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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검은 사람일수록 비단 두루마기를 입는다 속 검은 사람일수록 비단 두루마기를 입는다 따끔이 속에 빤질이, 빤질이 속에 털털이, 털털이 속에 얌얌이, 이게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일까? 따끔이, 빤질이, 털털이, 얌얌이, 각각의 의미도 짐작하기 쉽지 않은 터에 그것들이 서로의 속에 있다니 마치 말의 미궁에 빠져드는 것 같다. 정답은 밤이다. 캄캄한 밤이 아니라, 가을에 익는 밤(栗) 말이다. 밤을 먹기 위해서는 따끔따끔한 가시를 벗겨야 하고, 두껍고 빤들빤들한 겉껍질을 벗겨야 하며, 그 뒤에는 작은 털이 달린 껍질을 다시 벗겨야 하고, 맨 마지막으로는 떫은맛을 지닌 속껍질을 벗겨내야 비로소, 마침내 고소하고 오들오들한 밤을 얌얌 맛있게 먹을 수가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표리부동’(表裏不同)이라는 말이 있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이다. .. 2016. 4. 2.
너의 목소리가 들려 구약성서의 대량학살(2) 너의 목소리가 들려- 출애굽기 34:1-9 - 성서에도 토론과 논쟁이 있을까? 제가 고국에서 처음 선거권을 가졌을 때는 TV 토론이란 게 없었습니다. 그때는 후보자가 TV 시청자가 아니라 광장에 모여 있는(또는 동원된) 인파 앞에서 연설했습니다. 1980년대 초에 있었던 국회의원 선거 때 어느 학교에서 열린 유세에 구경 갔던 게 기억납니다. 야당 총재였던 분이 당시 대통령이던 사람 이름을 존칭도 없이 부르면서 사자후(獅子吼)를 토해내던 걸 직접 제 눈으로 봤습니다. 그 후에는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대규모 청중유세가 아니라 TV 토론이 대세가 됐습니다. 그런데 아직 제 눈에는 토론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것은 제가 여기 미국에 오래 살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일찍부터 .. 2016. 4. 1.
묻기 전에 따르고, 따른 뒤에 묻는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51) 묻기 전에 따르고, 따른 뒤에 묻는 “주(主) 여호와여 주(主)께서 내게 은(銀)으로 밭을 사며 증인(證人)을 세우라 하셨으나 이 성(城)은 갈대아인(人)의 손에 붙인바 되었나이다”(예레미야 32:25). 모든 일엔 때가 있다. 어떤 일을 해야 할 때가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어떤 일을 하기에 적합한 때가 있고, 어떤 일을 삼가기에 적합한 때가 있다. 어떤 일을 해야 할 때에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어떤 일을 하지 말아야 할 때에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예레미야는 주님께서 명하신 대로 밭을 산다. 선지자가 밭을 사는 것 자체가 낯설거니와, 밭을 살 때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바벨론이 쳐들어와 성을 포위.. 2016. 3. 31.
하나님 맙소사! 이현주의 최후의 심판(1) 하나님 맙소사! 세상에는 참 공교로운 일이 많은지라 어느 날 사장과 비서와 운전기사가 함께 최후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셋이 차를 타고 가다가 벼랑에 굴러서 함께 죽었던 것입니다. 최후의 심판이 아주 까마득한 미래의 어느 날엔가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죽는 날, 그 날이 바로 최후의 심판날이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렇고, 어쨌든 이 세 사람은 누구 때문에 죽게 된 것이냐를 따질 겨를도 없이 그야말로 졸지에 세상을 떠나 엉겁결에 심판대 앞에 섰습니다. 미켈란젤로 '최후의 심판' 최후의 심판관이신 하나님께서 먼저 사장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떠냐? 이렇게 갑자기 이리로 오게 될 줄은 몰랐지?” “예. 몰랐습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몇 가지 정리를 해 놓았을 텐데.. 2016. 3. 29.
네 이웃에 대해서 거짓증거하지 말라(3)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11) 네 이웃에 대해서 거짓증거하지 말라(3)- 어느 과거에 관한 이야기 진실과 거짓을 어떻게 구별할까? ‘거짓 예언’과 ‘거짓 예언자’는 예언서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주제입니다. 성서에 등장하는 모든 예언자들이 야훼의 참 예언자는 아닙니다. 그 중에는 거짓 예언자들도 섞여있는데 그들에게 ‘거짓 예언자’라는 명찰이 붙어있지 않아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성서는 거짓 예언자를 구별하는 기준을 말합니다. 예컨대 신명기 18장은 야훼께서 말하라고 하지 않은 것을 야훼의 이름으로 제 맘대로 말하거나 다른 신들의 이름으로 말하는 사람은 거짓 예언자라고 말합니다(20절). 또 “예언자가 야훼의 이름으로 말한 것이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말은 야훼께서 하신 말씀이 아니니 너희는 제.. 2016. 3. 28.
네 이웃에 대해서 거짓증거하지 말라(2)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10) 네 이웃에 대해서 거짓증거하지 말라(2)- 어느 과거에 관한 이야기 어느 과거에 관한 이야기 조피아(Zofia)는 바르샤바 대학에서 윤리학을 가르치는 나이 많은 교수인데 어느 날 엘즈비에타(Elzbieta)라는 사십 대 폴란드 출신 미국 여인이 그녀 수업에 청강을 신청했습니다. 둘은 구면(舊面)이었습니다. 조피아가 뉴욕에 머물렀을 때 엘즈비에타가 그녀 논문을 번역해준 적이 있었던 겁니다. 그녀는 바르샤바에 머물며 2차 대전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의 삶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그날 수업의 주제는 ‘도덕적 딜레마’였습니다. 한 학생이 남편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여인과 중병에 걸린 남편, 그리고 남편을 돌보는 의사에 관한 얘기를 꺼냈습니다. “야훼의 이름을 헛되이.. 2016. 3. 26.
네 이웃에 대해서 거짓증거하지 말라(1)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9) 네 이웃에 대해서 거짓증거하지 말라(1)- 어느 과거에 관한 이야기 영화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매체 키에슬롭스키의 영화 은 계명을 직접 다루지도 않고 신에 대해 직접 얘기하지도 않습니다. 영화는 삶과 죽음, 신의 존재 등을 수수께끼, 징표나 징조, 우연이나 갑작스럽고 기이한 운명의 장난 같은 사건들로 표현합니다. 이 영화를 십계명에 대한 현대적 비유(parable)라고 부르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영화를 집중해서 봐야 각 계명과의 관련성을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계명을 읽으면서 간과했던 점을 발견합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삶과 죽음, 신의 존재와 삶의 의미 등 상당히 무거운 주제를 다룹니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계명을 다루지만 거기에 다른 계명들이 암시.. 2016. 3. 25.
잊힌 이름을 부르시는 주님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50) 잊힌 이름을 부르시는 주님 “보라 내가 그들을 북편(北便) 땅에서 인도(引導)하며 땅 끝에서부터 모으리니 그들 중(中)에는 소경과 절뚝발이와 잉태(孕胎)한 여인(女人)과 해산(解産)하는 여인(女人)이 함께 하여 큰 무리를 이루어 이곳으로 돌아오되 울며 올 것이며 그들이 나의 인도(引導)함을 입고 간구(懇求)할 때에 내가 그들로 넘어지지 아니하고 하숫(河水)가의 바른 길로 행(行)하게 하리라 나는 이스라엘의 아비요 에브라임은 나의 장자(長子)니라”(예레미야 31:8-9). 여기 내 마음 가라앉을 만큼 가라앉아 거반 눈물에 닿았으니 오십시오, 주님 비로든 바람으로든 폭풍우로든 무엇으로라도 오십시오 파란 떨림 나는 당신을 예감합니다 -어느 날의 기도 늘 그럴 수야 없.. 2016. 3. 24.
사랑의 나눔은 결코 헛되지 않음을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49) 사랑의 나눔은 결코 헛되지 않음을 영적인 것과 복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남에게 나누어주지 않는 사람이 영적이었던 적은 결코 없습니다. 모름지기 사람은 영적인 것과 복을 자기를 위해서만 간직해서는 안 됩니다. 무릇 사람은 자기 몸과 영혼 안에 지닌모든 것을 서로 나누고, 남이 자기에게 바라는 것이면무엇이든지 내주어야 합니다. 비바람이 몹시 심하게 부는 어느 날 밤, 남루한 차림의 거지가 성 프란체스코의 오두막으로 찾아왔다. “너무 배가 고프고 추우니, 먹을 것과 잠자리를 좀 마련해 주세요.” 프란체스코는 얼른 그 거지를 데리고 들어와서 불빛에 비춰 보니, 그 거지는 얼굴과 코가 문드러진 문둥이였다. 그는 서둘러 음식을 준비해서 정성껏 대접한 뒤,.. 2016. 3. 22.