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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파와 움씨 움파와 움씨 김기석 목사님 안녕하세요? 목사님의 편지글을 모은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를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이런 형식과 문체의 글은 처음 읽은 것 같습니다. 무겁지 않아서 굳이 노트를 할 필요는 없지만 곱씹어 읽으면서 제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목사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와 아내의 젊은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두 살 아래인 아내와 저는 종로구에 있는 오래된 장로교회 출신입니다. 물론 지금도 경기도 일산에 살면서 집 앞에 있는 교회에 출석하고 있지요. 어릴 때부터 ‘그냥’ 교회에 다니고 있습니다. 마치 버릇처럼 말이죠. 그러다보니 저는 어느덧 안수집사가 되었고 아내는 권사로 피택되어 교육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아내는 아침에 일어나면 FM 93.1MHz.. 2016. 12. 23.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 -김기석 목사님 신간 《아! 욥》- 1. 김기석 목사님의 「욥기 산책」 《아! 욥》을 일부러 느리게 읽는다. 나는 요즘 속력에 대한 무서움을 느끼고 있다. 속도가 만드는 이차적 징후들. 주마간산(走馬看山). 모든 것이 최소화다. 생사사생, 성사사성(生事事生 省事事省), 부끄러운 일이지만 매사 어찌하면 힘을 덜 쓰나하는 게 일상이 된 것 같다. 우선 몸이 아팠고(겉으로 보기엔 멀쩡한데, 이명(耳鳴)이 심하고 머리가 꽉 막혀 쓰러질듯 어지럽다.) 그래서 늘 피로해 뭔가 힘을 쏟아 집중한다는 게 힘겨웠다. 연암선생(朴趾源, 1737~1805)이 그랬다지. 한 달 보름씩 세수도 수염도 깎지 않고, 누구볼 일 어디 갈 일, 인사치레 체면치레, 일가친척 사람노릇까지 팽개치고, 그저 툇마루에 앉.. 2016. 12. 20.
지극히 평범한 한나, 비범한 노래를 부르다 구약성경 속 여성돋보기(17) 지극히 평범한 한나, 비범한 노래를 부르다 2016년 12월의 대한민국, 평범한 시민들은 광장의 평화로운 촛불 혁명을 이끌고 있다. 평범함은 지리멸렬하지 않았고 지배 세력들의 사악한 동맹과 결탁을 부끄럽게 만들며 비범함을 드러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든 광장의 촛불이 비범함으로 승화되는 과정은 사무엘서의 한나의 기도와 중첩되었다. 한나는 지극히 평범한 여성이었다. 때는 사사들이 통치하던 시대가 거의 끝나고 왕정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그녀는 이스라엘 역사의 과도기를 지나고 있었다. 이스라엘 사사시대의 끝자락은 암울했다. 안으로는 영적 지도자들인 제사장들의 타락으로 인한 혼란의 시기였고, 밖으로는 강력한 철제무기로 무장한 블레셋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었다. 제사장들은 올바른 예배.. 2016. 12. 14.
욥기 산책길에서 만난 길벗들 욥기 산책길에서 만난 길벗들 초대받은 사람들 김기석을 따라 같이 욥기산책을 하다보면 동서고금의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 중에는 욥기 전문가는 별로 없는데, 욥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이들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이들이 한 때 어디선가 한 말이 독자들의 욥기 이해에 얼마나 큰 빛을 비추는 지를 꾸준히 밝히면서, 그들을 일일이 소개한다. 이 책을 다 읽는 동안 독자들은 적어도 90여명 이상의 길벗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초청을 받은 이들 중에는 단연 시인들이 많다(다니카와 슌타로, 단테,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소동파, 엘리어트, 파블로 네루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호메로스, 횔덜린, 구상, 기형도, 김승희, 도종환, 박두진, 윤동주, 윤석산, 이문재, 이정록, 정진규, .. 2016. 12. 8.
밧세바는 강간당한 것인가, 유혹한 것인가 구약성경 속 여성 돋보기(16) 밧세바는 강간당한 것인가, 유혹한 것인가 “모호하게 보이는 것들에서 우리는 뭔가를 깨달을 수 있다”라고 말한 자끄 라깡의 한 마디처럼 모호함은 텍스트 해석의 실마리가 되곤 한다. 모호성은 일상 언어와 과학의 영역에서 환영받지 않지만, 문학의 옷을 입은 텍스트의 모호성은 독자를 미묘한 언어게임의 장으로 불러들인다. 예컨대 다윗의 드라마에서 도덕적으로 가장 큰 문제였던 이른바 밧세바와의 간음 사건에서도 모호성이 포착된다. 단 한 절만으로 기록된 이 사건은 사무엘하 11장 전체 맥락에서 왕의 권력을 남용한 다윗의 일방적인 강간행위는 아니었는가를 질문하게 만든다. 다윗의 간음 이야기는 이스라엘과 암몬과의 전쟁이 진행되는 폭력의 상황 가운데(10장; 12:16-31) 다윗의 궁전에.. 2016. 12. 6.
하나님은 ‘권력의 화신’인가? 한종호의 너른마당(56) 하나님은 ‘권력의 화신’인가? 정국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대통령과 부역 세력들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한쪽에서는 신음과 절규가 흐르고 터지는데, 이 와중에도 다른 한쪽에서는 자기들의 손익계산에 바쁜 채 서민들이 겪는 고통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가진 자와 지도자들이라는 사람들이 이 땅에서 누리는 권리와 특권과 지위와 부, 그리고 대접은 끝이 없는데, 그 밑에서 힘겹게 하루하루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삶은 매일 무너져 내리고 있다. 권력과 부를 쥔 이들은 제 몫을 하나라도 더 챙기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도 이른바 대형교회 목사들은 이럴 때일수록 기도하잔다, 위에 있는 권세에 더욱 복종하잔다. 그러면서 가진 자들의 자리에 서서 가지지 못한.. 2016. 12. 5.
누구 말이 들어맞는지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68) 누구 말이 들어맞는지 “그런즉 칼을 피(避)한 소수(少數)의 사람이 애굽 땅에서 나와 유다 땅으로 돌아오리니 애굽 땅에 들어가서 거기 우거(寓居)하는 유다의 모든 남은 자(者)가 내 말이 성립(成立) 되었는지, 자기(自己)들의 말이 성립(成立)되었는지 알리라”(예레미야 44:28). ‘콩알로 귀를 막아도 천둥소리를 못 듣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콩과 같이 작은 것이 큰 천둥소리를 막듯이, 작은 것도 잘 활용하면 큰일에 도움이 된다’고, 한 속담 사전에서는 위의 속담을 그렇게 풀고 있다. 작은 것의 유용함을 이르는 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 볼 여지가 크다. 콩알만큼 작은 것이 귀를 막아도 천둥소리를 못 듣는다. 아무리 옳은 말이 천둥소리처럼 크.. 2016. 11. 26.
아비가일, 아름답고 총명하고 노련했다 구약성경 속 여성 돋보기(15) 아비가일, 아름답고 총명하고 노련했다 다윗에게는 아름답고 총명한데다 용감하고 민첩한 아내가 있었다. 한때는 나발의 아내였던 아비가일이다(사무엘상25장). 때는 주전11세기 사울 왕의 통치 시대였지만, 이미 그의 시대는 기울고 있었다. 사울이 다윗을 죽이려고 추적하던 끝자락에서, 그는 다윗이 차기 이스라엘 왕이 될 것을 시인했다(24:20-21). 이즈음 사울을 왕으로 세웠던 예언자 사무엘의 죽음과 그의 장례식이 있었다. 이후 다윗은 시내 반도 북쪽 바란 광야로 이동한다(25:1). 이때 다윗이 사울을 피해 은신처로 이용한(23:24) 마온에는 큰 재산가 나발이 살고 있었다. 그는 목초지 갈멜에서 양 삼천 마리, 염소 천 마리의 털을 깎고 있었다(2절). 그는 갈렙 족속의 .. 2016. 11. 23.
살아 움직이는 현실의 역사가 되어야 한종호의 너른마당(48) 살아 움직이는 현실의 역사가 되어야 11월 12일, 촛불의 바다에서 민심은 그렇게 일렁였습니다. 사람들은 이 날을 1987년 6.10 항쟁과 비교하곤 합니다. 그러고 보니 내년(2017년)은 6월 항쟁 민주화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치열했던 시대의 함성은 이제 역사의 육성이 되었고, 현실은 새롭게 변모했습니다. 자유는 넘쳐나고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자는 어딘가 모자라는 사람이 된 듯싶습니다. 2007년의 6월은 그런 세상의 변화 앞에서 어쩌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자처럼 되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암울했던 시대에 우리는 적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고, 누구와 손을 잡고 역사 앞에서 행동하면 되는지 모르지 않았습니다. 권력의 위협 앞에서 낮은 목.. 2016. 1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