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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을 이용하지 말라 김기석의 톺아보기(28) 우정을 이용하지 말라 인맥 만들기 문화 “직장이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면서?” “예, 차 타고 한 30분쯤 가야 하지만 오히려 좋아요. 차를 타고 다니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있고, 주변에 맛있는 음식 먹을 곳도 있고, 직장 옥상에 소박하지만 정원도 있고 해서, 짬짬이 쉴 수도 있고요.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져요.” “생명이 갖는 친화력 때문일 거야. 목적 지향적인 일직선의 시간 속에서 사는 사람들일수록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 할거야.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고 있는 시간은 사실은 순환하는 시간이거든. 노아의 홍수 이후에 하나님은 ‘땅이 있을 동안에는 심음과 거둠과 추위와 더위와 여름과 겨울과 낮과 밤이 쉬지 아니하리라’ 약속하셨어. 사람은 이 순환 속에 .. 2017. 2. 7.
하나님의 사람 가슴에는 주판이 없다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71) 하나님의 사람 가슴에는 주판이 없다 너는 이 책(冊) 읽기를 다한 후(後)에 책(冊)에 돌을 매어 유브라데 하수(河水)속에 던지며 말하기를 바벨론이 나의 재앙(災殃) 내림을 인(因)하여 이같이 침륜(枕淪)하고 다시 일어나지 못하리니 그들이 쇠패(衰敗)하리라 하라 하니라 예레미야의 말이 이에 마치니라 (예레미야 51:63-64). 오래 전에 이라는 제목의 동화를 쓴 적이 있다. 문을 닫게 된 수몰지역의 한 초등학교 이야기다. 문을 닫기 전 마지막 날 학교 운동장, 연단에 선 교장 선생님도, 아이들 앞장에 선 세 명의 선생님도, 쪼르르 줄을 맞춰 선 스무 여명의 학생들도, 마지막으로 교가를 부르다 참았던 울음이 터져 교가를 끝까지 부를 수가 없었다. 아직 담임선생님.. 2017. 2. 4.
마태 수난곡 No. 2 피칸더 그리고 네 명의 화자(話者) 조진호와 함께 하는 바흐의 마태 수난곡 순례(2) BWV 244 Matthäus-Passion / 마태 수난곡 No. 2 피칸더 그리고 네 명의 화자(話者) 지난 주 나름 큰 포부를 가지고 여정을 시작했습니다만 한 주가 훌쩍 지난 지금에서야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자판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음악 편력이 꽤 있는 사람이지만 저의 지난 한 주간 음악적 삶을 말씀드리자면 간단합니다. 지난 화요일 선배 목사님의 차안에서 신촌블루스의 노래 몇 곡을 청해 들은 것 외에는 지금까지 칼 리히터가 58년에 녹음한 마태 수난곡만을 반복해서 듣고 있습니다.(https://youtu.be/3icLbxogeV4)글을 쓰기 전에 음반을 한 번 더 들어 보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이렇게 사로잡혀 버렸습니다. 마태수난곡을.. 2017. 2. 3.
부조리한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사랑 노래를 구약성경 속 여성돋보기(21) 부조리한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사랑 노래를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의 목소리와 그들을 경축하는 합창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온다. 눈에 보이지 않으나 묘사 하나 하나가 아름답고 고상하다. 먼 시간 속에 존재하는 사랑노래에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유달리 많다. 70절의 젊은 여성의 노랫소리와 40절의 젊은 남성의 목소리에 더해 친구들의 목소리가 어울려 있다지만, 눈을 의심하고 귀를 의심하게 된다. 노래 첫 소절부터 젊은 여성의 적극적이고 에로틱한 사랑 묘사가 남다르다. 남녀의 사랑 관계에서 주로 여성이 사랑 받는 수동적인 역할의 고정된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매우 정제된 언어의 품격 있는 고대 이스라엘의 연애시 는 “솔로몬의 아가”(아가 1:1)라는 표제의 예측과 달리 여성의 목소.. 2017. 2. 2.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이정배의 고전 속에서 찾는 지혜(4)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아주 늦은 시간, 서울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겨우 내려갈 때가 있다. 가로등도 드문드문한 한적한 밤길을 홀로 차를 운전하는 일은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심신이 지쳐 적적함이 극에 달할 때면 나를 멈춰 서게 하는 붉은 신호등이 반가울 때가 있다. 지나치는 이 아무도 없는 도로 한 복판 신호등의 멈춤 신호지만 어김없이 그의 지시를 따른다. 언젠가 동승했던 친구가 나의 그런 행동에 칭찬을 보낸 적이 있다. 당연한 행동을 했을 뿐인데 칭찬을 받은지라 내심 몹시 쑥스러워 했다. 실은 법과 규칙을 떠나 텅 빈 공간에 종일 서 있다가 나의 길을 간섭하려는 신호등이라는 존재와 이야기하고 싶어, 잠시 멈추어달라는 신호를 기쁜 마음으로 따른 것뿐이라는 걸.. 2017. 1. 30.
마태 수난곡 No. 1 여정의 시작 조진호와 함께 하는 바흐의 마태 수난곡 순례(1) BWV 244 Matthäus-Passion / 마태 수난곡 No. 1 여정의 시작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독일로 날아가 종교개혁의 현장을 천천히 순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기왕이면 독일인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5월이면 좋겠습니다. 제게 있어 종교개혁의 성지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와 연관된 곳들입니다. 왜냐하면 요한 세바츠찬 바흐의 음악은 종교개혁이 진리와 진실의 힘에 이끌린 성공적인 것이었음을 보여 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며 종교개혁이 열매 맺은 가장 아름다운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불가능한 꿈속에 조금 더 머물자면, 라이프치히 시내의 집을 빌려서 잠시나마 바흐의 이웃이 되어 살고 싶습니다. 그가 산책했던 길,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며 머.. 2017. 1. 27.
금식의 날은 축제의 날이 되어, 에스더(2) 구약성경 속 여성돋보기(20) 금식의 날은 축제의 날이 되어, 에스더(2) 하나님의 부재는 현존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했던가. 때로는 보응의 원리와 도덕적 확신마저도 깨뜨리시며 철저히 자유로우신 하나님. 세상의 모든 일들, 그것이 좋든 나쁘든 유일한 원인자 아니신가. 빛도 짓고 어둠도 창조하시고, 평안도 짓고 환난도 창조하시는 분(이사야 45:7; 욥기 5:18),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시며, 가난하게도 부하게도 하시며, 낮추기도 높이기도 하시는 분이다(사무엘상 2:6-7). 그 하나님이 페르시아 제국의 통치아래 억압받는 소수민족 유대인의 남은 삶을 어떻게 이끄실 것인가. 하만이 모르드개를 죽이기 위해 교수대를 만든 그날 밤, 아하수에로 왕은 잠이 오지 않아 궁중실록을 읽게 했다. 이때 왕은 자신을 향했던.. 2017. 1. 20.
인생의 비밀 이정배의 고전 속에서 찾는 지혜(3) 인생의 비밀 어린 시절 선친의 직업 덕에 자주 이사를 다녔다. 거의 3년마다 전근을 다니셨기 때문에 한 곳에서 오랜 기간을 지낸 적이 없다. 덕분에 농촌과 어촌, 산촌과 도시의 생활을 드문드문 맛볼 수 있었다. 친구를 제대로 사귈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종종 불평을 했지만, 성장해서 돌이켜보면 그 또한 인생의 한 가르침이었기에 감사를 드린다. 공자는 한 나라에 또는 한 지역에만 머물러 지내지 않았다. 55세 즈음부터 태어난 노나라를 벗어나 온 중국을 제자들과 돌아다녔다. 소위 ‘천하주유’를 하면서 엄청난 거리를 다녔다. 여러 나라를 거쳤고 여러 일들을 겪었다. 모든 국가에서 공자를 반긴 것은 아니었다. 군주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을 때가 있는가 하면, 어떤 때는 하찮게.. 2017. 1. 18.
“시인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일 한종호의 너른마당(57) “이 땅을 시인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일 겨울이 난데없이 덮친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겨울은 추워야 하고, 그러면서 봄을 준비하는 시간이 익어갈 겁니다. 여름에 자신을 한껏 자랑하던 초목도 겨울에는 겸손하게 몸을 털고 벌거벗은 존재의 본래 알몸으로 돌아가 하늘의 생명을 받아 새로이 태어나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겨울이 추운 것이 정상이라도 춥지 않은 겨울을 나고 싶은 것은 사람들 모두의 마음입니다. 길거리에 내버려진 채 겨울을 나보라고 하면 누가 그걸 기꺼워하겠습니까? 누구도 돌보는 이 없이 찬 바닥에서 홀로 두렵게 잠을 자야한다면 그 또한 겨울의 잔혹함을 더욱 깊게 느낄 수밖에 없는 일이 될 것입니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와 “궁성의 부” 역사는 강자가.. 2017.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