜면 숲을 비추는 달빛처럼 빛이 은은한 불빛이 얼마간 타다가 꺼지고 말았다. 초가 다 탄 것이었다. 초를 바꾸기 위해 다 탄 초를 꺼내보니 형체가 기이하다. 이리저리 뒤틀려 처음 모양과는 거리가 멀다. 다 탄 초가 넌지시 말한다. 끝까지 빛이었으면 됐지 남은 모양이 어떠면 어떠냐고. -한희철 목사 2019. 2. 20. 기투와 비상 하루 한 생각(51) 기투와 비상 쏟아진다. 막힘없이 쏟아져 내린다. 급전직하(急轉直下), 아찔한 곤두박질이다. 목양실 책상에 앉아 일을 하다보면 뭔가가 창밖으로 쏟아질 때가 있다. 따로 눈길을 주지 않아도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잠깐의 흐름이 창문을 통해 전해지기 때문이다. 빛인지 그림자인지 분간하기는 힘들지만, 폭포수가 떨어지듯 뭔가 빗금을 긋고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빗금을 따라가면 어김없이 그 끝에 참새들이 있다. 비단 떨어질 때만이 아니다. 솟아오를 때도 마찬가지다. 빛인지 그림자인지가 수직상승을 한다. 그것은 위로 긋는 빗금이어서 잠깐 사이에 창문에서 사라진다. 참새들이다. 목양실은 2층에 있어 바로 위가 옥상이고, 아래층엔 긴 담벼락과 소나무가 있다. 옥상에 있던 참새들이 .. 2019. 2. 17. 먹먹함 하루 한 생각(50) 먹먹함 ‘가버나움’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상영하는 곳이 많지 않아 극장을 찾는 수고를 해야 했다. ‘먹먹하다’는 말은 그럴 때 쓰는 말이지 싶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옆에 앉은 여자는 어느 순간부턴가 내내 울면서 영화를 봤다. 여자의 훌쩍임이 화면과 섞여 먹먹함을 더하게 했다. 영화를 보고 나와 승강기를 기다릴 때였다. “뭘 먹을까?” 데이트를 하지 싶은 남자가 여자에게 물었을 때, 여자가 대답을 했다. “저녁을 먹는 것도 사치인 것 같아.” 도무지 허구 같아서 먹먹한. 그런데도 허구가 아니라서 더 먹먹한. -한희철 목사 2019. 2. 17. 사박사박 하루 한 생각(49) 사박사박 전남 곡성군 입면 탑동마을, 평생을 흙 일구며 살아오신 할머니들이 우연한 기회에 한글을 배우게 되었다. 한글 공부는 시로 이어졌다. 인적 끊긴지 오래된 묵논처럼 평생을 묵혔으니 툭툭 하는 말이, 슥슥 지나가는 생각들이 모두 시일지 모르겠다 싶은데 역시나 웅숭깊다. 사박사박 장독에도 지붕에도 대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 영화 '시인할매' 스틸 컷 (사진=이종은 감독 제공) - CBS 노컷뉴스 윤금순 할머니(82)가 쓴 에선 눈이 내린다. 잘 살았다, 잘 견뎠다, 펑펑 내린다. 내가 골(글) 쓰는 걸 영감한테 자랑하고 십다 여 함 보이소 내 이름 쓴 거 비지예(보이지요) 내 이름은 강금연 칼라카이 영감이 없네 서툴게 적은 글을 누군가 시라 .. 2019. 2. 17. 목소리와 존재 2019. 2. 16. 뿌리 2019. 2. 16. 물러서기 하루 한 생각(46) 물러서기 오병이어의 기적만큼 놀라운 일이 기적 뒤에 이어진다. 기적을 행한 후 예수는 혼자 산으로 물러간다. 그 이유를 성경은 이렇게 밝힌다. “예수께서는 사람들이 와서 억지로 자기를 모셔다가 왕으로 삼으려고 한다는 것을 아시고, 혼자서 다시 산으로 물러가셨다.”(요한복음 6:15) 혼자, 다시 산으로! 놀랍고 환하다.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온갖 일을 꾸미고 행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우리네 흔한 삶을 두고, 불에 덴 듯 깜짝 놀라 물러나는 모습!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人生在世間) 나아가고 물러서기 참으로 어려워라(出處難自爲)’ 조선시대 박은의 시 한 구절이 문득 그윽하다. -한희철 목사 2019. 2. 14. 이전 1 ··· 192 193 194 195 196 197 198 ··· 29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